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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스마트카·드론·e메일 … AI는 인간을 지배할 것인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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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3호 1 면

인공지능(AI)은 인류의 삶을 어디까지 바꿀 것인가.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로봇은 공장에선 산업용으로 이용되고, 심해나 우주 같은 극한의 장소에선 인간을 대신해 위험한 작업을 하며, 수술실에선 미세 작업을 도맡는 등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로봇뿐 아니라 스마트카(자율주행차), 드론 등 하드웨어 기술과 다양한 서비스산업이 결합해 미래 경제를 창조할 새로운 원동력으로 주목 받는다. 인공지능 기술은 인터넷 접속을 통해 더욱 스마트해지고 있다.


AI가 인류 문명사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살펴본다.


세계경제포럼(WEF)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1960년대 공상과학(SF) 작가들은 20년 안에 기계가 인간보다 더 스마트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공지능 컴퓨터들이 화성에서 알아서 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물론, 지구에선 지식은 물론 지혜까지 갖춘 인공지능 컴퓨터가 인간이 미처 해결하지 못한 외교적 난제까지 해결한다는 상상을 했다. 그뿐 아니라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이 집안일은 물론 아기까지 돌보는 신세계를 꿈꿨다.?AI 기술 응용한 인터넷 광고50여 년이 지난 지금 이는 현실이 되고 있다. 인공지능은 우리 삶의 어디에도 존재하는 ‘인공지능 유비쿼터스’ 시대가 도래했다. 인터넷 브라우저에 들어가면 사용자에 맞춘 광고가 뜨는데 이는 인공지능 기술을 응용한 것이다. 사용자에게 맞춘다는 뜻의 ‘퍼서널라이징(personalizing)’이란 용어가 인공지능을 의미한다. 요즘 시험주행이 한창인 스마트카(자율주행차)도 여러 가지 센서와 함께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중앙제어 컴퓨터가 조종한다. 긴 직선도로에서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놓아도 자동으로 차선을 지키며 직진하는 크루저 컨트롤 기능도 인공지능에 속한다. e메일이 알아서 내 서버로 찾아오게 하는 것도 인공지능의 일부다. 우리가 미래의 일로 생각하는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 주변에 도착해 있다.


?그럼에도 로봇과 인공지능에 대한 우리의 상상은 대개 부정적이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로봇과 인공지능은 ‘악당’ 역할을 도맡고 있다. ‘터미네이터’에서 보듯 지구를 지배하고 인류를 전멸시키려는 야욕을 지닌 반사회적 이상 성격의 존재로 묘사되기 일쑤다. 인공지능 패닉과 로봇포비아(로봇에 대한 공포)를 유발하기에 충분하다.


할리우드 영화, AI 공포 경고최근의 할리우드 SF 영화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톰 크루즈와 모건 프리먼이 출연한 2013년 개봉작 ‘오블리비언’에는 드론과 로봇이 결합한 무시무시한 공격용 무기가 등장한다. 자율 주행하며 적을 자동 인식하고 스스로의 판단으로 공격을 가한다. 2014년 영화 ‘트랜센던스’는 인공지능에 대한 인간의 공포를 잘 반영한다. 주연을 맡은 조니 뎁이 맡은 역할은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과학자다. 그는 인류가 수억 년에 걸쳐 이룬 지적 능력을 초월하고 자각능력까지 갖춘 수퍼컴퓨터를 개발해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반과학자 단체에서 방사성 독극물 공격을 당해 육체는 죽음을 맞지만 뇌는 컴퓨터에 업로드된다. 하나의 프로그램이 된 뇌는 인터넷과 접속해 스스로 빅데이터를 학습한다. 그러면서 신과 다름없는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실제로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입력된 인공지능 로봇이 체스에서 인간을 누른 적도 있다.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을 능가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할지 알 수 없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이 가져올 디스토피아를 사전에 막자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테슬라자동차와 스페이스X를 운영하는 세계적인 벤처기업인 일런 머스크는 2015년 1월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을 비롯한 세계적인 전문가들과 함께 ‘인공지능에 보내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인공지능과 관련한 사회적 충격을 연구하자는 호소였다. 공개서한은 사회가 인공지능을 통해 엄청난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잠재적인 위험성을 막을 방법도 확실하게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면 질병과 가난을 근절시킬 수 있겠지만 연구자들은 통제할 수 없는 것은 절대 개발하면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인류 멸종과 같은 회복할 수 없는 글로벌 재앙을 일으킬 수 있는 ‘진보된 인공지능 기술로 인한 실존하는 위험’을 사전에 파악하고 이를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프렌들리 인공지능 기술 개발 운동이를 위해 머스크는 같은 해 12월 오픈AI라는 비영리단체를 샌프란시스코에 설립했다.


?인류에 도움이 되는 ‘프렌들리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해 소스코드를 공개하는 운동을 펴는 게 설립 목적이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이 인류에 해를 끼칠 가능성을 차단하고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개발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과 관련한 특허나 연구 결과를 대중에 공개해 다른 연구자나 기관과 협업을 강화하겠다는 의욕도 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AI 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기술 소외계층이 생기는 것을 막아보려고 한다. 인공지능 기술 개발이 빈부격차를 확대하는 디스토피아를 막고 인류 전체의 복리에 도움이 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이를 위해 우선 10억 달러의 기금을 모금해 연구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지난 1월 중순 영국에선 ‘책임질 수 있는 로봇과학재단(The Foundation for Responsible Robotics·FRR)’이라는 공익재단이 발족했다. 사회에서 로봇과 관련된 사회적 윤리와 책임 증진을 도모하는 단체다. 영국 셰필드대 로봇공학 교수 출신으로 ‘인공지능 리뷰’지 편집장인 노엘 샤키가 대표를 맡았다.


?FRR은 로봇공학, 법률, 윤리, 사회학 전문가들이 모여 ‘책임질 수 있는 로봇’의 기준을 만들어 이를 로봇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에게 제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킬러 로봇 금지 캠페인’이라는 공익단체를 이끌어 온 샤키 교수는 “적절한 정책도 없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로봇을 개발하면 사회문제만 일으킬 뿐”이라며 “이런 흐름에 제동을 걸기 위해 나섰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는 로봇을 강력한 경제적 아이템으로만 여길 뿐 수많은 사회적 위험성은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3면 ‘인공지능’으로 계속


채인택 중앙일보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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