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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오승환 "세계 최초로 한미일 구원왕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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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피터=김식 기자]

지난달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계약을 맺은 오승환(34). 스프링캠프 합류를 위해 지난 11일 출국하자마자 몸을 만들어왔던 그는 15일(한국시간) 모처럼 운동을 쉬었다.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에 도착한 이후 사흘간 로저딘 스타디움에서 개인훈련을 해왔는데 스프링캠프 개장(19일)을 앞두고 훈련장이 문을 닫은 탓이었다.

이날 로저딘스타디움에서 기자와 만나기로 약속했던 오승환은 "인터뷰 장소를 변경해야 한다"며 그가 묵었던 호텔로 초대했다. 오승환이 땀흘리는 모습을 볼 순 없었지만 호텔 로비에서 1시간 넘게 그의 시련과 도전, 그리고 커다른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해외도박 파문 이후 표정이 딱딱해졌던 '돌부처' 오승환은 긴 대화를 이어가는 동안 가끔씩 미소를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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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스포츠인텔리전스]

미국에 와보니 어떤가.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시차적응을 못해서 아직도 졸리다. 몇몇 동료들과 인사하고 같이 훈련도 했는데 느낌이 좋다. 메이저리그(MLB)는 선수의 훈련 루틴(습관)을 존중한다."
이제 캐치볼을 하는 수준인데도 미국 언론과 관계자들이 오승환 선수의 구위에 관심이 높다.
"음, 그건 그냥 립서비스라고 본다. 내가 갖고 있는 걸 보여주기 위해 착실히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지난 14일자 세인트루이스 포스트 디스패치에 따르면 명포수 출신 마이크 매서니(46)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오(Oh·오승환)의 공은 엄청난 움직임을 보이며 돌진한다"고 칭찬했다. 옆에 있던 오승환의 에이전트 김동욱 스포츠인텔리전스그룹 대표는 "미국 기자들이 50m 캐치볼 하는 걸 보고 오승환의 구종과 제구를 판단하더라. 세인트루이스 구단도 오승환의 공 스피드가 아닌 강한 회전력을 높이 평가했다" 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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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스포츠인텔리전스]

오승환 선수가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미국 대표팀을 상대하는 걸 보고 MLB에 진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난 그렇지 않았다. 2005년 신인왕을 받은 젊은 선수였고, 해외에 진출할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대표팀에서 포수 장비를 나르는 막내였으니까. (그러나 당시 미국 대표팀 포수였던 마이클 바렛은 오승환의 피칭을 보고 '시속 170㎞ 강속구를 던지는 것 같다'며 감탄했다.) 2년 전 일본 한신 타이거스에 입단할 즈음에야 MLB 도전을 생각했다."
세인트루이스는 불펜이 워낙 강한 팀인데.
"마무리 트레버 로젠탈뿐 아니라 세스 마네스, 조나단 브록스턴, 케빈 시그리트 등 강한 불펜투수들이 있다. (세인트루이스는 지난해 팀 평균자책점 2.94로 MLB 1위, 불펜 평균자책점 2.81로 3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프로 선수라면 항상 경쟁해야 하고 이겨내야 한다. 동료 불펜투수들이 강하면 내가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등판할 확률이 높다. 반대로 내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 주자를 남겨두고 마운드에서 내려와도 동료들이 잘 막아준다면 좋은 기분과 리듬으로 다음 경기에 나설 수 있다."
올 시즌을 어떻게 준비했는가.
"항상 그렇듯 12월에 괌에 가서 열심히 훈련했다. 선크림을 잔뜩 바르고 운동해도 볕이 따가워 온몸이 새카맣게 그을렸다. 코에 화상까지 입었다. 지난달에는 팀이 정해지지 않았고 비자 문제로 출국할 수 없어 실내훈련장에서 공을 던졌다. 10년째 매년 1월에 피칭을 시작했는데 그렇게 추운 날씨에서 공을 던진 건 처음이다. 지난 겨울 도박 파문으로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려 정말 죄송했다. 반성의 기회를 가졌고, 내가 처음 야구를 시작했던 초심을 되새겼다."
오늘 쉬는 날인데 인터뷰 끝나고 뭘 할건가.
"일단 장을 봐야 한다. 지금은 영양섭취와 식이요법이 정말 중요한 시기다. 신선한 고기와 야채를 사서 내가 직접 요리를 한다." (김 대표는 '요즘 오승환은 탄수화물 섭취를 자제하고 맥주는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는다' 고 말했다.)
MLB에서 어떤 기록을 남기고 싶은지.
"한국·일본·미국 3개국에서 타이틀을 딴 야구선수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MLB에서 개인 타이틀을 얻고 싶다."

신인 시절 오승환에게 목표를 물어보면 "1군에서 살아남는 것"이라고 답했다.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되고 나서는 "구원왕보다 세이브 실패를 줄이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뻔한 대답이 나올 것 같아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질문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승환은 예전과 달리 구원왕을 차지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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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피터=김식 기자]

한국에서 5차례, 일본에서 2차례 구원왕을 차지했던 그는 MLB에선 셋업맨으로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인트루이스와의 계약기간(1+1년 총액 1100만 달러)이 짧기 때문에 그의 위상과 보직은 머지 않은 미래에 마무리 투수로 바뀔 수도 있다. 긴 인터뷰 끝에 그의 진심이 엿보였다.

주피터=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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