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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종로 경제 살리겠다” 오세훈 “시장 때 사업 결자해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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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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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총선 서울 종로 새누리당 예비후보인 박진 전 의원이 17일 통인동 통인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박 전 의원은 ‘종로는 경제입니다’를 선거 구호로 내걸고 봉제공장, 귀금속 세공·유통단지, 전통시장을 집중적으로 누비고 있다. [사진 강정현 기자]

지난 16일 오전 7시30분 새누리당 박진 전 의원이 지하철 4호선 혜화역 4번출구 앞에 섰다. 박 전 의원은 기자에게 “여기가 아남아파트 주민들이 전철역으로 내려오는 지름길”이라고 설명했다. 아남아파트는 그의 경선 경쟁자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사는 곳이었다. 영하 5도의 추운 날씨에 박 전 의원은 왼손에만 장갑을 끼고 있었다. 주민들과 악수를 하기 위해서였다.

박, 봉제공장·귀금속단지 찾아
지역 경제 주제로 대화 이끌어
오, 노인정 할머니들과 대화
이불 속 발 넣으며 밀착 스킨십
“만나니 좋네” “여기도 왔어요?”
청운동 교회서 어색한 만남도

 같은 시간 오 전 시장은 내자동 선거사무소에서 공천 신청 서류를 막바지로 정리했다. 이날은 새누리당 공천 신청 마감일이었다.

 새누리당 경선에서 종로는 가장 뜨거운 곳 중 하나다. 전직 서울시장과 3선 의원 출신(박진), 16대 의원 출신 당원협의회장(정인봉)이 경합을 벌이면서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과의 본선뿐 아니라 경선 단계에서 이미 ‘격전지’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승부수를 던진 종로의 예비후보들을 동행 취재했다.

 공천 신청을 하고 난 오 전 시장이 첫 일정으로 찾은 곳은 자택 인근 아남아파트 노인정이었다. 오 전 시장은 지난해 11월 아남아파트로 이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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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에서 박진 전 의원과 새누리당 후보 공천권을 놓고 다투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주민과의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16일 오후 명륜2가 아남아파트 노인정을 찾은 오 전 시장은 주민과 함께 이불을 덮고 대화를 나눴다. [사진 오세훈 전 시장 측]

 “진작 떡이라도 돌렸어야 했는데 선거법에 걸린다 그래서 못하고 있지 뭐예요.” 그러자 15명의 할머니들은 “그런 거 안 먹어도 되니 국회 가서 일 열심히 하라”고 했다.

오 전 시장은 “저도 발 좀 같이 녹일까요?”라며 할머니들이 덮고 있는 이불 속으로 다리를 넣었다. 30분 정도 뒤 오 전 시장이 나가자 김명순(72)씨는 기자에게 “빈말 하는 거 아냐. 여기는 다들 오세훈 좋아해”라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이어 숭인동 진형중·고등학교 졸업식을 찾아 행사 안내원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오 전 시장은 "서울시장 시절 종로 개발을 위해 추진했던 사업들 중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게 많다. 국회에 들어가 결자해지하겠다”고 말했다.

첫 방문지 노인정엔 빨간 패딩조끼를 입었다가 졸업식과 교회에 들를 땐 옅은 푸른색 외투로 갈아입었다.

 그는 김무성 대표의 반대를 무릅쓰고 종로를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내가 야당 누군가를 떨어뜨리려고 자객(刺客)처럼 아는 것도 없는 곳에 출마하는 건 그 지역 주민들한테 봉사하는 게 아니잖아요?” 한때 그에게 안철수·김한길 의원 지역 등에 출마 요구가 있었던 것을 가리킨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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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전 의원은 아남아파트 앞에서 숭인동의 한 봉제공장으로 이동해 있었다. 그는 “이곳 종로의 주요 산업이 봉제업이랑 귀금속”이라고 말했다. 그의 슬로건은 ‘종로는 경제입니다’였다.

공장 직원들과 인사를 마친 박 전 의원은 차를 타고 1.8㎞ 떨어진 이화동 종로노인종합복지관으로 이동했다.

박 전 의원은 강당에서 하는 공연을 보기 위해 모인 300명의 시민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했다. “당선되면 노인 일거리 좀 늘려줘요” “아직 2등(여론조사)인데 곧 따라잡겠지?”라는 반응이 나왔다. 김영수(78)씨는 “일할 사람이 돼야지, 다른 자리(대통령) 올라가려는 사람(오세훈)은 안 돼”라고 했다.

 박 전 의원은 봉익동 귀금속 세공·유통단지도 찾았다. 이곳에서 서울주얼리산업협동조합 곽정옥 상무가 “현역 의원 때 추진했던 이곳 산업특구 계획을 계속해 주실 겁니까”라고 묻자 박 전 의원은 “그래야죠”라고 맞장구를 쳤다. 그러면서 “그때 계획했던 예산 1500억원이 (2011년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으로 자진) 사퇴하지 않았으면 그대로 투입됐을 텐데”라고 했다.

 종로 경선엔 ‘정인봉 변수’도 있다. 당협위원장인 그는 당원 여론조사가 30% 반영되는 경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 위원장은 이날 오전 7~9시 경복궁역 2번출구 앞에서 출근 인사를 했다. 지난 10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길에서 “사교육 없애는 정인봉!”을 외쳤다고 한다. 정 위원장은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거라고 하는데 지금으로선 전혀 그런 생각 없다”고 말했다.

 오후 7시 청운동 궁정교회. 각기 다른 곳을 돌던 오 전 시장, 박 전 의원이 마주쳤다. 두 사람은 “만나니깐 좋네”(박진), “아, 여기도 왔어요?”(오세훈)라고만 한 뒤 더 말을 나누지 않았다. 각자 명함만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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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이 머쓱하게 예배당 뒤편에 서 있는 모습을 본 교인이 다가와 “기념 촬영을 하자”며 분위기를 풀어주려 했다. 박 전 의원이 앞장서 따라가며 말 대신 오 전 시장에게 함께 가자는 신호를 보냈다. 오 전 시장은 기자에게 “이렇게 쑥스럽게 마주치는 일이 종종 생겨요”라며 웃었다.

 이날 오 전 시장의 이동 경로는 총 22.8㎞. 박 전 의원은 16.2㎞였다. 하지만 박 전 의원은 “아침 출근 인사를 한 시간에 1000명 정도에게 해왔다”고 말했다. 두 후보가 만난 중장년층은 정책 아이디어를 건넬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청년층은 무덤덤했다. 궁정교회에서 두 사람의 명함을 받은 안준성(20)씨는 휴대전화로 모바일 포털사이트에 접속해 두 사람이 누군지 찾아보는 모습이었다. 안씨는 “어디서 많이 본 사람들이라 이름을 쳐봤다”고 했다.

글=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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