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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2030 HPV·B형간염, 4050 대상포진, 6070 폐렴구균 백신 맞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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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성인 예방접종 올 가이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옛말이 있다. 큰 질병을 쉽게 막는 것이 호미로 표현되는 백신이다. 예방접종을 맞아야 하는 이유다. 어린이는 걱정할 게 없다. 국가예방접종지원사업에 따라 만 12세 이하 어린이는 국가가 관리해서다.

그런데 정작 성인은 예방접종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무엇을 언제 맞아야 할지 잘 모르는 것도 큰 이유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홍정익 예방접종관리과장은 “올해 대국민 성인 예방접종 캠페인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와 대한감염학회가 만 19세 이상 성인에게 권장하는 세대별 예방접종(10종)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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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은 나이·질환, 임신 여부, 항체 유무에 따라 권장되는 백신이 다르다. 특히 수두·MMR·대상포진백신(생백신)은 태아에게 영향을 줄 수 있어 임신부의 접종을 금한다.

청년기(만 19~39세), 성생활·해외여행 전 점검
대학 입학, 연애, 해외 여행, 군 입대, 취업, 결혼, 출산…. 만 19~39세 청년기의 사회활동은 왕성하다. 그만큼 챙겨야 할 접종이 성인 중 가장 많다.

길병원 산부인과 신진우 교수는 “이성과의 첫 성관계 전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을 필수적으로 맞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HPV는 자궁경부암의 주원인이다. 질·외음부·항문·구강 등에도 암을 유발한다. 주로 바이러스 보균자와의 성 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최초 성관계를 시작하기 전에 맞아야 효과가 있다. 대한감염학회는 13~26세 여성에게 HPV백신(가다실·서바릭스) 접종을 권장한다. 2014년 대한감염학회는 남자(9~26세)에게도 HPV 4가 백신(가다실)을 권장하는 개정 권고안을 내놨다. HPV가 남자에게 생식기 사마귀나 항문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청년기엔 유학·배낭여행·신혼여행 등 해외로 많이 나간다. 우리 국민은 해외 비위생 지역에서 A형간염 바이러스(HAV) 감염률이 높다. 증상은 고열, 권태감, 진한 소변, 복통, 황달 등이다. 강북삼성병원 감염내과 주은정 교수는 “HAV는 주로 대변을 통해 바이러스가 퍼지는데 여기에 오염된 물·음식을 섭취했을 때 감염된다”고 말했다. 해외여행 전에 백신을 맞는 것이 안전하다.

B형간염바이러스(HBV)는 HBV에 감염된 바늘로 문신·타투 시술을 받거나 귀를 뚫을 때, 피어싱을 할 때, 또는 HBV 보균자와 성관계를 가질 때 감염될 수 있다. B형간염은 우리나라 간경화·간암의 원인 70%에 달한다. ‘침묵의 질환’으로 불릴 만큼 눈에 띄는 증상이 없다. 첫 접종일을 기준으로 1개월 후, 또 6개월 후 등 총 세 차례 접종한다.

서울아산병원 건강의학과 박현정 교수는 “임신을 준비하고 있다면 풍진 바이러스 항체가 있는지 확인하고 항체가 없다면 임신 전에 홍역-볼거리-풍진 결합백신(MMR)을 맞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는 기형아 출산을 막기 위해서다. 임신 초기 풍진에 감염되면 태아에게 선천성 기형을 유발할 확률이 30~60%에 달한다.

수두바이러스(VZV)는 호흡기 분비물이나 피부 병변의 수포액과 닿아 감염된다. 가려움을 동반한 수포가 200~500개가량 생긴다. 박 교수는 “임신을 계획하는 여성이나 군인·교사 같은 직업군에서 항체검사 후 음성이면 2회 접종이 권장된다”고 덧붙였다.

중·장년기(만 40~64세), 대상포진 대비해야
만 40~64세 중년기는 건강한 노년을 준비하는 시기다. 만 39세 이전에 미처 챙기지 못한 백신이 있거나 건강한 노후를 위해 미리 맞아두면 좋을 백신을 점검해야 한다. 청년기 때 A·B형간염 백신을 놓쳤다면 반드시 챙기자. 박 교수는 “이전까지 A·B형간염 예방주사를 맞아본 적이 없고 항체도 없다면 백신을 접종받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대상포진 감염은 나이가 많을수록 잘 발병한다.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질 때 체내에 잠복하던 수두바이러스가 밖으로 나온다. 수포가 생기고 대상포진후 신경통이라는 합병증을 야기한다. 심하면 안면신경이 마비되거나 척수염·망막염 등을 동반할 수 있다. 대한감염학회는 50세 이상 성인은 대상포진 백신 접종이 가능하며, 60세 이상 성인은 금기사항이 없는 한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 홍 과장은 “60세 이상 성인이라면 과거 대상포진을 앓았든 앓지 않았든 상관없이 1회 접종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대상포진 예방백신은 MSD의 조스타박스가 유일하다. 50대에서 대상포진 발병 위험률을 70%가량 막는다. 백신을 맞고 대상포진에 걸리더라도 증상이 약하게 지나간다. 합병증도 적다. 단, 현재 항암치료를 받거나 간·콩팥 등 장기를 이식받아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인 환자는 대상포진 백신을 맞아서는 안 된다. 이 백신은 ‘생백신(살아 있는 백신)’인데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사람에게서 질병(대상포진)과 유사한 증상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길병원 감염내과 문송미 교수는 “이들은 정상인보다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여서 대상포진이 잘 발생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백신을 맞을 수 없다”고 말했다.

노년기(만 65세 이상), 폐렴·독감 백신 무료
통계청이 발표한 ‘2014 사망원인’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암>심장질환>뇌혈관질환>자살>폐렴>당뇨병 순으로 많이 죽는다. 이 가운데 폐렴이 감염병 중 유일하다. 폐렴은 노인을 잘 공격한다. 70대 사망원인 5위, 80대 사망원인 4위를 차지한다. 폐렴을 일으키는 가장 대표적인 균이 폐렴구균(폐렴사슬알균)이다. 콧물이나 기침분비물(비말)로 전파하기 쉽다. 이 균에 감염되면 부비동염·중이염·폐렴이나 수막염·균혈증 등을 야기할 수 있다. 65세 이상 노인, 만성 심혈관질환, 만성 폐질환, 당뇨병 환자군에서 폐렴구균에 감염되거나 합병증이 잘 생긴다.

2014년 대한감염학회는 건강한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폐렴구균 백신(13가 단백결합 백신 또는 23가 다당류 백신) 접종을 권고했다. 프리베나(13가), 뉴모(23가), 프로디악스23(23가) 등이 대표적인 폐렴구균 백신이다. 1회 접종으로 폐렴을 예방할 수 있다. 만 65세 이상 어르신은 국가예방접종지원사업에 따라 폐렴구균(23가)과 인플루엔자 백신을 무료로 맞을 수 있다. 폐렴구균은 전국 보건소, 인플루엔자는 매년 10~11월 전국 보건소 또는 민간위탁의료기관에서 무상 접종한다. 질병관리본부의 예방접종 도우미 사이트의 ‘의료기관 찾기’ 코너에서 보건소 백신 구비 현황, 가까운 민간위탁의료기관 등을 검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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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성인, 독감·파상풍 백신 주기적으로
성인 전 연령대에 권장되는 백신은 따로 있다. 우선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이다. 임신부도 해당된다. 홍 과장은 “임신부에게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매년 변신한다. 그래서 해마다 백신이 달라진다. 문 교수는 “매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하는 유행 예측주(유행 예상 바이러스)에 따라 새 백신이 출시된다”며 “매해 10~11월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Tdap) 백신은 전 연령대에 접종을 권한다. 이 세 가지 세균은 백일해를 넣거나 뺀 결합백신으로 한꺼번에 막을 수 있다. 이 중 파상풍균은 흙 속이나 녹슨 못 등에 존재한다. 몸의 상처 부위와 닿으면서 감염된다. 파상풍균이 만드는 독소는 중추신경계를 마비시켜 전신 근육을 굳게 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다.

디프테리아균은 급성호흡기 전염병을 유발한다. 백일해균은 기침·재채기를 통해 전파된다. 결합백신을 최초 접종할 때는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Tdap) 백신으로 맞는다. 이후 10년마다 파상풍-디프테리아(Td) 백신을 맞으면 된다.

사람이 많은 기숙사에 들어가기 전이나 사우디아라비아·아프리카로 입국할 예정이라면 수막구균(수막알균) 백신(멘비오·메낙트라) 접종이 1회 권장된다. 수막구균은 비강인두에 모여 있다가 침·콧물·가래 등 비말(작은 물방울)이나 분비물을 통해 전파된다. 수막염·패혈증 등 감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동남아 지역으로 여행을 가기 전 일본뇌염 백신을 맞는 것도 좋다. 지난해 4월 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사노피파스퇴르의 이모젭(생백신)에 대해 국내 최초로 성인도 접종할 수 있는 일본뇌염 백신으로 허가했다. 1회 접종하면 30일 후 항체전환율이 99.1%에 달한다.

성인예방접종에 대한 기타 정보는 질병관리본부가 개설한 성인예방접종 사이트(www.adultimmunization.kr) 및 예방접종도우미 사이트(https://nip.cd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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