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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추가 골절 예방하는 ‘골형성제’ 보험 적용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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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규현(대한골대사학회 회장, 연세대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최근 이희호 여사의 갑작스러운 낙상 소식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여사께서는 고령에 의한 골다공증성 골절로 진단받았을 것이다. 골다공증을 치료하는 의사로서 환자와 가족이 경험하는 고통과 두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더욱 마음이 아팠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노인 건강에 위협이 되는 중증 골다공증성 골절의 예방과 치료·관리에 대해 몇 가지 짚어 보고자 한다.

첫째, 노인의 경우 한번 부러진 뼈는 또 골절되기 쉽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이를 ‘추가 골절’의 위험이 커진다고 말한다. 척추골절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두 번째 추가 골절 위험이 3.2배, 세 번째 추가 골절 위험이 약 10배나 높아진다. 고관절 골절 역시 마찬가지다.

골다공증성 골절이 발생한 환자는 거동이 불편해 장기 요양을 받아야 하고 이로 인해 욕창·폐색전증·폐렴·요로감염 등 내과적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몸을 움직이지 못하니 빠르게 쇠약해지고, 다른 부위의 뼈가 다시 부러지는 악순환을 겪는다. 사망에 이르는 가능성도 커진다. 50세 이상이 되면 고관절 골절로 인한 사망 확률이 여성 17.3%, 남성 22.6%나 된다는 보고가 있다.

둘째, 골다공증성 골절에는 추가 골절을 예방하기 위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이다. 다행히 2015년 5월부터 골다공증성 골절을 경험한 환자에게 3년간 골밀도 수치와 관계없이 골다공증 전문치료제의 보험 혜택이 연장됐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골흡수억제제만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골 형성 능력이 매우 감소한 고령자에서는 혜택이 제한된다. 뼈를 생성하는 골형성제의 경우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에겐 큰 부담이 된다. 이미 한 번 이상 골절을 경험한 환자는 골흡수억제제만으로는 추가 골절을 예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골형성제를 통해 전신의 뼈 건강을 강화함으로써 추가 골절을 막는 중증 골다공증 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

셋째, 노인에게 집 안팎은 모두 ‘골절’의 위험지대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흔히 낙상은 주로 미끄러운 빙판길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외로 집안에서 사고를 당한 환자 비율이 높다. 최근 조사에서 노인 낙상의 약 51%는 집안에서 발생한 것으로 발표됐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가장 안락한 곳이라 할 수 있는 침대에서 떨어진 사고가 집안 낙상사고의 절반 이상에 달했다. 고령의 골다공증 환자는 약한 충격에도 쉽게 골절이 발생할 수 있다.

집안에서 흔히 발생하는 낙상을 예방하려면 평소 적절한 근력운동을 하는 동시에 전등을 밝게 하고 집안을 어지럽히지 않는 등의 집안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 바깥 활동 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눈이 온 다음 날에는 되도록 외출을 자제하고, 부득이하게 나들이를 해야 한다면 보호자를 동반하거나 지팡이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이희호 여사의 쾌유를 기원하며 이번 사건이 낙상 예방과 골다공증성 골절 치료 및 관리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양규현(대한골대사학회 회장, 연세대 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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