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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잠재성장률이 뭔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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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Q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대로 떨어졌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잠재성장률이라는 것은 보통 말하는 국내총생산(GDP)과는 어떻게 다른 것인지요. 그리고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이유와 이게 왜 문제가 되는지 궁금합니다.

물가 자극 않고 달성 가능한 성장률 최대치…경제 예측 가늠자예요

A 고등학교에 다니는 A양. 성적은 반에서 25등 정도입니다. A양은 평소 8시간 잠을 자고, 10시간 공부합니다. 그 중 8시간은 수업시간이니 따로 공부하는 시간은 2시간밖에 안 됩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갑자기 공부할 마음을 먹었습니다. 수능 때까지 제대로 한 번 해보겠다고 생각한 거죠.

A양은 우선 수면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수업시간 외에 공부하는 시간을 크게 늘렸습니다. 학원도 새로 다닙니다. 가장 부족한 수학은 과외를 받기로 했죠. 수업시간에도 친구와 장난치지 않고, 수업 내용을 경청합니다.

최근엔 부족한 집중력을 높이려 정신과 상담까지 받았습니다. 그야말로 최선을 다하는 거죠. 과연 A양은 1년 뒤 성적을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까요?

잠재성장률(Potential Growth Rate)은 바로 이 ‘최선’, ‘어디까지’와 관련한 개념입니다. 잠재성장률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국내총생산(GDP·Gross Domestic Product)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GDP는 ‘일정기간 동안 한 나라 경제가 생산한 모든 최종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를 뜻합니다. 국경을 기준으로 경제 규모를 파악하려는 목적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생산한 모든 것이 아니라 최종재화라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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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수확한 포도 중 100억원어치를 이용해 포도잼 200억원어치를 만들어 팔았다면 최종재화인 포도잼 200억원만 GDP에 포함됩니다. 외국기업이나 외국인이 한국에서 생산한 상품이나 서비스는 GDP에 포함되지만 한국인이 외국에서 생산한 상품이나 서비스는 그 나라 GDP에 포함됩니다. 참고로 지난해 우리나라의 GDP(국제통화기금 추정 기준)는 1조4351억 달러(약 1720조원)로 세계 11위입니다.

이 GDP가 전년 또는 전 분기보다 얼마나 늘었느냐를 따지는 게 바로 경제성장률입니다. 경제성장률은 기간이 끝난 뒤에 하는 실적 계산입니다. 그러니 2015년 경제성장률은 아무리 빨라도 2016년 1월은 돼야 알 수 있는 거죠.

반면 잠재성장률은 실적이 아니라 추정치입니다. ‘한 나라 경제가 가진 모든 능력을 총동원해서 부작용 없이(예를 들어 물가상승과 같은)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의 최대치’를 뜻합니다. 여기서 능력이란 노동과 자본, 총요소생산성을 말합니다.

A양의 사례에 대입해보면 노동은 ‘공부하는 시간’, 자본은 ‘과외·학원비 등 투자 비용’, 총요소생산성은 ‘집중력이나 수업태도’ 정도로 구분할 수 있겠네요.

대체로 잠재성장률은 실제 성장률과 비슷한 흐름을 나타냅니다. 한국의 경우 1990년대 말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를 제외하면 대체로 그랬습니다. 문제는 이 잠재성장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말은 앞으로의 실제 경제성장률이 지금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잠재성장률은 주로 경제 상황이 어려울 때 주목을 받습니다. 앞으로 나아질 것인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 걱정하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죠. 지금이 딱 그런 상황입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잠재성장률을 전망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한국 경제의 2015~2018년 잠재성장률은 3.0~3.2%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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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엔 5% 내외였다가 2006~2010년엔 3.8%, 2011~2014년엔 3.2~3.4%로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민간 연구기관의 생각은 좀 다른 듯합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올해부터 2%대(2.7%)에 진입합니다. 2020년 이후엔 더 떨어져서 2026~2030년엔 2%까지 추락할 것이란 예상입니다. 이보다 먼저 나온 LG경제연구원의 전망은 2015~2019년 2.5%입니다.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 건 크게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첫째, 경제가 어느 정도 성숙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뜻입니다. 많은 선진국이 그렇습니다. 미국이나 영국이 어느 해 갑자기 중국처럼 7% 성장을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둘째, 최대치를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위기 신호입니다. 전 세계 어디에도 저성장을 원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죠.

그러나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일단 노동 측면에선 저출산·고령화가 발목을 잡습니다. 한국은 현재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고,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국가군에 속합니다.

IMF가 지난해 ‘한국이 고성장기로 다시 돌아가긴 어렵다’고 지적한 핵심적인 이유가 바로 저출산·고령화였습니다. 경제의 규모가 커진 탓에 예전처럼 자본에 기대기도 힘듭니다. 기업 실적이 나쁘니 투자 환경 역시 좋지 않고요. 그렇다고 당장 엄청난 신기술을 개발할 수도 없는 일이죠. 노동 투입량이나 자본 투입량을 늘리는 것 모두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나마 기대를 걸어볼 만한 시도는 생산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낭비를 줄여 효율성을 끌어올리자는 취지죠. 최근 정부가 노동·공공·금융 등 여러 부문에서 구조개혁에 힘을 쏟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얼마 전 취임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일자리 창출도, 가계소득 증대도, 날로 커지는 복지수요 충족도 어렵다”며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려 개혁을 감당할 수 있는 기초체력을 확보하면서 구조개혁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창용 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 역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구조개혁을 위한 빠른 의사결정이 중요하다”며 “특히 서비스분야에서 신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멀리 보면 추락하는 잠재성장률을 가장 화끈하게 올릴 묘수가 하나 있긴 합니다. 바로 ‘통일’입니다. 통일이 되면 전체 인구는 8000만 명으로 늘어납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라는 난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북한은 개발할 여지가 많습니다.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을 비롯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가능해지겠죠.

무엇보다 안보 문제를 해결하면 통일 한국의 미래에 투자하려는 외국인 투자자도 늘어날 겁니다. 그러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고집하는 북한을 보면 결코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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