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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유승민 그렇게 대단한가, 내가 칠 대상은 저성과자일 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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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위원장 “100% 국민경선은 없다”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가운데)이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회의에 앞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13일 본지 인터뷰에서 “100% 국민경선이라는 건 없다. 전략공천은 안 하지만 개혁공천은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왜 친박·비박 구분이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황진하 사무총장, 이 위원장,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 [사진 김상선 기자]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1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 성과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현역 의원들)이 유승민 의원을 끌고 나와 자기방어를 한다”고 말했다.

본지 인터뷰서 거침없는 소신
“일 안 하는 양반집 도련님 배제
유 겨냥했다는 건 웃기는 얘기
켕기는 사람들이 유 끌어들여
전략공천 않지만 개혁공천 해야”

청와대와 불화 끝에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유 의원과 그 측근인 대구·경북(TK) 지역 의원들이 ‘물갈이 공천론’에 대해 보이는 반발을 비판한 발언이다.

 또 이 위원장은 “(새누리당) 당헌에 ‘100% 국민경선 하라’고 나와 있지 않다”며 “김무성 대표도 표현을 그렇게 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는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면서 100% 상향식 공천을 ‘완전국민경선’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친박계 최고위원들의 지지를 받아 공천위원장이 됐다. 이 과정에서 비박계인 김무성 대표는 마지막까지 이 위원장에게 자리를 넘겨주길 주저했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 주요 문답.

최근 소속 의원을 ‘양반집 도련님’에 비유해 공천에서 배제하겠다고 했는데.
“일한 사람이 갖다 바친 것을 챙겨 먹기만 하는 사람이 ‘양반’이다. 물론 양반 중에선 공익적인 일을 하는 분도 있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다. 거기에 ‘도련님’까지 붙으면 더 심하게 일을 안 하는 사람을 뜻한다. 사회 기여도 안 하고 자기 편하게 잘사는 생각만 가진 사람이 국회에 많으면 안 된다.”
양반집 도련님 같은 사람이 새누리당 현역 의원 중에 많다고 보나.
“제법 있다.”
그 말이 유승민 의원을 겨냥했다는 해석도 당 일각에서는 하는데.
“유 의원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 나는 저성과자를 친다고 했다. 그것을 ‘유승민을 치겠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건 웃기는 얘기다. 유 의원이 비판받을 게 있지만 성과가 없어서 비판받는 건 아니다. 스스로 성과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기가 켕기니까 유 의원을 끌고 나와 자기방어 하는 거 아닌가.”
상향식 공천이 원칙인데 공천위에서 ‘치겠다(공천 탈락)’는 말을 할 권한이 있나.
“당헌·당규에 나와 있는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이미지 충돌이 일어난다고 보면 안 된다.”
당의 원칙은 ‘완전국민경선’이지 않나.
“우리 당헌에 ‘100% 국민경선하라’고 나와 있지 않다. 우선·단수추천이라는 (하향식 공천) 제도가 분명히 있고, 부적격 심사도 하도록 돼 있다. 김무성 대표도 당헌을 몰라 ‘완전국민경선’이라 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표현을 그렇게 할 뿐이다.”
그런 입장이 예전 전략공천(경선 없이 중앙당에서 후보를 정하는 공천) 부활을 시사한다는 지적이 있다.
“옛날 식의 전략공천은 없는 게 확실하다. 그렇지만 개혁공천은 해야겠다. 물론 당헌·당규를 통해서다. 정치 신인과 소수자는 최대한 등용시키도록 노력하겠다.”
정치 소수자란 누구인가.
“우리 당에 변호사가 너무 많다. (20대 국회엔) 변호사보다 문화 창달, 창조적 기술 개발, 세계화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국회에 더 많이 들어와줘야 한다.”
공천위 인선에 청와대 입김이 작용했다는 말도 있다.
“무슨 얘긴지 모르겠다. 그건 나에게 질문할 사항이 아니다. 공천위원장은 악역일 뿐 좋은 자리도 아니다.”
공천위원장이 ‘범박계’여서 친박계가 유리할 것이란 비박계 반발이 있는데.
“난 개혁공천을 할 뿐이다. 그러기 위해선 자연스럽게 기득권 수호층은 걸러낼 수밖에 없다. 물론 나 혼자 맘대로가 아니라 사전 합의를 통해 하겠다. 왜 자꾸 친박·비박 구분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글=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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