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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 미리 가 본 '가상현실 테마파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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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멧을 쓰고 얼굴 가리개를 내리자 눈 앞에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 나왔던 것 같은 고대 사원의 모습이 펼쳐진다. 푸른색 원피스를 입고 있던 여자 동료는 한순간 정글 모자를 쓴 탐험가로 변신했다.

허공에 떠 있는 횃불을 잡아 벽에 불을 붙이자 벽이 산산조각난다. 쏟아지는 불꽃을 헤치고 앞으로 나간다. 좁고 어두운 미로를 돌아 나가자 갑자기 거대한 용이 달려든다. 용을 피해 도망가자 이번에는 바닥이 돌연 허공으로 치솟는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옆에 선 동료의 비명소리가 귀를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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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타트업 보이드(Void)사가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짓고 있는 ‘가상현실(Virtural Reality) 테마파크’의 모습이다. 정식 명칭은 보이드 ‘가상현실 엔터테인먼트 센터(VEC)’. 보이드는 15일(현지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개막한 TED콘퍼런스장에 VEC를 미리 엿볼 수 있는 체험장을 공개했다. SF 영화·소설 속에나 나올 법한 환상의 세계를 현실 속에 구현한 곳이다.

TED의 VEC 면적은 9mX9m다. 실제 짓고 있는 시설 면적(18mX18m)의 4분의 1 규모다. 언뜻 적어보이지만 끊임없이 변하는 가상현실 때문에 체감 면적은 실제보다 훨씬 크게 느껴진다. 솔트레이크 VEC에는 이런 체험장이 여럿 들어설 예정이다.

보이드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제임스 젠슨은 “동시에 여러 영화를 상영하는 멀티플렉스 극장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책임자(CEO) 켄 브렛슈나이더는 VEC를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라고 묘사했다. 그는 “영화 속 한 장면 속으로 들어가 좀비가 될 수도 있고, 주인공이 돼 괴물과 전투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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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드 CEO 브렛슈나이더. 사진 밴쿠버=김한별 기자.

보이드 VEC는 ‘렙처(Rapture, 황홀감)’라고 불리는 장비를 착용하고 체험할 수 있다. 렙처는 오토바이 헬멧을 닮은 머리고정형디스플레이(HMD), 체험자의 움직임에 따라 가상현실 반응을 전달하는 햅틱 조끼, 조끼 뒤에 매는 휴대용 컴퓨터 등으로 구성된다. HMD는 곡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돼 있다. 양 눈에 각각 해상도 1080P의 선명한 영상을 제공한다. 기존 안경형 HMD와 달리 안경을 쓴 기자도 큰 불편 없이 착용할 수 있었다. 헬멧 안쪽에는 마이크와 스피커가 내장돼 있어 함께 파트너와 대화를 주고 받으면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조끼와 컴퓨터의 무게는 약 1.8㎏ 정도다. 평균 체형의 성인이 입고 움직이는데 큰 부담이 없는 무게다.

솔트레이크의 보이드 VEC는 올해 10월께 문을 열 예정이다. 입장료는 29~35달러(약 3만5000~4만2000원)로 책정됐다. CEO 젠슨은 “미국은 물론 유럽 등 세계 곳곳에 VEC를 열 계획”이라며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도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TED는 기술(Technology)·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디자인(Design)의 영문 머리글자다. 세계 각국의 지식인들이 과학기술과 예술, 인문학을 넘나드는 창조적 아이디어를 나누는 세계인의 지식나눔 축제다. 15일부터 닷새간 열리는 TED2016의 주제는 꿈(Dream)이다. 전 세계 58개국 1350명이 참석할 예정이고, 국내 언론 중에는 유일하게 중앙일보가 초청을 받았다.

밴쿠버(캐나다)=김한별 기자 kim.hanb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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