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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TED상 받은 ‘현대판 인디아나 존스’ 파캣 교수 “21세기 세계 탐험대 만들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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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이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주인공이 돼 고대 유적지 탐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16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지식나눔 축제 TED콘퍼런스에서 TED프라이즈를 받은 사라 파캣 미국 앨라배마대 교수는 “상금 100만 달러(약 12억 5000만 원)로 고대 유적지 탐사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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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파캣 미국 앨라배마대 교수.

TED프라이즈는 TED콘퍼런스가 매년 ‘세상을 바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파캣은 인공위성에서 찍은 적외선 사진을 분석해 땅 속에 묻힌 고대 유적지를 연구하는 고고학자다. 2011년 미 항공우주국(NASA) 등의 지원을 받아 이집트 사카라ㆍ타니스 지역에 묻힌 미발견 피라미드 17기, 무덤 1000여 기, 거주지 유적 3000여 곳을 찾아냈다. ‘인공위성 고고학자’ ‘현대판 인디아나 존스’란 별명으로 더 유명하다. 최근에는 고대 유적의 도굴ㆍ밀매를 막는데 관심을 쏟고 있다.

파캣은 이날 수상 강연에서 “21세기 세계 탐험대(21st century army of global explorers)를 조직해 숨은 유적지를 찾고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계획은 한마디로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 대중을 생산 과정에 참여시키는 방식)’ 고고학 탐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세계 곳곳의 위성 사진을 올려놓고 누구든 자신이 관심 있는 지역의 사진을 다운 받아 유적을 찾도록 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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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 사진으로 찾아낸 튀니지의 고대 유적(검은색 부분)

여러 사람이 유적이 있다고 중복 지적한 곳은 전문가가 직접 검증한다. 참가자에겐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들에게 제공되는 사진은 파캣 연구팀이 개발한 프로그램에 의해 이미지가 최대한 단순화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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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 사진으로 찾아낸 튀니지의 고대 유적(검은색 부분)

파캣은 “일반인들도 충분히 분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플랫폼을 게임처럼 만들어 유적을 많이 찾으면 랭킹이 올라가도록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대신 위성사진을 도굴에 악용할 수 없도록 구체적인 지명이나 GPS정보 등은 제공하지 않는다.

파캣에 따르면 전 세계 고대 유적지 후보 가운데 실제 탐사된 곳은 1%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불법 도굴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원전 2030~1640년 번성했던 이집트 중기 왕국의 수도 ‘엘 리슈트’ 유적지가 대표적이다. 위성사진 분석에 따르면 2011년 515개였던 도굴 터널은 2012년 690개가 됐다. 도굴 면적도 2㎢에서 8㎢로 늘었다. 파캣은 “고고학자들과 각국 정부의 힘만으로는 도굴을 막기 힘들다.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크라우드 소싱’ 캠페인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밴쿠버(캐나다)=김한별 기자 kim.hanbyul@joongang.co.kr

◇TED는=기술(Technology)ㆍ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ㆍ디자인(Design)의 영문 머리글자. 세계 각국의 지식인들이 과학기술ㆍ예술ㆍ인문학을 넘나드는 창조적 아이디어를 나누는 모임이다. 지난 15일 시작된 올해 주제는 ‘꿈’이다. 중앙일보는 국내 언론 중 유일하게 6년 연속 TED에 초청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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