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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언급 금기시하던 국방부, 사드 배치로 한 클릭씩 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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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운용 개념도. 미군이 2013년 9월 10일 하와이 인근 섬에서 실시한 사드의 요격용 미사일 시험 발사 장면. [사진 제공=미 국방부 미사일 방어국][자료제공=록히드마틴, 레이시온]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주한미군 배치와 관련해 국방부의 입장이 한 걸음씩 나가고 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1일 “미국의 사드와 우리 군이 개발중인 L-SAM(Long range surface-to-air missile,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은 체계가 다르고 사거리도 다르기 때문에 별개”라며 “우리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해 (사드와 L-SAM을) 중첩해서 운용할 수 있다면 안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의 요격고도가 40~150㎞인 반면 L-SAM은 50~60㎞여서 사드가 맞히지 못하면 L-SAM으로, L-SAM으로도 놓치면 패트리엇으로 최종 요격하는 중첩 방어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를 구축중인 한국군은 2020년대 초를 목표로 L-SAM을 개발중이다.

문 대변인은 “사드는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이라고도 했다. 이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드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문 대변인의 이같은 발언은 “L-SAM 개발이 완료돼도 사드가 필요한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지만 이전 국방부의 뉘앙스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기존에 국방부는 “L-SAM으로 사드를 대체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사드와 관련해선 ‘3No(미국내 결정, 협의 요청, 협상이 없었음) 원칙’을 견지하며 언급을 자제해 왔다.

국방부는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미국내에서 협의중인걸로 안다. 협상 요청도 없었고, 협상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문 대변인 역시 이날 “미국 정부 내에서 사드 배치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우리 측에 협의 요청이 들어오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달 13일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 등을 감안해가면서 우리의 안보와 국익에 따라서 검토해 나갈 것”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언급 이후 국방부 당국자들도 “(사드가)안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달 25일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MBC방송에 출연해 “사드는 분명히 국방과 안보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군사적 수준에서 말하자면 우리의 능력이 제한되기 때문에 군사적으로는 충분히 (주한미군의 사드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정부와 국방부가 사드 배치에 긍정적으로 방향을 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조만간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협상이 시작될 거란 예상도 한다.
이런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한미간의 협상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협정(SMA)에 참여했던 전직 당국자는 “미국과 협상이 시작되면 단순히 주한미군의 사드배치 문제뿐만 아니라 부지 제공, 운영유지비 문제가 자연스레 제기될 수 있다”며 “1개 포대는 주한미군이 배치하고, 한국에 추가구매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 외교가 또다시 시험대를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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