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위크] 캠퍼스 성폭력의 두 얼굴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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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명 높은 ‘캠퍼스 성폭행자’라는 낙인이 찍히면 보통 배짱으론 졸업식에 참석하기 어렵다.

미국 대학의 교내 성폭행 신고가 급증하면서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의 역차별 소송도 갈수록 늘어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지난해 졸업생 대다수는 최고 명문 중 하나에서 4년 동안 열심히 공부했다는 자부심에 젖어 맘껏 자축했지만 폴 눈게서는 그 유서 깊은 캠퍼스에서 기피인물이 된 비애를 다시 한번 느꼈다. 그와 부모는 졸업식을 두고 한참 고심했다. 동창생 에마 설코위츠가 그에게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8개월 이상 캠퍼스에서 커다란 침대 매트리스를 끌고 다니며 그가 퇴학당하든지 도망갈 때까지 시위를 멈추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공개적인 치욕에도 눈게서는 계속 버텨내 드디어 학위를 땄다. 그러나 졸업식에서 학위증을 받으러 나가기가 두려웠다. 이름이 호명되면 야유가 쏟아지지 않을까? 기자들이 끈질기게 따라붙고 졸업가운을 입고 학사모를 쓴 그의 사진이 인터넷에 퍼지지 않을까? 설코위츠가 그 매트리스를 졸업식장까지 끌고 나오지 않을까?

하지만 막판에 그의 가족은 졸업식에 참가하기로 했다. 독일에 사는 눈게서의 부모는 베를린에서 비행기를 타고 도착했다. 폭우 속에서 약 1000명의 학생이 하늘색 학사모와 가운 차림으로 학위증을 받으려고 줄을 섰다. 졸업생 중 몇 명은 학사모에 붉은 테이프를 부착했다. 설코위츠가 공동 설립한 캠퍼스 성폭력 반대단체 ‘붉은 테이프 금지’의 상징이었다.

졸업생들은 거대한 천막 아래 자리 잡았다. 눈게서는 설코위츠가 매트리스를 끌고 있는 것을 봤다. 그는 부모에게 그런 사실을 문자로 알렸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로스앤젤레스 시장 에릭 가세티가 축사에서 말했다. “위험하다고 피하지 마라. 반대하길 두려워 말고 매트리스를 들고 시위하라. 운동가가 돼라.” 눈게서의 아버지 안드레아스 프로보슈는 그 축사로 “뺨을 얻어맞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드디어 학위증 수여가 시작됐다. 다행히도 눈게서의 이름이 호명돼도 야유나 항의의 목소리는 없었다. 그러나 8분 뒤 설코위츠의 이름이 호명됐다. 그녀와 친구 4명이 끌고 온 거대한 매트리스 때문인 듯 발표자가 그녀의 이름을 잘못 발음했다. 우레 같은 박수가 터지면서 그 뒤 몇 명의 이름은 들리지도 않았다.

비에 젖은 학부모 속에 섞여 있던 프로보슈는 아무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해 안도했다고 돌이켰다. “우리가 설코위츠의 성폭행자로 지목된 아이의 부모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면 어떻게 나올까 두려웠다. 우리 앞에서 침을 뱉을까?”

그러나 어머니 카린은 반항심을 보였다. “모든 부모에게 ‘내가 눈게서의 어머니다. 난 아들이 자랑스럽다. 당신 아들과 딸이 눈게서에게 어떻게 했는지 잘 알아보라’고 말하고 싶었다.”

눈게서는 학교측이 설코위츠의 성폭행 피해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음에도 자신이 남자라는 이유로 그녀의 오랜 매트리스 시위를 허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 소송이 터무니없다고 믿는 사람도 있지만 일부는 대학이 여학생만이 아니라 모든 학생을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을 상기시키는 경종이라고 본다.

급증하는 역차별 소송
미국 대학은 최근 들어 성폭행 주장의 조사를 강화했다. 2011년 미국 교육부 산하 민권국(OCR)은 장문의 지침을 모든 대학에 내려보냈다. 성폭력 사건에 적극 대응하지 않는 학교를 조사하겠으며 허술한 처리가 밝혀질 경우 연방 지원금을 박탈하겠다고 경고하는 내용이었다.

교육부의 민권담당 차관보 캐서린 라몬은 “그동안 그런 지침을 따르지 않는 대학이 많아 우려가 컸다”고 말했다. “최근에야 관심도와 대응면에서 큰 변화가 보인다. 더 안전한 캠퍼스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현재 OCR은 대학의 성폭력 주장 처리와 관련해 152개교를 조사하고 있으며 캠퍼스 성폭력 신고가 2010년보다 4배 이상 늘었다.

피해자의 권익옹호론자들은 OCR 지침이 성폭력을 당한 학생의 오명을 씻어주고 신고를 독려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 그러나 그런 지침의 부수적인 결과로 학교가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의 정당한 권리가 무시되기 쉽다는 전문가도 있다. 교육개인권리재단의 정책연구 책임자 사만사 해리스 국장은 “이전엔 오랫동안 대학이 캠퍼스 성폭력에 무관심하다고 비난 받았지만 요즘은 그 반대편으로 너무 기울어진다고 우려하는 사람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미국 고등교육 위기관리센터의 브렛 소콜로 대표는 “많은 대학이 OCR 지침을 피해를 주장하는 학생만을 위한 조치로 해석한다”며 “자칫하면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의 소송이 크게 늘 수 있다고 학교측에 주의를 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측이 그런 조언을 불쾌하게 생각하고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그는 덧붙였다.

눈게서를 포함해 갈수록 많은 남학생이 대학을 상대로 피해 보상과 학적부 수정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다. 남학생 권익옹호단체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몇 년 동안 그런 소송을 제기한 학생이 최소한 90명이다. 몇몇 변호사는 실제론 그보다 더 많다고 말했다. 최근까지는 그런 소송이 계약 위반과 적절한 절차 결여에 초점을 맞췄지만 갈수록 역차별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학생이 그러듯이 가해자로 지목된 남학생도 학교측이 성차별을 금지하는 연방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건다.

캠퍼스 성폭력을 막고 피해자를 지원하려는 운동이 마침내 힘을 얻어가는 시점에서 대학이 남학생을 차별한다는 주장은 백인이 인종차별로 제소하는 것만큼이나 터무니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여러 조사를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 여대생 4∼5명 중 1명이 실제로 성폭력 피해자며 캠퍼스 성폭력 주장이 허위인 경우는 2∼10%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차별을 주장하는 소송 최소 14건이 현재 법원에서 심의되는 중이며, 몇 주마다 1건씩 역차별 소송이 접수된다. 그런 소송이 1건이라도 승소해 판례가 생기면 고등교육 전문가가 말하는 성폭력의 과잉교정에 제동이 걸릴 것이다. 권익단체 ‘교육의 소년과 남성’ 설립자 조나선 테일러는 “그런 소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며 “남성 차별에 대한 저항의 폭풍이 몰려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성폭행자가 캠퍼스를 버젓이 돌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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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게서는 자신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여학생의 주장이 언론에 널리 알려지면서 외톨이가 됐다.

다른 예를 보자. 뉴욕주의 바서대학에서 한 교수의 딸이 조정팀의 동료와 섹스를 했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그녀는 페이스북에서 그에게 ‘아주 멋진 시간을 가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1년 뒤 그녀는 합의에 따른 섹스가 아니었으며 저항하려 했지만 밀쳐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조사 끝에 학교측은 남학생에게 퇴학 처분을 내렸다. 그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매사추세츠주의 브랜다이스대학에선 한 남학생이 전 남자친구에게 성적 공격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2년 동안 사귀면서 ‘동의한 적 없는 부적절한 성적 행위를 수차례 당했다’는 주장이었다. 아침에 키스로 잠을 깨웠고(학교 조사관은 신고자가 반쯤 잠든 상태여서 저항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기숙사 샤워실에서 자신의 알몸을 훔쳐봤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은 성적 부당행위라는 학교측의 조사 결과에 불복하고 소송을 준비 중이다.

워싱턴앤리대학을 상대로 제기된 소송은 최근 기각을 면했다. 소장에 따르면 한 여학생이 남학생에게 먼저 키스하며 그의 침대로 이끌어가 그의 옷을 벗겼다. 그들은 먼저 서로 오럴 섹스를 한 뒤 정식 섹스까지 했다. 여학생은 남학생 침대에서 밤을 보냈고 아침에 일어나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한 달 뒤 그들은 또 그런 밤을 지냈다. 다음 학기에 그 여학생은 성폭력에 관한 설명회에 참석했다. 대학의 성차별 금지 조정관은 “후회는 성폭행과 동일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학교측은 부인했다). 곧 그 여학생은 성폭행을 신고했고 해당 조정관은 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보고서에서 그 여학생이 “난 보통 처음 만난 남자와는 그날 섹스하지 않지만 넌 아주 괜찮은 남자야”라고 말했다는 중요한 세부 사항을 누락했다. 학교는 그 남학생을 퇴학시켰고 그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은 오는 4월로 예정됐다.

이런 소송의 대부분은 데이트 성폭력을 일삼는 거친 남학생과는 아주 다른 학생이 제기한다. 바서대학 남학생의 변호를 맡았던 킴벌리 라우는 “폭력적인 집단 성폭행 혐의를 받는 학생은 맡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방에 두 사람이 있었고 서로 술을 마셨는데 다음 날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는 모호한 경우에만 변호를 맡는다.”

눈게서의 사건이 바로 그런 경우다. 친구였던 그와 설코위츠는 두 차례 섹스를 하고 헤어진 뒤 2012년 8월 2학년 학기 첫날 다시 섹스를 했다. 그들은 그 후로도 친하게 지내는 듯했지만 몇 달 뒤 설코위츠가 컬럼비아대학에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설코위츠는 그해 8월 합의 아래 섹스를 시작했지만 눈게서가 항문성교를 강요했으며, 그가 뺨을 때리고 목을 졸랐고 위에서 찍어 눌러 비명을 질러도 멈추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설코위츠는 뉴욕타임스에 “그가 날 목 졸라 죽일 뻔했다”고 말했다.

눈게서는 “그런 주장으로 내 세계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반박했다. 그는 대학측에 합의에 따른 섹스였다고 말했다. 2013년 11월 컬럼비아대학은 조사 결과 눈게서의 책임이 없다고 발표했다.

설코위츠가 성폭행을 신고한 직후 컬럼비아대학의 다른 여학생 2명도 눈게서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1명은 그가 1년 전 자신의 몸을 더듬으며 키스하려 했다고 말했다. 다른 1명은 눈게서와 데이트했을 때 섹스를 해야 한다는 압력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서로가 당한 사실을 알고 난 뒤 신고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컬럼비아대학은 3건 모두에서 눈게서의 책임이 없다고 결정했다. 한 남학생도 눈게서가 자신을 성적으로 공격했다고 주장했지만 학교측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눈게서의 어머니 카린은 “그런 결정이 내려져 이제야 모든 혐의를 벗은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2013년 12월 뉴욕포스트 신문은 눈게서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여학생들에 관한 기사를 실으며 ‘학교의 잘못된 결정으로 익명의 ‘성폭행자’가 캠퍼스를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다’고 썼다. 2014년 1월 컬럼비아대학 학생신문은 관련자 모두를 익명으로 처리하며 피해자들의 주장을 자세히 실었다. 2014년 4월엔 설코위츠가 커스틴 질리브랜드 상원의원(민주당·뉴욕주)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관련 보도자료는 설코위츠의 말을 이렇게 인용했다. “연쇄 성폭행자가 여전히 컴퍼스에 있다. 그가 공격한 여성 3명이 그런 사실을 신고했는데도 버젓이 돌아다닌다. 나는 매일 그를 보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간다.”

한 달 뒤 설코위츠는 뉴욕타임스 1면에 등장했고 시사주간지 타임에 성폭행과 관련한 글을 기고했다. 곧 눈게서의 이름이 ‘연쇄 성폭행자’라는 표현과 함께 캠퍼스 주변의 전단지와 낙서에 등장했다. 며칠 뒤 설코위츠는 경찰에 신고했다. 검사는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합리적인 의혹을 넘어서는 유죄를 입증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고 눈게서의 변호사는 설명했다. 그러나 설코위츠는 자신이 검사의 조사에 참여를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 신고만으로 충분했다. 컬럼비아대학 학생신문은 설코위츠가 주장하는 연쇄 성폭행자라며 눈게서의 이름을 밝혔다. 눈게서는 “그게 결정타였다”고 말했다. “내 삶이 다시는 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았다.”

그동안 눈게서의 부모는 리 볼린저 컬럼비아대학 총장을 포함해 학교 당국에 계속 이메일로 항의했다. 한 메일의 내용은 이랬다. ‘우리 아들이 기자 2명에게 시달림을 당했다는 사실을 방금 알았다. … 그가 구타당해 심하게 부상하거나 심지어 살해되기까지 그냥 두고봐야 하나? … 방금 아들과 통화했는데 크게 충격 받고 외톨이로 지낸다고 했다. … 우린 아들의 신변이 위험하다. … 당신들은 우리 아들의 상황을 크게 악화시키고 있다. … 총장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대학측은 그들에게 ‘대학은 이 문제를 아주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는 말만 전했다. 카린은 “우리가 매번 ‘대학이여, 제발 조치를 취해달라’고 애원했지만 학교측은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다가 2014년 9월 시각미술을 전공하는 설코위츠가 ‘매트리스 퍼포먼스(그 무거운 짐을 지다)’라는 제목의 행위예술(자신의 졸업작품으로 학위를 받았다)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그녀는 컬럼비아대학 학생신문과의 영상 인터뷰에서 “성폭행당한 뒤부터 그 끔찍한 경험은 내게 무거운 짐이 됐고, 어디를 가나 짊어져야 했다”고 말했다. “원래 침대는 아무도 상대하고 싶지 않을 때 물러나 있을 수 있는 사적이고 은밀한 공간이지만, 지난 1~2년간 내 삶은 그 은밀한 곳을 모두 드러내 보여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설코위츠는 2014년 유튜브와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에서 “나를 성폭행한 남자와 같은 학교를 다니는 동안 내내 캠퍼스에 매트리스를 끌고 다니겠다”고 선언했다. 그 동영상은 220만 뷰 이상을 기록했다.

눈게서는 당황했고 두려웠다. “그 작품에 관해 알자마자 대학측에 연락해 교칙 위반행위를 중단시켜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대학은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설코위츠가 무거운 매트리스를 끌고 다니는 이미지는 국가적 상징이 됐다. 그녀는 잡지 뉴욕의 표지와 뉴욕타임스 아트 섹션에 등장했다. 뉴욕의 미술 비평가 제리 솔츠는 그녀의 프로젝트를 2014년 최고의 ‘아트 쇼’로 평했다. 설코위츠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질리브랜드 의원의 손님으로 초청됐고 여성단체는 그녀에게 각종 상을 안겼다. 미국 대학 150개교 이상의 학생들이 캠퍼스에 매트리스를 들고 나와 교내 성폭행 반대 시위를 벌였다. 눈게서는 학교를 떠날까도 생각했지만 그럴 경우 잘못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와 부모는 학교측에 탄원하기를 그만두고 변호사를 구했다.

“인맥도 끊어지고 일자리 찾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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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 150개교 이상의 학생들이 캠퍼스에 매트리스를 들고 나와 교내 성폭력 반대 시위를 벌였다.

기자를 경계하는 눈게서를 수 개월 동안 설득한 끝에 컬럼비아대학에서 약 6400㎞ 떨어진 베를린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 근처에서 성장한 그는 부유한 유럽 출신으로 언론에 보도됐지만 실제는 재정보조 장학금으로 컬럼비아대학에 다녔다. 그의 부모는 돈을 빌려 변호사 비용을 댄다. 지금 그는 부모와 함께 살며 프리랜서 영화촬영 기사로 일한다. 그는 영화학교에 지원할 계획이지만 뉴욕의 인맥을 잃어 미국으로 돌아갈 순 없다고 생각한다. 채용 광고를 보고 지원하면 고용주가 이름을 온라인으로 검색해본 뒤 컬럼비아대학 사건을 따져 묻는다고 그는 말했다. “매번 자세히 설명해야 하는 게 너무 고통스럽다. 그 때문에 괜찮은 일자리를 여럿 놓쳤다.”

‘매트리스 시위’로 설코위츠는 캠퍼스 성폭력 피해자들의 상징이 된 반면 눈게서는 캠퍼스 연쇄 성폭행자로 악명을 떨쳤다. 카린은 “아들의 누명을 어떻게 벗겨줄지 늘 생각했다”고 말했다. ‘매트리스 시위’가 세계적으로 퍼지자 눈게서의 아버지는 변호사를 고용하러 뉴욕에 갔다. 그는 이전에 컬럼비아대학을 제소한 적이 있는 앤드루 밀턴버그 변호사에게 소송을 의뢰했다.

지난해 4월 23일 눈게서는 밀턴버그 변호사를 통해 컬럼비아대학, 이사진, 총장, 시각미술 교수 존 케슬러를 상대로 연방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 따르면 케슬러 교수는 설코위츠의 ‘매트리스’ 행위예술에 도움을 줬고, 컬럼비아대학은 캠퍼스에서 그녀가 매트리스를 끌고 다닐 수 있게 허용했을 뿐 아니라 학교 웹사이트에 그녀의 프로젝트를 홍보하고 학생들의 연대시위의 청소비 일부를 지불했으며, 볼린저 총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설코위츠를 지지했다.

그러나 설코위츠의 이름은 빠져 있다. 밀턴버그 변호사는 “설코위츠는 자신의 이야기를 꾸며냈을 뿐”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컬럼비아대학이다. 대학이 그녀의 매트리스 시위를 허용하고 졸업작품으로 인정하고 그녀가 지어낸 이야기를 정당화할 수 있도록 해줬다. 지금 시점에선 설코위츠는 하나의 부차적인 인물에 불과하다.”

설코위츠는 뉴스위크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면서 이런 이메일을 보냈다. ‘폴 눈게서의 이야기는 순전히 거짓말이다. … 나도 변호사를 고용해 부정확하고 잘못된 사항을 바로 잡을 생각이니 기사를 쓸 때 조심해야 할 것이다.

“대학 시절의 섹스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설코위츠가 매트리스 시위를 벌이기 약 20년 전 바서대학의 한 여학생은 동창생 S 팀 유수프를 성희롱으로 신고했다. 당시 대학들은 ‘데이트 성폭행’ 문제로 골머리를 앓기 시작했다. 법원 문서는 현재 봉인된 상태지만 유수프에 따르면 그 여학생은 자신이 샤워실에서 나올 때 그가 타월을 벗기려 했다고 주장했다.

유수프는 결백을 주장하며 사건이 발생했다는 시점에 자신은 다른 곳에 있었다는 알리바이를 댔다. 그런데도 대학측은 그런 증거를 무시하고 그에게 1학기 정학 처분을 내렸다.

유수프는 1992년 바서대학을 성·인종 차별로 고소했다. 판사가 소송을 기각했지만 유수프는 항소했고 다른 판사가 그 주장을 받아들여 의견서를 냈다. 유수프와 바서대학은 재판 전에 합의를 봤지만 그 사건이 거의 첫 선례가 됐다.

지금도 교내 남성 역차별 소송은 종종 그 사건을 인용하지만 학교가 남학생을 차별했다는 점을 입증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유수프 대 바서대학’ 사건 이래 그와 유사한 소송이 성공한 적은 거의 없다. 성공한 경우에도 승소가 아니라 합의로 끝났다.

눈게서의 변호사 밀턴버그도 그런 남학생의 소송 여러 건을 맡았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낙관한다. “유사한 소송이 크게 늘면서 법원도 뭔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의 권익옹호론자들은 그런 소송을 경멸한다. 졸업식에서 설코위츠의 매트리스를 함께 끈 조이 리돌피-스타는 “그런 소송으로 대학은 캠퍼스 성폭력 사건의 진실을 철저히 조사하기보다 누가 소송을 제기할 위험이 있는지에 따라 판단하게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피해자가 원치 않게 널리 알려지게 되고 성폭력 주장이 거짓인 경우가 실제보다 많다는 잘못된 인상을 주게 된다.”

어쩌면 문제는 잘못된 고발이 아니라 ‘성폭력’의 정의일지 모른다. 소콜로 대표는 “그 정의를 확실히 아는 사람이 드물다”고 말했다. “여자든 남자든 무엇을 성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싶어하는지 살펴보면 아주 놀랍다. 세대차도 관련 있다. 우리가 시대에 뒤졌고 그들이 독자적으로 성적 규범을 재정의하는 것일 수 있다. 요즘 세대의 과민성에 근거해 용납될 수 있는 행위를 재정의하는 듯하다.”

그러나 리돌피-스타는 ‘과민성’ 이론을 일축했다. “학생들은 뭔가 용납될 수 없을 때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자신감과 문화적 공간, 어휘를 마침내 갖게 됐다. 그들이 과민해서가 아니다. 예를 들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앓는 참전군인에게 ‘과민하지 않아요?’라고 묻는 건 말이 안 된다.”

남성 역차별 소송을 담당하는 변호사 저스틴 딜런은 지난 10월 한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에게 남녀 학생이 술에 취해 섹스했을 때 어느 한쪽의 잘못을 묻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솔직히 말해 그들은 서로 성폭행한 거다.” 그러자 청중이 항의했다.

딜런 변호사는 그런 반응이 당연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섹스는 혼란스럽다. 대학생 시절의 섹스는 집에서 처음 멀리 떨어져 세상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상황이라 분명 혼란스럽다. 성폭력을 신고한 학생에게 이렇게 물어야 할지 모른다. ‘학생은 그와의 섹스를 원치 않았다는데 그렇게 실제로 말한 적이 있는가? 아니면 너무 취해 자신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 몰랐던 게 아닌가?”

“대학이 우리 아이의 인생을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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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게이트대학의 경우를 보자. 루크(가명)는 그 학교에서 보낸 8학기 중 6학기 동안은 그가 바라던 대학 생활을 즐겼다. 동아리 6곳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중국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왔으며, 오래 사귄 여자친구가 있었고, 여름 방학엔 코스타리카의 우림에서 교수와 기후변화를 조사했다. 성폭력에 관한 인식을 제고하는 행사에도 참여했고, 급우 여학생의 매트리스 시위도 도왔다.

2014년 10월 그와 친하던 한 여학생이 콜게이트대학에서 성폭력에 관한 포럼을 주최했다. 그다음 이틀 동안 그와 다른 여성 2명은 루크가 성적으로 부당한 행동을 했다고 학교측에 신고했다. 그는 “그땐 무슨 영문인지 몰라 누구에게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돌이켰다. 심지어 부모도 몰랐다. “난 대학을 믿었다. 그전까지 내게 아주 잘해줬기 때문이다. 그들이 진실을 가려서 내 누명을 벗겨주리라 기대했다.”

5개월이 지난 뒤 학교측은 루크에게 신고 내용을 알려줬다. 루크는 “여학생 3명이 3년 전의 일이라고 주장했고 조사관은 다섯 달 동안 검토한 뒤 85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고 돌이켰다. “그런데 나보고 일주일도 안 주고 해명을 요구했다.”

신고서에서 한 여학생은 루크가 동의 없이 자신의 질에 손가락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또 한 여학생은 루크가 동의 없이 자신의 엉덩이와 가슴을 만졌고 그가 페니스를 드러내 만지도록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 여학생은 루크가 동의 없이 자신의 가슴을 만졌고 질에 손가락을 넣었으며 그가 페니스를 드러내 만지도록 강요했고 자신의 허벅지에 갖다 댔다고 주장했다. 신고가 접수되기 2년 반에서 3년 전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루크는 “1학년 때 그들과 만났지만 부적절한 행동을 한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머릿속에서 그 장면을 수백 번, 수천 번 재생하느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는 첫 여학생의 경우 그녀가 가슴을 만지게 허락했고 다른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여학생의 경우 그녀가 상의를 벗은 상태에서 동의 아래 키스를 했을 뿐이고, 세 번째 여학생과는 동의 아래 키스하고 셔츠 아래를 만졌다고 주장했다.

조사위원회는 3건을 동시에 심의한 뒤 루크의 잘못을 확정하고 그를 퇴학시켰다. 졸업 39일 전이었다. 루크의 아버지는 “온라인으로 자료를 찾아보기 전까지는 대학의 불공정한 처사가 그토록 많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미국 전역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아들은 그 물결에 운 없이 휩쓸렸다. 학교 관계자들은 그런 일을 공정하게 처리할 능력이 없다. 그들이 아이들의 인생을 망치고 있다.” 루크는 지난해 8월 대학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콜게이트대학은 아직 반응하지 않았다.

루크와 눈게서가 제기한 소송은 캠퍼스 성폭력 논란에서 기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조짐이다. 루크의 소송도 맡은 밀턴버그 변호사는 “이게 마무리 단계의 시작이 아니라 시작 단계의 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소송으로 사람들이 성폭행 주장을 좀 더 자세히 조사하게 되길 원한다. 그렇다고 캠퍼스에서 실제 성폭행과 성폭력이 없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그건 아주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허위로 혐의를 씌우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정의에 대한 믿음이 무너졌다”
눈게서의 부모는 소송을 제기한 뒤 컬럼비아대학의 졸업식 며칠 전 캠퍼스 중심부 부근의 다지 홀을 찾았다. 그 건물 3층에서 시각미술학과 졸업생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었다. 그들은 설코위츠의 매트리스 작품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매트리스를 보는 게 고통스런 일이지만 아들이 당한 것을 직접 경험하고 싶었다.

그러나 매트리스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설코위츠가 그린 한 남성의 거대한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그들은 그 남자가 아들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눈게서의 기사가 실린 뉴욕타임스를 바탕으로 그려진 작품이었다. 그 남자는 징그럽게 미소 지으며 속옷을 내리고 발기한 페니스를 드러내고 있었다.

또 한 작품에선 같은 남자의 옆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는 벌거벗은 채 매트리스 위에서 한 여성을 올라타고 있었다. 눈게서의 부모는 그녀가 설코위츠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벌거벗은 채 몸을 앞으로 구부린 상태였다. 남자는 설코위츠가 주장한 눈게서의 행위처럼 항문성교를 시도하는 게 분명했다. 세 번째 작품은 여성이 눈을 가리고 있는 모습에다 ‘내 이야기를 마음대로 각색해도 좋지만 내 몸은 수정될 수 없다’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눈게서는 “내 이름이 들어 있는 기사 위에 내 얼굴과 내 페니스가 그려진 그림이 학교에 전시된 것을 보면 기분이 어떻겠나?”라고 말했다. “컬럼비아대학이 전시회를 개최했고 교수가 그런 작품을 승인하고 감독한 뒤 벽에 걸어놓고 손뼉을 쳤다.”

눈게서와 부모는 재판 전 합의에는 관심이 없다. 그는 “정의에 대한 나의 믿음이 근본적으로 무너졌다”고 말했다. “그래서 재판에서 학교측의 그런 조치가 정의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나오길 바란다. 내가 당한 일은 어느 남학생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 맥스 커트너 뉴스위크 기자 / 번역 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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