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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SKY 많이 못가 실망” 축사에 썰렁해진 은광여고 졸업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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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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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사립고교 이사장이 졸업식 축사로 올해 대입 결과를 거론하며 “ 졸업생들에게 정말 실망했다”고 말하자 장내가 술렁였다. 학교법인 국암학원재단 김승제(64·사진) 이사장은 지난 12일 서울 도곡동 은광여고에서 열린 졸업식에 참석해 졸업생 400여 명과 학부모·교사 등 600명 앞에서 축사를 했다.

김승제 이사장 직설적 발언
학생 “입시 하나로 평가 속상해”

 김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올해 서울대와 연세대·고려대·이대·숙대에 간 학생들이 여기서 3분의 1도 안 된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그는 이어 “작년, 재작년만 해도 숙대 이상을 간 학생들이 50~70%에 달했다”며 “이런 입시 결과가 선생님들 탓이냐. 선생님들이 잘못 가르친 탓이냐”며 반복해 묻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학교를 위해 200억원을 투자했다. 은광이 세계 명문 여학교로 크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행사장에 있던 한 졸업생은 “이사장의 축사로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졸업식에 참석했던 다른 인사가 ‘이사장이 한 말에 너무 신경 쓰지 말라. 이사장이 너무 큰 꿈을 꾸는데 그 꿈을 조금은 버려야 할 것 같다’며 분위기를 수습하는 말을 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김 이사장은 2002년 은광학원을 인수해 은성중학교와 은광여고를 운영했다. 학교 인수 전엔 1985년 서울 목동에서 대형 입시 전문학원을 세워 학원사업을 벌였다. 이 학원은 90년대 중반 프랜차이즈 학원이 목동에 진출하기 전까지 목동 학원가에선 유일무이한 대형 학원이었다.

  학교 관계자는 “수능 만점자가 4명이나 나온 지난해보다 올해 성적이 조금 떨어진 면이 있다. 학생들을 강하게 격려하려는 취지였는데 이사장이 말하는 톤이 높아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졸업생은 “모두가 가진 꿈이 다른데 입시 결과 하나로 우리를 평가하는 것 같아 속상했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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