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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이 전국 미세먼지 예보, 10번 중 4번은 틀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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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환경부가 발표한 고농도 미세먼지(PM10) 예보 10건 중 4건이 실제와 달랐던 것으로 조사됐다.

건강 해치는 고농도 PM10 등
환경부 인력 모자라 정확도 저하
지방은 측정기도 서울 비해 부족
전문가 “기상청과 업무 조정 필요”

환경부가 자체 조사한 ‘미세먼지 예보 정확도’ 보고서에 따르면 올겨울 고농도 미세먼지 예보 정확도는 전국 평균 62%에 그쳤다.

지난해 11월 1일부터 올해 1월 15일까지 환경부 대기질통합예보센터가 발표한 미세먼지 예보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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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10은 입자 크기가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인 물질을 말한다. 머리카락의 10분의 1 정도 굵기에 불과해 기관지 등에서 걸러지지 않아 몸속에 들어갈 경우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그래픽).

같은 기간 고농도 초미세먼지(PM2.5) 예보 정확도는 전국 평균 69%로 나타났다. 초미세먼지는 입자 크기가 미세먼지의 4분의 1 정도로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미세먼지보다 더 크다. 환경부는 미세먼지가 ‘나쁨(80㎍/㎥ 이상)’ 상태일 경우 최대한 외출을 자제할 것을 권하고 있다.

조사 결과 지역별 편차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이 76%의 미세먼지 예보 정확도를 기록해 가장 높았다. 반면 충남(17%)·대전(17%)·대구(28%) 등은 미세먼지 예보 정확도가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고농도 미세먼지 예보가 대부분 틀렸다는 의미다.

오보 사례는 많다. 지난달 16~17일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보통’으로 예보됐지만 강북·양천구 등에선 ‘나쁨’ 수준으로 치솟았다. 다소 풀린 날씨에 예보만 믿고 주말 나들이에 나섰던 시민들은 미세먼지에 고통을 겪어야 했다.

지난해 12월 26~27일에도 대구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보통’으로 예보됐지만 실제로는 ‘매우 나쁨’ 수준을 기록했다.

환경부 대기질통합예보센터 관계자는 “서울은 자치구마다 미세먼지 측정기가 한 대씩 설치돼 있어 촘촘한 감시가 가능하지만 지방엔 설치된 측정기 숫자가 적다 보니 사각지대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력 부족도 예보 정확도를 떨어뜨리는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미세먼지 예보제는 2014년 처음 도입됐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에 대기질통합예보센터가 꾸려 졌다.

그해 11월 전국을 10개 권역으로 나눠 미세먼지 예보를 발표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부터는 전국을 18개 권역으로 세분화했다.

예보 인력은 총 12명. 그나마 지난해 말 예보 권역이 확대되면서 기상청 인력 2명을 지원받았다. 이들이 3명씩 4개 조로 나뉘어 12시간씩 예보를 담당한다. 전국의 미세먼지 예보를 3명이 전담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날씨 예보를 전담하는 기상청 예보 인력은 6개 지방기상청 인력을 포함해 270명이 넘는다. 기상청도 4개 조로 나뉘어 67~68명이 전국 예보를 맡고 있다. 기상청의 예보 정확도는 79% 수준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두 분야의 예보 업무를 통합하거나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동종인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환경부와 기상청이 각각 따로 운영하고 있는 예보실을 물리적으로 통합하거나 예보 인력 교육 등 교류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중국발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가 날로 늘고 있는 만큼 환경부·외교부·기상청 등을 포괄하는 미세먼지 대책반을 꾸려 국가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형 미세먼지 예보 모델’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사용되는 미세먼지 예보 모델은 미국에서 들여온 ‘수입산’이다. 대기오염도와 풍향 등을 컴퓨터에 입력하면 예보 모델이 이를 계산해 미세먼지 농도 예측값을 알려준다.

문제는 평지가 많은 미국 모델이 산악 지형이 많은 국내 상황에 잘 들어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산악 지형이 많으면 대기 정체가 발생하기 쉬워 미세먼지 농도가 평지보다 높아지기 쉽다.

환경부는 100억원을 투자해 한국형 미세먼지 예보 모델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올해는 예산 반영조차 못했다.

새누리당 양창영 의원은 “지난해부터 한국형 모델 개발을 추진 중이지만 계속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국민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독자 모델을 하루빨리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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