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강력 제재에 핵 포기한 ‘이란 모델’ 참고했다

중앙일보

입력 2016.02.12 02:53

업데이트 2016.02.14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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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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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합참의장회의 이순진 합참의장(왼쪽 화면 가운데)이 11일 서울에서 한·미·일 3국 합참의장 화상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회의는 미국 하와이에서 열렸다. 3국 합참의장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 정보 공유 및 협력방안 등을 논의했다. [사진 합참]

지난달 22일 외교·국방·통일부 신년 업무보고가 열렸던 청와대 영빈관. 북한이 4차 핵실험(1월 6일) 보름 뒤 열린 외교안보부처 업무보고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6자회담 무용론’을 공개적으로 말했다. 박 대통령은 회의가 비공개로 이어지자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이란의 핵 포기를 화두로 꺼냈다고 한다.

연초 외교안보 업무보고 때 거론
“안보리의 이란·북한 제재 비슷
그럼에도 이란이 핵 포기한 건
미국·EU 강력한 단독제재 때문”
북, 무역규모 작고 중국 의존 커
“이란모델 적용 힘들다” 지적도

당시 참석자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발언을 이어 가다 “이란은 핵을 포기했다. 이란의 경우 (핵을 포기하게 하는 데) 어떻게 성공했느냐. 이란은 변하는데 우리도 북한이 변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조치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성공한 비결을 북한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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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사전 자료에 ‘이란 핵 협상’ 부분을 넣었다가 이날 보고할 때는 생략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이란 모델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그 이후 청와대 내에선 ‘이란의 핵 포기 사례’에 대한 ‘스터디’가 이뤄졌고, 외교부는 이란 모델에서 어떤 부분을 원용할 수 있을지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란과 북한은 사정이 많이 다르지만 이란도 핵을 포기하고 싶어 한 것이 아니라 강력한 제재를 통해 스스로 포기하도록 만든 것”이라며 “박 대통령은 여기에 착안해 이란의 성공 모델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10일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라는 강수를 둔 여러 배경 중 하나도 이란 제재에서 따온 것이라고 청와대와 정부 인사들은 설명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과 이란에 대한 유엔 안보리 차원의 제재는 내용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다만 이란의 금융 거래를 막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강력한 양자 제재로 인해 결국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큰 틀에서 보면 개성공단 전면 중단도 양자 차원의 제재이며 이란 모델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처한 상황과 교역 형태가 달라 이란의 핵 포기 과정을 북한에 그대로 적용시키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이란 모델에 대한 박 대통령의 관심은 이란처럼 북한이 변화하는 것”이라며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 국제사회의 제재 참여를 이끌어내면서 결국 북한을 움직이게 하는 단초가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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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 남궁영 정치언론대학원장은 “미국·EU의 이란 제재나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이나 핵 개발을 막는다는 측면에선 접근법이 같다”며 “북한은 이란보다 경제 규모가 작고 무역 등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커 모델을 적용하기 힘든 측면이 있으나 시간을 갖고 제재를 유지하면서 핵 능력 고도화를 점점 어렵게 만든다면 그것만 해도 중요한 효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 5만4000여 명이 해외로 유입되면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북한은 현재 중국·러시아·중동·아프리카 등 세계 56개국에 11만~12만 명의 노동자가 나가 매년 6억~7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신용호·유지혜 기자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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