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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개발국에 성장 비결 수출…산업 한류에 미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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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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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경기 둔화,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경기 위축, 그리고 일본의 엔저’. 다수 지식인이 말하는 한국 경제의 위기 요인이다.

뉴패러다임미래연구소 박광기 위원
세계 인프라 수요 향후 57조 달러
한국형 산업화 단지 상품화 하면
저성장 돌파할 성장 동력 가능성

 지난 2일 경기도 판교의 KCC웰츠타워 사무실에서 만난 박광기 뉴패러다임미래연구소 전문위원(52·전 삼성전자 부사장·사진)은 “이런 위기 진단부터가 잘못됐다”고 했다. 지금과 같은 저성장 시대일수록 산업 구조의 혁신이 시급한데 외부 환경만 탓하고 있다는 쓴소리다.

그는 “한국은 자동차·조선·반도체·전자 등 기존 주력 산업이 정체됐는데 기약 없는 경기 회복만 기다려선 안 된다”며 “이제라도 2차 산업 위주에서 3차 산업 위주로 전환해야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한국형 산업화 단지 프로젝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신흥국에서 산업화 단지 조성 등 인프라 구축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한국이 가진 압축 성장의 노하우를 수출하자는 얘기다. 한국의 2차 산업 전체를 서비스업(3차 산업)화하자는 논리다.

정부와 기업들이 프로젝트에 호응하면 ▶아프리카 저개발국 등 신흥국 발주를 유도해 ▶우리 기업들이 산업화 단지 조성에 나서 이들 국가의 경제 개발을 돕고 ▶유엔 등 국제사회 지원 속에 사업을 키우면서 수익도 올리자는 것이다.

 “맥킨지는 글로벌 인프라 수요가 2030년까지 약 57조 달러 규모에 이를 걸로 전망합니다. 이 전도유망한 사업을 가장 잘할 수 있는 나라가 한국입니다. 신흥국일수록 경제 발전 단계 별로 필요로 하는 인프라가 다 다른데, 불과 30여 년 사이 압축성장을 한 한국의 기업들은 경험을 토대로 이를 모두 알맞게 제공할 수 있죠.”

 이는 지난해 출범한 뉴패러다임미래연구소가 세운 미래 전략의 하나다. 이 연구소는 박 위원을 비롯한 베이비부머 세대 대기업 임원 출신 100여 명이 사회 공헌을 위해 설립했다. 이홍구 중앙일보 고문(전 국무총리), 한승수 전 국무총리,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등 국내외 석학들이 멘토다.

박 위원은 멘토들과 수시로 의견을 나누면서 한국형 산업화 단지 프로젝트를 알리는 데 나서고 있다. 관련 내용을 담은 책 『어떻게 다시 성장할 것인가(21세기북스)』를 최근 펴냈다. 

 박 위원은 1987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아프리카 총괄장(전무)을 지내는 등 세계 93개국서 근무한 해외통이다. 2013년 부사장으로 승진해 삼성전자 영상전략마케팅팀을 이끌다 지난해 퇴사했다. 박 위원은 “저성장에도 ‘산업 한류(韓流)’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고 말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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