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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책 안 읽으면서 노벨문학상 원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미국의 영향력 있는 시사문예지 ‘뉴요커(The New Yorker)’ 온라인 판에 한국의 노벨문학상 열망을 비판적으로 전한 기사가 실렸다. 필자는 뉴욕타임스 등에 글을 쓰는 문학평론가이자 뉴욕 공영 라디오 방송국(WNYC) 프로듀서로 활동하는 마이틸리 라오. ‘과연 큰 정부가 한국에 노벨문학상을 가져다 줄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다.

미 시사문예지 ‘뉴요커’쓴소리

라오는 서울 광화문 광장 중앙의 세종대왕 동상부터 언급했다. 한국인의 문자 사랑의 상징으로 소개했다. 하지만 요즘 한국의 실상은 세종대왕 때와 다르다고 했다. 한국에서 매년 4만 권의 책이 출간되지만 한국인들이 얼마나 읽는지는 미지수이며, 1인당 독서량도 경제규모 30개 대국 중 꼴찌라는 2005년 통계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해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 직전 고은 시인을 두고 벌어지는 소동을 자세히 전했다. 기사에 따르면 여성 소설가 정이현은 한 방송사가 고은 시인의 노벨상 수상에 대비해 미리 축하하는 내용의 인터뷰를 하자고 제안했으나 거절했다. “노벨상 얘기가 나올 때마다 작가로서 내가 뭘 잘못 한 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고 기사는 전했다.

또 고은 시인은 한국에서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작가지만 정작 인기가 많지 않다는 내용도 나온다. 고은 시인의 작품을 많이 번역한 안선재 서강대 명예교수, 동국대 찰스 몽고메리 교수 등의 발언을 전했다.

안선재 교수는 노벨상 발표 직전 언론의 질문 공세를 받는 게 일종의 의례(ritual)가 됐다고 했고, 몽고메리 교수는 고은 시인은 정치적 영웅·남성을 선호하는 스웨덴 한림원의 입맛에 맞지만 (그를 제외하면) 다른 작가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해외에 수출한 문학 에이전트 조셉 리(이구용)는 “한국인들은 한국 문학에 더 관심을 보여야 한다. 책은 읽지 않으면서 노벨상을 원한다”고 꼬집었다. 기사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역할도 상세하게 전했다. 예산과 인력이 다른 나라의 비슷한 기관보다 훨씬 많다고 했다. 해외 현지 출판사 설립을 고려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막상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고 나면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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