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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이란 버금가는 ‘기회의 땅’ 선점 나서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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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6호 14면

양곤의 아웅산 수지 여사 자택 앞에서 관광객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한경환 기자

지난달 20일 낮 미얀마 최대 도시인 양곤 도심 마하반둘라 로드의 술래 파야(파고다)를 가운데 끼고 있는 로터리. 주변 도로는 넘쳐나는 자동차로 꽉 막혀 있다. 양곤의 불교 성지인 황금사원 쉐다곤 파야 인근이나 미얀마 민주화의 영웅 아웅산 수지 여사 자택 부근도 교통체증이 심각했다. 50년간의 군부독재 끝에 2011년에야 형식상 민정으로 이양한 나라가 맞나 싶을 정도로 양곤의 도로는 정신 없을 정도로 분주하고도 복잡했다.


서울 남대문 시장을 연상시키는 양곤 시내 테인기 마켓도 활기가 넘쳤다. 벵골만에 접해 있는 서북부 라카인주의 항구도시 시트웨에서는 인도양을 바라보는 해안 지역에 관광시설과 고급 레스토랑을 건설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개혁·개방과 민주화로 군정 잔재를 종식하고 도약을 꿈꾸는 미얀마의 현주소다.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수지 여사의 야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다음달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간선으로 선출되는 대통령을 배출하는 집권당이 된다. 수지 여사는 ‘외국 국적의 배우자 또는 자녀가 있는 경우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헌법 59조에 따라 개헌이나 특별법 제정 없이는 접수 마감인 3월 17일 대선 후보에 출마할 수 없다. 하지만 수지 여사 또는 그가 지지하는 NLD의 대리인이 대통령에 선출될 것은 확실시된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하면서 미국의 제재 전면 해제를 눈앞에 둔 미얀마가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경제 침체로 돌파구가 필요한 한국으로서도 미얀마는 인도·이란과 같은 신흥 대형 시장 못지않게 잠재력이 큰 파트너가 아닐 수 없다. 이백순 주미얀마 대사는 “최근 한국과 미얀마는 투자보장협정 체결을 계기로 더욱 가까운 전략적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있다”며 “경제 분야에서 상호 이익과 양국 국민 간의 우호관계 증진을 위한 노력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미얀마의 수출대상국 6위이며 수입대상국 9위다. 우리는 산업기계·수송기계·직물·섬유를 주로 수출하며 섬유·농산물·비철금속 등을 수입한다. 안재용 KOTRA 양곤 무역관장은 “미얀마는 잠자는 거대 미래 시장”이라며 “아직은 미성숙한 시장이지만 선점효과를 위해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시장 선도자)가 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중국·인도 등 신흥 거대경제권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을 잇는 요충지인 미얀마는 인건비가 중국의 3분의 1 수준밖에 안 돼 차세대 생산 거점으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와 철광석·구리·니켈 등 광물자원을 다량 보유하고 있으며 도로·항만·철도·통신·전력 등 인프라 건설 수요가 많다. 북서부 가스 시추 지역인 차욱퓨엔 대우인터내셔널이 가스전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은 미얀마의 최대 교역국이자 최대 투자국이다. 일본도 미얀마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미얀마 정부와 일본의 3대 종합상사가 공동 출자한 양곤 인근 틸라와 경제특구의 공업단지 1단계 사업은 지난해 9월 마무리됐다. 일본은 남서부 인도양 해안의 다웨이 경제특구 개발에도 공동투자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일본은 과거 미얀마에 제공한 차관 가운데 5000억 엔을 탕감하고 900억 엔 이상의 무상원조와 신규 차관 등을 제공했다.


미얀마는 중국·일본 등 강대국의 투자를 환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경계하기도 한다. 한국으로서는 이러한 점에 착안해 정부와 기업이 역할 분담을 해 치밀한 틈새 전략을 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안재용 무역관장은 “미얀마는 특히 한국의 발전 경험을 벤치마킹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미얀마인들의 기대도 크다. 미야트 르윈 미얀마 해양대 총장은 “민주화와 개혁·개방은 더 많은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며 “한국과도 협력의 폭을 넓혀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특히 한국의 인프라 투자를 기다리고 있다. 양곤강 판소단 선착장에서 만난 아예 아예 마르는 “강 건너 달라(Dalah)와 연결하는 다리를 한국 업체가 건설한다면 이 지역이 크게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본다는 그는 “한류로 한국에 대한 인상은 매우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양곤·시트웨·므라욱우=한경환 기자?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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