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으로 이주한 난민 아동 25만여 명이 납치·추위 등의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유럽형사경찰기구 유로폴은 지난 2년 간 유럽에 이주해 등록을 마친 난민 아동 가운데 약 1만 명이 실종됐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밝혔다.
브라이언 도널드 유로폴 사무총장은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부모와 떨어져서 혼자 유럽에 들어온 난민 아동 중 1만여 명이 실종됐으며 이탈리아에서만 5000명, 스웨덴에서만 1000명이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난민 아동을 노리는 인신매매 범죄단이 유럽 전역에서 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실종된 아이들이 모두 인신매매단에 납치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 소재파악이 전혀 되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우려를 표했다. 인신매매단에 납치된 아동은 성노예로 팔려가거나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크다.
난민 어린이들이 공장에서 착취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H&M와 넥스트(NEXT)의 제품을 생산하는 터키 공장에선 시리아 난민 어린이의 ‘아동 노동’이 확인됐다. 국제노동기구(ILO)는 5∼17세의 빈곤층 미성년자의 노동을 금지한다. 두 회사는어린이들을 가족에게 돌려보내 교육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밝혔다.
혹독한 추위도 난민 아동을 위협한다. 유니세프는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유럽 기후가 영하를 기록하고 눈이 종종 내리면서 적절한 방한 대책을 갖추지 못한 아동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며 세계 각국에 지원을 호소했다.
지난달 중순 그리스 등 난민이 많이 머무르는 발칸발도 일대는 최저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내려갔다. 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추위를 견디지 못한 난민 아동들이 저체온증·폐렴 등 치명적인 질병으로 목숨을 위협받고 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유니세프는 유럽으로 넘어온 난민 아동이 약 25만37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유로폴은 난민 100만 명 중 27%가 미성년자라고 추정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