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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가봤습니다] 1분에 150m 움직이는 벨트···하루에 박스 60만 개 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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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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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서울 장지동 서울복합물류단지에서 택배 박스가 컨베이어 벨트를 이동하고 있다. ‘자동 선별기’를 지난 박스는 1m 간격으로 움직인다. [사진 한진택배]

궁금했다. 어제 주문 배송한 택배를 오늘 받을 수 있해 해주는 물류 시스템이. 이젠 너무 당연한 일상이 어떻게 가능한지 꼼꼼히 뜯어보기 위해 지난 7일 오후 7시 서울 장지동 서울복합물류단지를 찾았다.

수도권 최대 서울 장지동 물류단지
자동화율 극대화한 스마트 센터
스캐너가 배송할 지역 분류하고
뒤엉킨 박스들 좌우로 자동정렬
크로스 벨트로 물건 손상도 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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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개장한 서울복합물류단지는 수도권 최대 택배 물동량을 자랑한다. 물류단지는 한진택배· 현대로지스틱스 등 택배업체 두곳과 SH공사, 금융업체 등이 3700억원을 투자해 만들었다. 하루 최대 60만 박스까지 처리할 수 있다.

이날도 영하 2도의 날씨에 1600명의 작업자가 오후 6시부터 밤샘 작업에 매달렸다. 대부분 기계가 작업하고 작업자들은 트럭 상·하차나 검수 작업을 맡는 경우가 많았다.

유명희 물류단지 재경팀장은 “물류단지 곳곳에 자동화 시스템을 적용해 물류 효율을 최대로 끌어올린 ‘스마트 물류센터’’”라고 설명했다.

택배 더미를 가득 실은 트럭이 쉼없이 나선형 램프를 따라 2층 집하장까지 들어섰다. “‘최적의 물류 동선’을 중점에 두고 설계했다”는 유 팀장의 설명처럼 천장을 다른 물류센터보다 10m 이상 높게 만든 덕에 트럭이 집하장까지 곧장 들어간다.

유 팀장은 “기존 물류 터미널에선 트럭이 1층에 주차한 뒤 엘리베이터로 박스를 실어 날랐다. 여기선 트럭이 2층 컨베이어 벨트 코앞까지 들어와 짐을 내릴 수 있다”고 소개했다.

“위이이잉~”

한진택배 박스를 얹은 채 분당 150m 속도로 쉴새없이 돌아가는 총 길이 5㎞ 짜리 컨베이어 벨트가 한 눈에 들어왔다.

다양한 간격·방향으로 뒤죽박죽 실려오던 박스들은 ‘싱귤레이터’(Singulator·자동선별기)를 지나자 아래쪽 벨트가 좌우로 움직이며 1m씩 일정한 간격으로 재정렬됐다. 박스의 세밀한 부분까지 확인할 수 있는 카메라 6대 덕분이다.

싱귤레이터를 지나자 자동 분류기가 플래시를 터뜨리며 박스 위에 붙은 운송장을 쉼없이 스캔했다. 물류단지가 자랑하는 ‘5면 입체 스캐너’다.

지현휘 한진택배 동서울허브장은 “과거엔 작업자가 운송장을 박스 위쪽 방향으로 돌려놔야 했다. 하지만 이 첨단 스캐너를 도입한 덕분에 그럴 필요가 사라졌다”며 “스캐너가 아래를 제외한 5면을 모두 찍어 어디로 가는 제품인지 정보를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1분 1초가 아쉬운 물류 시스템에서 작업자가 박스를 일일이 돌려놔야 하는 수고를 덜었다는 얘기다.

스캐너가 정보를 입수한 뒤부터 벨트를 따라 이동하는 택배 박스는 이미 행선지가 정해진 상태다. 이동하는 박스를 따라 1층까지 내려오자 길게 쭉 뻗은 컨베이어 벨트 양 옆으로 박스를 떨어뜨리는 내리막길이 줄줄이 늘어섰다.

‘양주’ ‘춘천’ ‘대전’ ‘평택’ 같은 도착지 푯말이 붙은 내리막길 끝마다 작업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쉼없이 벨트 위를 지나가던 박스가 ‘툭’하고 아래로 떨어지면 트럭에 싣기 위해서다. 벨트가 좌우로 움직이며 박스를 ‘툭’하고 밀어내는 시스템이 물류단지가 자랑하는 ‘크로스 벨트’(Cross Belt)다.

지현휘 동서울허브장은 “기존에는 벨트를 기울여 박스를 아래로 떨어뜨렸는데 (크로스 벨트 시스템 덕분에) 박스를 슬쩍 밀어낼 수 있다”며 “기존 방식보다 물건 손상을 줄이면서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복합물류단지는 물류 업체들의 고민을 보여주는 현장이다. 한진택배와 CJ대한통운·현대로지스틱스·로젠택배·KG로지스 같은 기존 물류 업체는 물류센터를 확장하고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해 배송 속도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장지동 복합물류단지 같이 공동 물류단지를 만드는 경우도 있고, 자체 물류단지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택배 5개사의 시장 점유율이 80%에 이르지만 쿠팡·티몬 같은 소셜커머스 업체가 직접 ‘물류 전쟁’에 뛰어들면서 기존 지위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쿠팡은 ‘로켓맨’(전국 당일 배송) 서비스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1조5000억원을 들여 초대형 물류센터를 올해 18개, 2017년 21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해외 직접구매(직구)·역직구 열풍도 물류 전쟁에 기름을 부었다. 해외 직구 물량은 2011년 560만2000건에서 지난해 1596만3000건으로 급증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쇼핑 중심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모바일로 이동하고 신규 TV홈쇼핑 사업자까지 물류 전쟁에 가세하면서 물류 시장의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그는 “물류는 고용유발 효과가 크고 지속 성장하는 산업”이라며 “스마트 물류 투자를 늘리고 해외시장도 적극 두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강해령 대학생 인턴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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