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일 틈바구니 한국이 살아남을 길 찾아야”

중앙일보

입력 2016.02.02 01:25

업데이트 2016.02.02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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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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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걸(左), 이헌재(右)

중견기업 창업주가 사재를 출연해 만든 ‘한국판 브루킹스 연구소’가 출범한다.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 4400억 출연
싱크탱크 ‘여시재’ 세워 법인 등록
이헌재 전 부총리가 초대 이사장
“한반도 통일 기여, 지도자 양성 목표”

재계에 따르면 한샘 창업주인 조창걸(77) 명예회장이 후원하는 싱크탱크 ‘여시재(與時齋)’가 최근 재단법인 등록을 마쳤다. 초대 이사장은 이헌재(72) 전 경제부총리가 맡았다. 국내 중견 기업이 국가의 미래 전략을 제시할 싱크탱크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명예회장은 지난해 3월 ‘한샘 드뷰(DBEW·Design Beyond East & West)재단’에 보유 주식의 절반인 260만주(약 4400억원)를 순차적으로 내놓기로 하고 우선 60만주(약 1000억원)를 기부한 바 있다. 미국의 브루킹스 연구소 같은 싱크탱크를 만드는데 필요한 자원을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의 서유럽 원조정책인 마셜플랜을 내놓은 브루킹스 연구소는 헤리티지 재단과 함께 미국의 양대 싱크탱크로 꼽힌다. 사재 출연 후 약 1년 만에 드뷰 재단의 지원으로 여시재가 출범한 것이다.

조 명예회장은 "미·중·일 틈바구니에서 한국이 살아남을 길을 찾아야한다”며 싱크탱크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여시재 이사진은 이 전 부총리, 조 명예회장을 포함해 9명이다. 법조계에서는 안대희 전 대법관이, 관계에서는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참여했다. 재계에서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박병엽 팬택 창업자가 이사가 됐다.

학계에서는 정창영 전 연세대 총장과 김도연 포스텍 총장이 이름을 올렸다. 공식적인 대외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조 명예회장도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기로 했다.

조 명예회장은 지난해 사재를 출연하면서 “동북아 정세가 급속히 변화하는 과정에서 국가에 기여할 경륜을 갖춘 사람들이 싱크탱크를 설립해 국가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과 동북아, 나아가 세계를 이끌어갈 미래의 리더를 육성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샘 드뷰 재단은 장학사업과 연구비 지원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여시재는 지난해 조 명예회장이 밝혔던 ‘미래 4대 과제’ 연구와 정책방향 제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동서의 가치를 융합한 새로운 문명의 창조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사고의 전환 ▶디지털기술의 선용과 생활의 혁명 ▶중국의 격변에 대한 대응과 동아시아 생활방식의 창조 등이다. 이와 함께 미래 사회를 이끌어 갈 지도자 육성, 신산업 발굴 등으로 우리나라의 미래 방향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한샘 관계자는 “조 명예회장은 국내 싱크탱크가 부족해 경술국치와 6·25, 분단 상태 지속 등 현대사의 질곡을 겪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직접 여시재의 전략 방향에 관여하지는 않지만, 최대한 지원하는 의미에서 평소 대외 활동을 하지 않음에도 이사진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

◆여시재(與時齋)=국내 최초로 중견 기업이 주관하는 국가 미래전략 싱크탱크. ‘시대와 함께 하는 집’이란 뜻을 담은 이름이다.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이 사재의 절반을 출연한 한샘드뷰재단이 지원한다. 동북아 미래를 개척하고, 한반도의 번영과 통일에 기여하는 전략을 연구하며 지도자를 양성한다는 것이 설립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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