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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신경을 긁는 도발적 비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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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본선 8강전 1국> ○·탕웨이싱 9단 ●·박정환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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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보(1~11)=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말이 있다. 승부세계에서 이 말만큼 선연히 와 닿는 말도 드물지 않을까. 8강 고지에서 격돌한 박정환과 탕웨이싱이 그렇다.

우선 둘은 1993년생 동갑내기이고 2014년 이 대회 준결승 3번기에서 마주쳐 2승 1패로 이긴 탕웨이싱이 결승무대에 올랐던 악연이 있다. 이 대국 전까지 통산 전적은 박정환이 3승 2패로 앞서 있으나, 박정환으로서는 한발 앞선 3승보다 타이틀 획득의 문턱에서 넘어진 삼성화재배의 2패가 훨씬 쓰라리다.

 돌을 가려 박정환의 흑. 우반부 1, 3의 소목 포진에 좌반부 2, 4의 향소목은 어쩐지 도발적이다. 고저장단의 균형을 고려하면 좌하귀 4는 8쪽에 있어야 그럴 듯한데 우하귀 3과는 나란히, 좌상귀 2와는 마주보는 형태로 자리를 잡은 것은 은근히 신경을 긁는(?) 도발적 비틀기의 의미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좌하귀 8로 끌었을 때 흑A로 정석을 진행하지 않고 좌상귀로 날아간 9는 최신유행. 고수는 뒷맛을 아낀다. 고수들의 바둑일수록 완성된 형태를 보류하고 손을 돌리는 장면이 많다. 좌하귀 10으로 끊으면 ‘참고도’의 진행을 밟아볼 수 있으나 박정환은 섣불리 밑그림을 그리지 않고 우상귀 11의 긴 호흡을 택한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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