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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오순도순 가족들 모여 알콩달콩 사랑 나눠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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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앙트완`의 한예슬과 성준.

재주 많은 원숭이의 해, 병신년(丙申年) 설날이 다가온다. 설 음식 장만에, 고향 갈 채비에, 모처럼 일가친척 만날 생각에 마음부터 바빠진다. 설 연휴를 즐겁게 보내는 데 도움이 될 정보를 한자리에 모았다. 극장가에는 명절 대목을 겨냥한 굵직한 영화가, 공연장에는 가벼운 주머니 사정까지 감안한 혜택과 함께 다양한 수작이 기다린다. 곳곳마다 박물관의 전통 놀이 행사, 놀이공원과 리조트의 설 이벤트도 알차다. 연휴 틈틈이 함께할 TV 프로그램도 빼놓을 수 없다. 방송사마다 설 특집은 물론이고 시청자 반응에 따라 정규 편성 여부를 결정할 다양한 파일럿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JTBC 드라마 ‘마담 앙트완’의 두 배우

다들 설 준비에 바쁜 지금, 배우 한예슬·성준은 드라마 촬영이 한창이다. 지난달 시작한 JTBC ‘마담 앙트완’(금·토 오후 8시 30분)이다. 동명의 심리상담센터가 무대인 로맨틱 코미디이자 심리치유 드라마다. 상처 없는 사람이 없듯, 주인공인 가짜 점쟁이 고혜림(한예슬 분)과 심리학자 최수현(성준 분)에게도 나름의 상처가 있다. 게다가 고혜림은 가짜일망정 명색이 점쟁이인데 자기 앞날은 내다보지 못했다. 딸 유학 비용으로 꼬박꼬박 부어온 곗돈을 하루아침에 날리고 말았다. 시작부터 자신을 무시하던 최수현의 심리상담센터에서 일하게 된 배경이다.

반면 최수현은 심리학, 특히 여성 심리에 대한 연구로 이름난 전문가인데 실전 연애 경험은 전무한 거나 다름 없다. 어려운 심리학 용어는 수학공식 대입하듯 줄줄 외면서도, 정작 자기 마음은 잘 모른다. 고혜림을 대상으로 모종의 심리실험을 진행하다 자신도 모르게 그 솔직하고 유쾌한 매력에 끌린다.

두 사람이 티격태격 함께 일하는 심리상담센터에는 여러 사람이 다녀가는 중이다. 대회만 나가면 눈이 안 보이는 체조선수, 갑작스런 발작 증세를 거듭 일으키는 톱스타 등 저마다 상처를 지닌 이들이다. 16부작 중 5회의 방송을 앞둔 ‘마담 앙트완’은 이처럼 매번 새로운 인물의 사연과 함께 주인공 고혜림과 최수현의 색다른 로맨스가 펼쳐지고 있다.

한예슬은 ‘마담 앙트완’을 “사람의 상처에 공감하고 치유하는 이야기”이자 “알콩달콩한 사랑도, 흥미진진한 사연도, 감동도, 슬픔도 다 있는 드라마”라고 말했다. 성준은 사랑을 뇌의 화학작용으로 치부하는 최수현과 달리 “진정한 사랑”에 대한 신념을 밝혔다. 한예슬, 성준과 각각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일 두렵고 실패도 하지만 성장해야죠" - 한예슬

진정한 사랑은 신앙 같다고 생각해요." - 성준

JTBC ‘마담 앙트완’의 주연 배우 한예슬·성준
JTBC 금토 드라마 ‘마담 앙트완’의 가짜 점쟁이 고혜림과 심리학자 최수현은 배우 한예슬·성준과 닮은 듯 다르다. 한예슬도 고혜림처럼 순간 순간 자기 표현에 아주 솔직한 편. 대신 고혜림-최수현의 요즘 관계 같은 밀당은 “체질에 안 맞는다”고 했다. 성준은 최수현을 연기하기 위해 실제 심리학을 전공하고 심리상담센터에서 일하는 친누나의 도움말도 들었다. 하지만 사랑의 존재를 믿지 않는 최수현과 달리 “진정한 사랑에 대한 로망이 있다”고 했다. 극 중에서 두 사람은 함께 일하게 되면서 각자의 아픔과 매력을 발견한다. 두 사람에게서 일과 사랑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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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슬
자기 운명을 잘 모르는 가짜 점쟁이 고혜림
“제 첫사랑이 ‘캔디’의 테리우스, 그 다음이 ‘베르사이유의 장미’의 오스칼이에요.” 한예슬(35)의 말이다. ‘마담 앙트완’에서 그가 연기하는 고혜림은 마리 앙트와네트의 영혼과 대화한다며 엉뚱한 프랑스어를 읊조리던 가짜 점쟁이 출신이다. 앙트와네트는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고혜림은 자신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결코 심한 말을 하지 않는다. “나쁜 얘기는 안 하고 항상 상대에게 용기를 주는 말, 위로의 말을 건네죠. 어떻게 보면 상담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점은 가짜라도 고혜림에게는 남다른 실력이 있다. 콜드리딩(cold reading), 즉 사람의 마음을 읽는 달인이다. 점괘랍시고 들려주던 말도 상대를 섬세하게 관찰하며 대화를 주고받아 얻어낸 정보가 바탕이다. 사람관찰을 좋아하는 건 한예슬의 성장기 취미와도 통한다.

사람마다 가만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어요. 학창시절에는 카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지켜보곤 했어요. 저 사람은 전화통화를 하면서 어딜 저렇게 급히 가는 걸까, 아마 이런저런 일 때문일거야, 저기 두 사람은 커플이겠지, 표정을 보니 방금 싸워서 냉전 중일거야, 이러면서요. 그렇게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다가 ‘왜 나를 빤히 쳐다보냐’는 소리도 들었어요."

공상은 요즘도 잘 한다. 친구들과 모이면, 스태프들 하고도 상황극처럼 장난을 치곤 해요.” 듣고보니 이래저래 배우가 되길 잘한 경우 같다.

“아니요. 어렸을 때는 제가 연기를 하게 될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을 못했어요. 배우는 어려워요. 항상 도전이 필요하고, 정답도 없고. 정답이 없으니까 늘 불안하고. 대신 사람들이 좋아해주면 그 성취감은 어마어마하죠.”

한예슬은 특유의 비음이 섞인 애교 넘치는 말투에 가려져 있지만, 잘 들어보면 또박또박 단정한 말솜씨가 인상적이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닌 모양이다.

“데뷔 초에는 핑계거리가 있었죠. 외국생활을 오래해서 말이 서툴 거라는. 나이도 어려서 더 어눌했을 거고.” 한예슬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이민을 가 미국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그는 “나이를 먹고 여유가 생겨서인지 머리 속 생각도 정리가 잘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극 중에서 고혜림은 점집 겸 카페를 운영하며 딸을 유학보낸 싱글맘이기도 하다. 딸 생각에 눈물도 흘리지만 다른 한편 즐거운 상황이 벌어졌다. 최수현이 꾸민 심리실험의 일환으로 세 남자가 동시에 고혜림의 호감을 사려고 경쟁 중이다. 전직 야구선수 최승찬(정진운 분), 수학천재인 원지호(이주형분) 등 모두 연하남이다. 극 중 같은 또래로 나오는 성준과도 실제는 아홉 살 차이다.

앞서 제작보고회에서도 이런 얘기가 나오자 한예슬은 “한 명, 두 명도 아니고 세 명이나 쪼르르” 하면서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너무 싹싹하고 귀여운 동생들이에요. 성준씨는 처음 봤을 때는 말수도 적고 수줍음 많이 타는 속 깊은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친해지니까 엄청 개구장이에요. 속 깊은 건 맞아요. 자기만의 세계, 철학이 뚜렷해요.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어투도 교과서적이지 않고요. 진운씨는 배려 잘 하고, 말도 잘 하고, 싹싹하고, 쾌활하고. 옆에 있으면 참 편안해요. 주형씨는 막내, 애기 같은 느낌인데 제가‘꼬맹이’라고 하면 싫어할까봐 그렇게 부르지는 않죠. 건장한 청년인데다 피부도 참 백옥 같아요.”

굴곡이 심한 배우라는 직업을 이어가는 힘을 묻자 “일과 생활의 균형”을 강조했다.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 토닥토닥 하면서 자기를 끌고 가야죠. 두려움도 생기고, 상처도 생기고, 실패도 있지만 그렇게 성장해야죠. 어쩌겠어요. 이미 태어난 걸. 일단 스타트라인을 끊었으면 어떻게든 가야죠. 마라톤이에요.”

새해 소망은 “소예슬”이 되는 것이다. “소처럼 열심히, 후회없이 일하려구요.” 그도 점을 본 적 있나 궁금해졌다. “자주는 아닌데 재미로 가끔 봐요. 어떻게 결과가 나올 지 모르지만 누군가 나의 미래를 얘기해 줄 수 있다는 게 믿든 안 믿든 재미있어요.” 최근에도 “우리 드라마가 과연 잘 될까” 점을 봤단다. 결과를 물었더니 알듯말듯 미소를 지으며 “비밀”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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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준 자기 마음을 잘 모르는 유명 심리학자 최수현
“최수현은 누가 봐도 멋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독특한 매력이 있어요.” 성준(26)은 최수현이라는 캐릭터를 꽤 마음에 들어 했다. 겉으로는 쿨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꼬여있는, 그로테스크한 매력의 소유자라는 점에서다. ‘마담 앙트완’의 최수현은 고혜림과 정반대 인물이다. 심리학 전문가는 아니라도 사람의 마음을 잘 읽는 고혜림과 달리, 최수현은 세계적인 심리학자인데도 공감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어릴 적엄마에게 버림받은 상처로 사랑에 대한 불신도 크다. 고로 진정한 사랑은 해본 적도 없다. 그런 그가 고혜림을 상대로 심리 실험을 벌이면서 진짜 사랑에 빠진다. 성준은 최수현과 스스로 닮은 점으로 성격, 특히 MBTI(Myers-Briggs TypeIndicator: 심리유형검사) 유형을 꼽았다.


“예전에 MBTI 테스트를 재미있게 해서 기억하고 있는데 제가 INTP형이거든요. 최수현이 저와 똑같은 유형이라 신기했어요.” INTP형은 ‘내향성(Introversion)-직관형(iNntuition)-사고형(Thinking)-인식형(Perceiving)’의 줄임말이다. 조용하고 독립적이며 논리적·독창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이에 속한다. 관심 분야에는 몰입하지만 그밖에는 무심한 특징도 있다.

성준은 “실제로 내가 꽂히는 게 있으면 거기에만 집중하는 스타일”이라며 “호불호가 극명해서 좋아하는 사람은 관찰도 잘하고 그 사람의 이야기도 잘 듣지만,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집중을 잘 못한다”고 설명했다. 최수현은 안 그래도 성준에게 친숙한 면이 많은 캐릭터다. 친누나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최수현처럼 심리상담센터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 “누나에게 심리상담센터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 자주 물어봤어요. 또 어떻게 연기하는 게 자연스러운가 많이 물었죠. 누나의 조언이 연기의 방향을 잡는 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사실 성준과 최수현은 다른 점이 더 많다. 사랑을 믿지 않는 최수현과 달리 성준은 진정한 사랑에 대한 로망이 있다. 원하는 여성상은 “내향적이고 분위기가 잘 맞는 사람” 이다. “진정한 사랑은 신앙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 눈에 보이진 않지만 어딘가 있을 거라고 믿고 있어요. 또 그런 사랑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낭만적인 사랑에 대한 개인적인 추억도 있다. “다른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를 오랫동안 기다려본 적 있어요. 그냥 기다리기만 한 게 아니고 계속해서 내 마음을 표현했죠. 여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았을 거에요. 결국 기다림 끝에 잘 만날 수 있었죠.”

성준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모델로 데뷔한 뒤 2011년 KBS2 ‘드라마 스페셜 화이트 크리스마스’로 연기를 시작했다. 이후 JTBC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등 영화·드라마에서 왕성하게 활동해왔다. 짬이 날 때면 성준은 피아노를 치고 사진을 찍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내가 좋아해서 시작한 취미지만 혼자 감성적인 시간을 갖는 게 연기에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친구들과 술 마시는 것도 좋아한다. “주량은 소주 2병 정도로 괜찮게 마십니다.” 이번 설에도 ‘마담 앙트완’ 촬영은 계속된다. “서울이 고향인데다 큰집이라 갈 곳도 없거든요. 올해는 당분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려고 합니다!”

이후남·정아람·권혁재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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