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은 인공지능(AI)으로 시작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CNN에 따르면 지난 6~1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전시회 ‘CES 2016’에선 가전제품이 아닌 스마트카(자율주행차)·로봇·스마트홈·사물인터넷이 핵심을 이뤘다. 한결같이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인간이 조작하지 않아도 ‘알아서’ 스스로 작동하는 기기다. 첨단 혁신 기술의 흐름을 볼 수 있는 CES에서 이런 경향이 나타난 것은 인공지능이 미래 기술의 대세임을 보여준다.
?그뿐 아니라 BBC에 따르면 세계경제포럼(WEF) 주최로 20~23일 열린 스위스 다보스 포럼을 앞둔 18일 발표된 ‘미래의 직업’ 보고서에서도 인공지능이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보고서는 인공지능 발달에 따른 자동화 등으로 2020년까지 약 7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기술과 전문 분야 서비스 및 미디어 분야에서 약 210만 개의 새 일자리가 생기면서 결과적으로 약 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 인력의 65%를 차지하는 15개 선진국과 개도국 대기업에서 일하는 고위 간부 약 3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클라우스 슈밥 WEF 회장은 “인재 부족, 대량 실업, 불평등 심화 등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고 변화를 따라잡으려면 노동 분야 변화에 투자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인공지능과 이를 활용한 로봇이 이런 상황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2016년 1월은 이처럼 인공지능의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가 동시에 선보였다.?손님 찾아다니는 택시 사라져미국 전기전자공학회(IEEE)는 지난 1월 초 2040년에는 모든 자동차의 75%가 운전이 필요 없는 스마트카가 차지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마트카의 의미는 단순히 자동차가 운전자 없이 무인으로 목적지를 알아서 찾아가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과학기술 혁신정책 분야를 연구해 온 한양대 김경민 교수는 “스마트카는 전기차와 결합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자동차의 친환경화·경량화·소형화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 전기차는 휘발유차나 가스차에 필수적으로 있는 엔진과 핸들, 기어, 액셀러레이터, 브레이크 같은 수많은 장치가 필요없다. 배터리와 모터만 있으면 구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진동을 일으키는 엔진이 없기 때문에 서스펜션도 간소화된다. 소음을 줄이는 부속도 필요없게 된다. 자동차 무게가 획기적으로 줄면서 에너지 효율은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이런 자동차가 대량 생산되면 자동차의 원가도 가전제품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배기가스가 줄어 친환경적인 교통체계가 마련되는 것은 물론이다.
?스마트 전기차가 택시 비즈니스와 결합하면 택시가 손님을 찾아 거리를 배회할 필요도 없어진다. 세계적인 완성차업체 GM은 지난 4일 유사 콜택시업체인 리프트에 5억 달러를 투자해 ‘무인운전 자율주행차 택시군단’을 만들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리프트는 우버와 유사한 자동차 공유 앱을 운영하며 자동차가 필요한 사람을 자동차 소유자와 연결해 주고 있다. 일종의 공유경제 시스템이지만 이를 택시에 적용하면 택시 앱이 된다. 스마트 전기차 기술에 모바일 기술을 융·복합해 택시가 손님을 찾아 거리를 배회할 필요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휴대전화 앱으로 무인택시를 불러 타는 것은 물론 물품 배달을 비롯한 심부름도 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택시가 꼭 필요한 거리만 주행하는 친환경적인 미래를 만들 수 있다. 결과적으로 친환경적인 데다 거리의 교통량도 상당수 줄일 수 있게 된다. 인공지능 기술이 자동차를 진화시켜 인류에 보다 편리하고 쾌적한 세상을 제공하는 것이다. 다만 이 기술이 확대되면 택시기사라는 인간의 직업이 사라지는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 단점이다.
?미국 첨단기술 업체인 엔비디아는 CES에서 수퍼컴퓨터급 스마트카를 선보였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 업체가 CES에서 공개한 컴퓨팅 엔진은 탑승자의 인체 정보를 읽고 상황을 자동으로 파악한다. 빅데이터를 읽어 자율주행차 운행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 기술은 볼보에서 채택해 조만간 시제품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배기가스·교통량 줄어 친환경CES 2016은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점차 가시화하는 자동차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는 평이 주류를 이룬다. 인공지능 기술이 장착된 스마트카는 자동차가 로봇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자동운전시스템의 도입으로 자동차가 운송수단을 넘어 심부름, 배달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생활필수품이자 신상품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CES에선 다임러 자동운전시스템 전기자동차와 아우디 자동운전시스템 스포츠 전기차도 소개됐다. 머지않아 운전하지 않고 스포츠카의 짜릿한 속도와 터닝을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와 놀이기구의 경계도 허물어지게 된다. 인공지능의 발달이 앞으로 얼마만한 파급효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과 확산은 로봇산업에 큰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로봇협회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전 세계적으로 57억 달러에 불과했던 로봇 시장이 2010년 249억 달러로 4배 이상 성장했으며, 2025년에는 664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목할 점은 2000년까지는 로봇 시장이 산업용 일색이었지만 2010년에 가정용이 산업용을 눌렀으며, 2025년에는 산업용의 3배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아울러 미미했던 의료용과 공공용, 그리고 바이오산업용 로봇 시장이 상당히 신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제4차 산업혁명 주도WEF의 2016년 어젠다 보고서는 인공지능 기술이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제1차 산업혁명은 1784년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기계를 활용한 생산력의 증가가 계기가 됐으며, 제2차 산업혁명은 1870년 노동 분화와 전기 도입, 대량생산체계 확립을 통해 이뤄졌다. 제3차 산업혁명은 1969년 전자기기와 정보기술(IT), 자동화 생산의 도입이 촉진했으며 이제 사이버와 물리적 시스템이 융·복합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토피아가 있으면 디스토피아도 있는 법이다. 이러한 스마트카나 스마트 택시의 도입은 필연적으로 사이버 보안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자동차가 해킹당하면 탑승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자동차가 엉뚱한 곳으로 향할 수 있다. 범죄는 물론 테러에도 이용될 수 있다. 현재 사람이 자동차를 특정 위치에 갖다 놓고 원격조종이나 자폭을 통해 벌이는 테러가 스마트카를 이용한 원격 조종 테러로 진화할 우려도 있다.
?게다가 자동차 승차 정보의 소유권 등 다양한 미래 ICT 법률 관련 문제도 생길 수 있다. 기술개발에 따른 법과 제도의 개선이 절실한 이유다. 게다가 인공지능 자체가 융·복합적인 산업을 이끌고 있으므로 규제 개혁과 제도 개선을 원스톱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경제적인 이득을 넘어 인간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채인택 중앙일보 논설위원?ciimccp@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