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전에 털기…3월에만 4만3000가구 분양

중앙일보

입력 2016.02.18 00:01

업데이트 2016.02.1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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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경기도 고양시에서 전세를 사는 임준호(38)씨는 요즘 새 아파트를 분양 받을 지 고민 중이다. 지은 지 20년 넘는 아파트에 살고 있는 데다 전셋값 부담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임씨는 “시장 분위기를 볼 때 분양 받았다가 손해를 볼 수도 있을 것 같지만, 3월에 분양 물량이 많다고 하니 일단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분위기 좋았던 지난해의 2배 수준
5월 부터는 지방도 주택대출 조여
시장 가라앉기 전 물량 소화 작전
개포동 재건축이 최대 관심 지역

 다음달에만 4만 가구 넘는 새 아파트가 분양시장에 쏟아진다. 주택시장 성수기라는 점을 감안해도 많은 수치다.

17일 부동산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3월 전국에서 61개 단지 4만3020가구(주상복합 포함)가 분양될 예정이다. 분양 경기가 괜찮았던 지난해 같은 달(2만2159가구)의 두 배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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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물량으로는 이 업체가 관련 통계를 조사한 2000년 이후 최대다. 서울(2168가구)을 포함한 수도권 분양 물량이 2만1790가구로 전체의 절반 수준이다. 지방에선 2만1230가구가 나온다.

 건설사가 3월 분양시장에 대거 뛰어드는 것은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와 공급 과잉 논란 등 악재로 시장이 더 가라앉기 전에 가급적 분양 물량을 털기 위해서다. 5월부터 지방에서도 주택대출 심사가 강화될 예정이라 그 전에 분양을 마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4월 총선 이후 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어 그 전에 주요 단지 분양을 끝내려 한다”며 “하반기에 시장 흐름을 반전시킬 만한 정책적인 호재가 없을 수 있다는 판단도 깔린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다 지난해 말 이후 주택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분양 일정이 미뤄진 단지도 대거 추가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분양 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곳이 적지 않아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김수연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주택시장 분위기가 계속 안 좋을 경우 최근 미분양이 늘고 있는 광주·용인·화성·평택 등 단지의 분양시기는 총선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물량엔 GS건설·대림산업 등 대형업체가 짓는 인기 브랜드 아파트가 많다. 대형사의 아파트는 시공이나 입주 후 하자·보수 측면에서 유리한 편이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 팔기도 수월하다.

서울에선 교통·교육여건이 좋은 재개발·재건축 단지가 관심을 끈다. 삼성물산이 개포동 주공2단지를 재건축하는 래미안 블레스티지가 대표적이다. 이 단지는 개포지구 저층 단지 중 첫 분양물량이다. 전용면적 85㎡ 이하의 중소형은 물론 85㎡를 초과하는 중대형 물량도 적지 않다.

수도권에서는 하남시 미사강변도시와 화성 동탄2신도시 등 인기 공공택지 물량이 대기 중이다. 공공택지 아파트는 주거 환경이 쾌적한 데다 정부가 분양가를 규제하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지방에서는 부산·대구·광주광역시 등에서 물량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청약 전에 입지여건과 분양가 수준 등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근 청약시장에서 인기지역과 비인기지역의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어 더 그렇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2일까지 분양된 32개 단지 중 15곳(47%)이 순위 내 미달됐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96개 사업장 가운데 순위 내 미달 단지가 37.5%(36곳)였지만, 한 달 새 그 비중이 10%포인트 정도 커졌다.

특히 울산 학산동, 충남 천안시, 충북 음성군 등 지방 아파트가 줄줄이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도 일부 포함돼 있었다. 1순위 마감 단지는 전체의 37.5%인 12곳에 그쳤다. 서울 강남권과 대구 등 인기지역 물량이 대부분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봄 이사철을 맞아 신규 분양이 본격화하면 상대적으로 입지가 좋은 서울과 지방 대도시 단지에는 청약자가 몰리겠지만, 공급이 많은 일부 수도권과 지방 중소도시에는 미분양이 쌓이며 양극화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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