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1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 성과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현역 의원들)이 유승민 의원을 끌고 나와 자기방어를 한다”고 말했다.
본지 인터뷰서 거침없는 소신
“일 안 하는 양반집 도련님 배제
유 겨냥했다는 건 웃기는 얘기
켕기는 사람들이 유 끌어들여
전략공천 않지만 개혁공천 해야”
청와대와 불화 끝에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유 의원과 그 측근인 대구·경북(TK) 지역 의원들이 ‘물갈이 공천론’에 대해 보이는 반발을 비판한 발언이다.
또 이 위원장은 “(새누리당) 당헌에 ‘100% 국민경선 하라’고 나와 있지 않다”며 “김무성 대표도 표현을 그렇게 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는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면서 100% 상향식 공천을 ‘완전국민경선’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친박계 최고위원들의 지지를 받아 공천위원장이 됐다. 이 과정에서 비박계인 김무성 대표는 마지막까지 이 위원장에게 자리를 넘겨주길 주저했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 주요 문답.
- 최근 소속 의원을 ‘양반집 도련님’에 비유해 공천에서 배제하겠다고 했는데.
- “일한 사람이 갖다 바친 것을 챙겨 먹기만 하는 사람이 ‘양반’이다. 물론 양반 중에선 공익적인 일을 하는 분도 있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다. 거기에 ‘도련님’까지 붙으면 더 심하게 일을 안 하는 사람을 뜻한다. 사회 기여도 안 하고 자기 편하게 잘사는 생각만 가진 사람이 국회에 많으면 안 된다.”
- 양반집 도련님 같은 사람이 새누리당 현역 의원 중에 많다고 보나.
- “제법 있다.”
- 그 말이 유승민 의원을 겨냥했다는 해석도 당 일각에서는 하는데.
- “유 의원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 나는 저성과자를 친다고 했다. 그것을 ‘유승민을 치겠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건 웃기는 얘기다. 유 의원이 비판받을 게 있지만 성과가 없어서 비판받는 건 아니다. 스스로 성과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기가 켕기니까 유 의원을 끌고 나와 자기방어 하는 거 아닌가.”
- 상향식 공천이 원칙인데 공천위에서 ‘치겠다(공천 탈락)’는 말을 할 권한이 있나.
- “당헌·당규에 나와 있는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이미지 충돌이 일어난다고 보면 안 된다.”
- 당의 원칙은 ‘완전국민경선’이지 않나.
- “우리 당헌에 ‘100% 국민경선하라’고 나와 있지 않다. 우선·단수추천이라는 (하향식 공천) 제도가 분명히 있고, 부적격 심사도 하도록 돼 있다. 김무성 대표도 당헌을 몰라 ‘완전국민경선’이라 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표현을 그렇게 할 뿐이다.”
- 그런 입장이 예전 전략공천(경선 없이 중앙당에서 후보를 정하는 공천) 부활을 시사한다는 지적이 있다.
- “옛날 식의 전략공천은 없는 게 확실하다. 그렇지만 개혁공천은 해야겠다. 물론 당헌·당규를 통해서다. 정치 신인과 소수자는 최대한 등용시키도록 노력하겠다.”
- 정치 소수자란 누구인가.
- “우리 당에 변호사가 너무 많다. (20대 국회엔) 변호사보다 문화 창달, 창조적 기술 개발, 세계화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국회에 더 많이 들어와줘야 한다.”
- 공천위 인선에 청와대 입김이 작용했다는 말도 있다.
- “무슨 얘긴지 모르겠다. 그건 나에게 질문할 사항이 아니다. 공천위원장은 악역일 뿐 좋은 자리도 아니다.”
- 공천위원장이 ‘범박계’여서 친박계가 유리할 것이란 비박계 반발이 있는데.
- “난 개혁공천을 할 뿐이다. 그러기 위해선 자연스럽게 기득권 수호층은 걸러낼 수밖에 없다. 물론 나 혼자 맘대로가 아니라 사전 합의를 통해 하겠다. 왜 자꾸 친박·비박 구분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글=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