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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맞아 일본어 인터뷰 공개한 신동주…신동빈은 김앤장 써 맞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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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http://www.l-seijouka.com에 올라온 동영상 캡처]

롯데그룹 형제 간의 갈등이 새해 들어서도 여전하다. 신격호(95) 롯데 총괄회장의 큰 아들인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현 SDJ코퍼레이션 회장) 측은 최근 신 총괄회장의 일본어 인터뷰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해당 홈페이지는 ‘롯데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http://www.l-seijouka.com)의 것으로 SDJ 측이 경영권 분쟁 이후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기 위해 개설했다.

홈페이지엔 ‘롯데 창업자 신격호의 롱(긴) 인터뷰’라는 제목으로 16분20초 분량의 인터뷰 동영상이 올라 있다. 일어로 진행한 인터뷰는 총 12개 질문에 신 총괄회장이 답하는 형식이다. 촬영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34층의 신 총괄회장 집무실에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인터뷰에서 “경영권 문제로 롯데가 흔들리고 있다. 롯데홀딩스의 후계자에 관한 생각을 들려달라”는 질문에 신 총괄회장은 “당연히 내 장남 신동주가 후계자가 되는 것으로, 이는 일본과 한국에서도 상식이다. 다른 사람으로 해버리면 모두 신용을 잃는다”고 답했다.

나머지 11개 질문은 롯데의 창업 과정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졌다. 신 총괄회장은 2차 세계 대전 패망 이후, 일본에서 껌으로 롯데를 일구게 된 과정과 평소 경영 철학에 대해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 동영상이 다음 달 서울가정법원의 '성년후견' 개시 심판 2차 심리를 앞두고 신 총괄회장의 건재를 나타내기 위해 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여동생 신정숙(79)씨가 제기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 사건은 신 총괄회장의 정신 상태에 대해 법적 판단을 내린다는 점에서 유통가와 법조계가 모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일 1차 심리에서 신정숙씨는 본지 취재진과 만나 “TV에 나오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모습이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성년 후견 심판을) 청구한 것이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이 동영상에 대해 롯데그룹 측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의 인터뷰 중 일부만 모아서 편집한 것으로, 이 동영상 만으로 신 총괄회장의 상태에 대해 알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의 정신이 또렷했을 당시의 영상만 모아서 편집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롯데 측은 또 “지난해 10월 이후 신 총괄회장은 SDJ 관계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며 “동영상 내용에 대한 의사의 진정성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SDJ 관계자는 “동영상 게시는 SDJ 일본팀에서 진행한 것으로, 일본 롯데 종업원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라며 “정신 감정(성년 후견인 심판)과 관련한 여론몰이라면 한국어로 했을 것이고, 이번 동영상은 전혀 관련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그동안 성년후견 심판 사건에 대해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고 지켜보던 신동빈(61) 롯데 회장 측도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의 상속·자산관리팀을 대리인으로 내세웠다. 김앤장엔 김용상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상속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가업승계 전담팀’이 있다.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 심판 2차 심리는 다음달 9일 서울 양재동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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