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MB·오세훈 늘린 빚 갚은 게 큰 보람…시장 임기 채우겠다

중앙일보

입력 2016.02.03 00:49

업데이트 2016.02.0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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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강찬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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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은 내년 대선 출마 여부에 “서울시장은 시민들이 요청한 자리”라며 2018년까지인 임기를 채우겠다고 답했다. [사진 김현동 기자]

대선이 내년으로 다가온 가운데 야권의 분열로 정계가 지각변동을 일으키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주목의 대상이다. 박 시장은 “야권은 통합돼야 한다”는 모범답안만 얘기하면서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야권의 대권 주자로 떠오르는 상황을 그가 방관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오직 서울’만을 외치는 박 시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내년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나.
“서울시장으로 중심을 잡고 시정을 잘 챙기는 것보다 중요한 정치는 없다. 허황된 생각을 하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국민이 나를 지지하겠는가. 오직 서울, 오직 시민뿐이다.”
(2018년 6월로 정해진) 시장 임기를 마치겠다는 뜻인가.
“그렇게 하도록 서울 시민들이 요청하셨는데, 그렇게 해야 한다.”
다시 한번 묻겠다. 2018년 6월까지인 임기를 마칠 생각인가.
“(웃으며) 아니, 그럼 그것(2선)만 하라는 것인가. 2018년 이후엔 시장(3선) 하면 안 되나.”
임기를 다 마치고 3선에 도전하겠다는 건가.
“시민들이 판단해 주실 것이다.”
이렇게 내년 대선 출마설을 부인하는데 왜 언론에선 나올 것처럼 보도하는가.
“모르겠다. 나는 늘 같은 얘기를 해왔다. 기자들에게 물어보라.”
국민의당 창당으로 서울시를 비롯한 수도권에서 더민주가 고전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양당이 연합·연대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힘이 된다면 기꺼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먼저 나서긴 어렵다.”
지난해 문재인 전 대표가 당의 지휘권을 박 시장·안철수 의원과 3분 하자는 ‘문·안·박’ 제안을 내놓았다. 당시 박 시장은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공무원 신분으로 여의도 정치에 실질적 영향을 행사하긴 어렵다. 아무리 총선이 중요해도 시장의 역할은 제한돼 있다. ‘문·안·박’ 제안에 대해 ‘돕겠다’는 반응을 보였던 건 당시 당의 분란이 워낙 심했기에 얼굴이라도 내밀면 낫지 않을까 싶어 그랬던 것뿐이다. 당 대표를 못할 이유는 없지만, 이는 오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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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시장이 문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음에도 안 의원이 탈당해 국민의당을 만들었다.
“이런 (당이 갈라진) 상황에선 서로 혁신적인 경쟁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게끔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연대·연합해 새 정치를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정치인은 국민이 바라는 게 뭔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독불장군 식이어선 곤란하다.”
박 시장은 안 의원·더민주 양쪽과 모두 가까운데.
“정치인은 작은 당파적 정쟁에 휘말리지 않아야 한다. 동방정책을 편 독일의 브란트 총리는 사민당이었다. 하지만 기민당 소속 바이츠제커 대통령은 이런 브란트를 늘 지지했다. 이랬기에 독일의 통일이 가능했다. 그런데 우리는 늘 당파적 이익 때문에 전임 대통령의 정책을 뒤집어 버린다. 당내는 물론 여당과 야당도 통일이나 민생 같은 큰 과제에는 협력해야 한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연대를 위해 구체적인 역할을 할 생각이 있나.
“내게 어떤 역할이 주어진다면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먼저 나서긴 어렵다.”
안 의원과 최근에 만난 적 있는가.
“연초에 서울 노원구 신년하례회에서 만났다.”
안 의원이 정치를 함께하자고 한 적은 없나.
“(말없이 웃기만 함).”
부인하지 않는 것인가.
“아니, 뭐, 그런 일은 없었다.”
더민주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를 출범시켰다. 김 위원장과 얘기를 나누었나.
“뵙지는 않고, 연락은 하고 있다. 시장 직책 때문에 (더민주와는) 어차피 한발 비켜 있는 입장이다.”
기동민·권오중 등 측근들이 4·13 총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이 총선에 나가는 의미는 뭔가.
“‘측근’이란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서울 시민 모두가 내 측근이다. 그리고 출마한 사람들은 자신들의 뜻에 따라 나간 것뿐이다. 내가 선거에 나가라 한다고 나갈 리 없다. 본인이 책임질 일이다.”
그들이 출마를 결단하기에 앞서 박 시장에게 이야기를 한 건 사실 아닌가.
“이야기는 했지만, 내가 그들을 도와줄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다.”
두 달 뒤 총선에서 그들이 당선되면 20대 국회에서 ‘박원순계’를 형성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다. 현역 의원 중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나와 친한 사람이 많다.”
현역 의원 중에서도 ‘친박원순’ 계열이 많다는 말인가.
“그런 계파적 발상은 구시대적 생각이다. 정치인과 행정가는 나라와 국민에 몸 바치는 사람이지 친소관계, 누구랑 친하고 친하지 않고는 중요하지 않다.”
박 시장이 추진하는 청년실업수당에 대해 ‘포퓰리즘의 전형’이라는 비판도 있다.
“정부는 청년 일자리 대책으로 지난해 2조1000억원이나 썼지만 나아진 건 없다. 서울시는 겨우 90억원을 썼을 뿐이다. 이걸 포퓰리즘이라 비난하는 건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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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박 시장이 매년 시내 25개 구에 수십억원씩 지원금을 풀며 ‘박원순 팬클럽’을 만들고 있다고 걱정한다.
“(웃으며) 그만큼 내가 시 행정을 잘했다는 얘기가 아닌가. 물 흐르듯 정책을 펴다 보니 (내) 지지율이 높아진 것이다. 채무를 8조원 가까이 줄이면서도 지원금 나눠줄 건 다 나눠줬다. 이런 것을 잘 보도해 달라.”
서울역 고가도로 프로젝트로 인해 인근 만리동에서 미싱 소리가 멎었다고 한다. 많은 상인이 그곳을 떠났다는 것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 만리·청파·공덕동과 동대문 봉제 업체들은 이미 쇠퇴하고 있었다. 오히려 서울역 고가 프로젝트를 통해 이들 지역 경제가 살아날 것이다. 자동차가 다니던 길을 사람이 다니게 하면 그렇게 된다.”
고가도로 프로젝트 때문에 서울역 인근 도로가 혼잡해졌다는 불만도 나온다.
“예전에는 서울역 인근 공덕동 로터리를 통해서만 도심부를 지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강변을 통해 통과할 수도 있게 됐다. 교통이 혼잡해졌다고 하지만 당초 우려와 달리 교통 사정이 나아졌다는 보고도 많다. 과거 청계천 고가도로는 서울역 고가보다 교통량이 40배 많았다. 그런데도 청계천 고가를 없애면 문제라고 얘기하지는 않지 않나."
서울시장을 맡은 지 4년이 넘었다. 가장 보람을 느끼는 일은 무엇인가.
“서울의 글로벌 위상을 높인 것이다. 과거 서울은 1000개가 넘는 재개발의 결과 ‘다락방 도시’ 신세가 됐다. 아파트가 50%를 넘어선 ‘파괴의 역사’였다. 사람의 가치가 가장 큰 랜드마크인데, 이게 유린돼 왔다. 하지만 내가 시장이 되면서 도시가 안정되고 제자리를 찾게 됐다. 서울역 고가·세운상가·한양 도성 등은 사람 사는 도시로 서울을 살려낸 좋은 예다. 또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을 구조조정하고 지하철 9호선 재구조화 등을 통해 시의 채무를 획기적으로 줄인 것도 보람 있다. 고건 전 시장 재임 당시 7조원가량이던 시 채무가 이명박·오세훈 시장을 거치면서 20조원으로 급증했다. 여기서 7조8000억원을 줄여 13조원가량으로 감량시켰다.”
그러나 일각에선 ‘박 시장이 뭘 했는지 모르겠다’ ‘가시적 성과가 안 보인다’는 얘기도 있다.
“지난 연말 노자의 도덕경을 숙독했다.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나온다. 최고의 정치는 흐르는 물과 같다는 것이다. 바로 그렇게 소리 소문 없이 서울을 바꾸어 놨다. 14조원의 수익을 창출했고 12만 개 일자리를 확대했다. 전 세계에서 회의하기 좋은 도시 1위, 전 세계 부자들이 가장 많은 돈과 시간을 쓰는 도시 1위에 서울을 올려놨다.”
그런 성과들이 시민들에게 제대로 부각된 것 같지 않다.
“언론의 책임이 크다. (나에 대해) 너무 센세이셔널한 측면만 부각한다.”
대권 주자로 거론되니 그런 것 아니겠는가.
“(언론이) 정치를 다루면서 자꾸 당파싸움만 보도한다. 하지만 정치는 소리 없이 시민의 삶 속에 들어가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책꽂이를 메운 정책 파일들을 가리키며) 내 재임 기간 중 갈무리된 저 많은 정책들을 주목해 주기 바란다.”
김 위원장이 총선 공약으로 경제민주화를 제시했는데 박 시장도 서울시 차원에서 ‘경제민주화’를 추진해왔다.
“나는 경제민주화와 인연이 깊다. 참여연대 사무총장 시절 소액 주주운동을 하면서 경제민주화위원회를 만들었다. 이 분야 전문가인 장하성 교수를 삼고초려해 위원장으로 모셨다. 소비자들이 전파사용료로 1만3000원씩 내야 했던 것을 소송으로 폐지해 국민에게 수조원의 돈을 돌려드렸다. 시장이 된 뒤에도 프랜차이즈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막고 대형 유통마트가 한 달에 두 번은 쉬도록 하는 등 경제민주화를 증진하는 일을 많이 했다. 이를 종합해 이달 안에 ‘서울시 경제민주화 마스터 플랜’을 발표할 계획이다.”
내용을 공개할 수 없나.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하늘이 무너질 일들이다. (그만큼) 대단한 일들이다.”
대기업이나 부자에게 타격이 될 정책들이란 얘긴가.
“아니다. 경제민주화는 윈윈 게임이다. 대기업도 대기업 나름대로 잘돼야 한다. 이를 통해 국제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다만 빈자나 중소기업인·자영업자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서로 적정한 선에서 타협하는 게 중요하다. 미국 뉴욕시가 조례로 적정임대료 산정 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다. 공공기관이 임대료 상한선을 정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방자치단체에 그런 권한이 없다. 그래서 그런 권한을 부여하는 법을 만들어 달라고 국회에 요청하고 있다.”

글=강찬호 논설위원
사진=김현동 기자

[강찬호의 직격 인터뷰] 야권 분열 속 주목받는 박원순 서울시장

박원순은…

▶1956년 경남 창녕 출생 ▶경기고 ▶단국대 사학과 ▶80년 사법고시 22회 ▶83년 변호사 개업. 이후 부천 성고문 사건 변론 등 인권변호사 활동 ▶94년 참여연대 설립 주도·사무처장 역임 ▶2000년 16대 총선 낙천·낙선 운동 주도 ▶2006년 희망제작소 설립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선 ▶2014년 6월 서울시장 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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