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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문재인 '양산 칩거' 접고 20일만에 국회 복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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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가 10일 양산 자택 인근 산책로에서 대표 사퇴 후 심경을 처음으로 털어놨다. 문 전 대표는 "여기 바람 한번 들면 (여의도 정치권)가기가 싫어진다"고 했다. 뒤에 있는 개는 반려견인 풍산개 `마루`. 사진 강태화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4일 밤 경남 양산 자택에서의 ‘칩거’ 생활을 마무리하고 서울로 돌아왔다. 문 전 대표는 14일 양산 자택 인근의 한 성당에서 미사를 드린 뒤 양산생활을 정리하고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직접 운전해 서울 홍은동집으로 상경했다고 한다. 문 전 대표의 복귀는 지난달 27일 당대표직에서 물러난지 20일만이다.

문 전 대표는 당초 이번주까지 양산에 머물며 총선 전략 등을 구상할 계획이었다. 문 전 대표측 관계자는 “당 대표 사퇴 후 일부 측근들은 ‘독자행보’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당의 요구가 있을 때까지 행보를 자제하자’는 의견이 많았다”며 “문 전 대표의 상경 결정은 북한의 핵실험에 이은 미사일 발사와 개성공단 폐쇄 등 안보상황이 엄중한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10일 양산 자택에서 본지 기자와 만나서도 “국회가 본격적으로 돌아가면 별 수 있겠느냐”며 국회 복귀 시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15일 오후 2시로 예정된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국방위 소속이다. 특히 언론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며 양산에 머물던 중에도 그는 지난 10일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결정이 나온 뒤부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개성공단 폐쇄결정을 철회하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는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현재 한반도는 6.25전쟁 이후 최악의 총체적인 안보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개성공단은 남북관계의 완충지대로 최후의 안전판 역할을 해왔는데, 정부가 스스로 안전판을 걷어차 버린다면 한반도의 불안정성은 더욱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대 정부의 오랜 노력으로 이룩한 남북관계의 발전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고 냉전시대 대치상황으로 돌아가는 무모한 처사다. 한반도 위기를 관리하고 국민을 안심시켜야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정부가 오히려 위기를 키우고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정말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라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는 12일 트위터에는 “개성공단 폐쇄 결정은 박근혜 정권 최악의 잘못”이라고 한 데 이어, 14일에도 “여당 일각에서 전쟁불사와 핵무장을 주장하고, 국민안전처는 전쟁발발에 따른 국민행동요령을 배포하고 있다. 이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며 “진짜 전쟁이라도 하자는 것인지,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과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는 국민들을 안중에나 두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문 전 대표의 국회 복귀 시점이 16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연설 직전으로 맞춰진 점도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국회연설에서 안보사태와 관련한 초당력 협력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당내에선 김종인 비대위원회 대표가 “개성공단 문제는 단순한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기존 더민주의 대북관과 온도차를 보이는 상황에서 정부와 각을 세워온 문 전 대표의 복귀가 당의 대북 스탠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거란 전망도 나온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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