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설비 고스란히 빼앗길 판…국가 상대 소송할 것”

중앙일보

입력 2016.02.12 02:50

업데이트 2016.02.1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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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개성공단은 이제 양쪽 당국으로부터 완전히 사망선고가 내려진 게 아닙니까. 국가를 상대로 소송이라도 하겠습니다.”

11일 오후 6시쯤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2층 대회의실. 개성공단기업협회의 정기섭 회장은 입주업체 대표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업체들 “공장에 못 가보고 폐쇄”
경협 보험 기업 최대 70억 보상

정 회장은 “기업의 실질적인 피해를 정부가 보듬어 주지 못하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이수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기업이 남북한 당국으로부터 동시에 재산권 행사를 못한다는 통보를 받은 셈이다. 현실적으로 북한에 소송을 걸 수 없기 때문에 우리 정부를 상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북 투자에 대한 개별 법령이 없기 때문에 소송이 쉽지 않을 것이란 게 법조계 시각이다.

그런데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고려할 만큼 입주업체들의 사정은 답답하다. 의류업체 만선의 성현상 대표는 “개성에 투자한 돈만 140억원인데 참담하다”며 “개성에 두고 온 옷 30만 벌을 한 벌에 2만원씩만 계산해도 60억원어치인데 우리뿐 아니라 납품받을 업체까지 다 망하게 생겼다”고 했다.

개성공단에 공장을 둔 현진정밀공업 관계자는 “우리는 개성에 주재원이 없어 현지 상황도 파악 못하고 있는데 공장에도 한 번 못 들어가 보고 그냥 폐쇄되고 말았다”며 망연자실했다.

고기잡이 그물 생산업체인 신한물산의 신한용 대표는 “생산해 놓은 그물만 해도 450t(약 10억원)인데 어떻게 하느냐”고 발을 동동 굴렀다. 재고 물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상황에서 그동안 투자한 설비는 고스란히 북한에 뺏기게 됐다.

한 중견 의류업체 관계자는 “개성공단 자산만 수백억원 수준”이라며 “원단 같은 자재와 초기투자 비용까지 감안하면 피해가 막대하다”고 했다.

개성공단 건설사업의 총사업자로 개성공단에서 호텔과 면세점, 식당, 주유소 등을 운영 중인 현대아산도 충격이 컸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면세점 물품을 빼고도 320억원 수준의 손실이 생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생활용품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분위기가 심상찮아 조금씩 한국으로 설비를 들여왔는데도 아직 10%도 못 가져왔다”고 한숨지었다.

정기섭 회장은 “2013년 폐쇄 때는 개성에 있던 주재원들이 타이어가 찌그러질 정도로 가득가득 실어 나왔는데도 피해액이 1조566억원이었다”며 “영업 손실이나 영업권까지 반영하면 액수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부품을 생산하는 한 입주기업의 주가는 24%나 폭락했다.

기업들이 경협보험으로 일부 손실을 만회할 길은 있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124개 입주기업 중 76개사가 경협보험에 가입해 최대 70억원까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2013년 공단 폐쇄 당시 59개 입주업체가 1761억원을 경협보험금으로 받았다. 수출입은행 탁세령 남북보험팀장은 “경협보험금은 결산 재무제표에 따라 지급한다”며 “이번엔 총 3000억원의 보험금 지급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구희령·이현택 기자, 강민경 인턴기자 hea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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