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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유치해, 뜬금없어, 어려워…책에 대한 편견, 여기 가면 다 깨질걸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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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 가이드 ③ 테마가 있는 책방·도서관 순례

방학특집 3탄은 ‘테마가 있는 책방과 도서관 순례’입니다.

뒹굴뒹굴 집에서 놀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녔으니 슬슬 책 한두 권쯤은 읽어야 방학의 마무리로 그럴듯하겠죠.

꼭 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을 고를 필요는 없습니다. 지루해 하며 중간에 책을 덮어버리는 것보다야 “재미있다!”며 끝까지 다 읽는 게 나으니까요. 표지 그림이나 제목이 마음에 드는 책,
우연히 손에 잡히는 책 모두 환영합니다.

대형서점의 수많은 책 중에 한 권을 고르는 게 힘들다면, 테마가 있는 책방과 도서관을 찾아가보세요. 친절한 책방지기가 여러 책을 권해줄 겁니다.

운이 좋으면 ‘인생의 책’을 만날 수도 있어요. 내게 영감을 주고 좋은 영향을 미치는 책이죠.

책을 즐겨 읽고 창작소설까지 써본 경험이 있는 소중 작가 3명이 직접 소개합니다.

그림책 보며 펼치는 상상의 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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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 가득한 내부가 훤히 보여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베로니카 이펙트

이용 오전 11시 30분~오후 9시.

주말은 9시 30분까지. 월요일 휴무

주소 서울 마포구 당인동 24-11

문의 02-6273-2748, www.veronicaeffe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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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방 베로니카 이펙트에는 가운데 큰 테이블이 놓여 있어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림책방 베로니카 이펙트는 동갑내기 공동 대표인 일러스트레이터인 유승보씨와 기자 출신 김혜미씨가 고른 그림책을 만날 수 있다. 그래픽노블을 주로 취급하며 국내외 그림책 초판을 모아 빈티지 서적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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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벽 한켠을 장식한 일러스트는 유승보 대표가 그렸다.

그림 소설이라고도 말하는 그래픽노블은 소설처럼 깊이 있는 스토리에 만화보다 예술적인 그림을 표방한다. 잘 알려진 그래픽노블로는 아트 슈피겔만의 『쥐(MAUS)』 자크 로브의 『설국열차』 등이 있다. 『과학 이야기-거짓말, 속임수 그리고 사기극』, 『캠핑 서바이벌-여섯 친구의 무인도 표류기』 등 흥미로운 주제의 그래픽 노블은 물론이고, 작가가 좋아하는 새들을 모두 그렸다는 『Beautiful Birds』 같은 그림 위주의 동화책도 찾아볼 수 있다.책방지기 유승보(29) 대표는 고등학교 때 영상과 애니메이션을 공부했고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했다. 일러스트와 글이 함께할 수 있는 공동작업을 찾다가 그림책을 떠올렸다. 그 뒤 각종 서점과 헌책방에서 그림책을 수집하기 시작했고 이렇게 모은 책으로 1년 반 전에 작업실을 열었다. 좋아하는 책을 모아 작업을 할 생각으로 연 공간이 결국 책방이 됐다.

책방지기가 추천하는 그림책

『101 Artists to Listen to Before You Die(죽기 전에 들어야 할 101명의 아티스트)』 리카르도 카블로 글·그림, Nobrow Press | 스페인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리카르도 카블로가 추천한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101명의 음악 아티스트’.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작곡가 바흐부터 록 밴드 라디오헤드,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에이미 와인하우스까지, 101명의 아티스트를 글과 그림의 일기 형식으로 기록했다. 저자가 손으로 직접 쓴 글과 그림이 인상적이다.

?『내 친구 어디 있어요?』 베르나르두 카르발류, 그림책공작소 | 포르투갈의 그림책 작가 베르나르두 카르발류의 글 없는 그림책. 반딧불이의 친구 찾는 과정이 그림으로만 이어진다. 숲 속에서 깨어난 반딧불이가 숲 속 동물들에게 물어물어 친구를 찾아간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반대편에서 다시 이야기가 시작된다. 거꾸로 책장을 넘기는 양방향 그림책이다. 유 대표는 “글이 없어 상상력을 더해준다는 게 매력”이라고 추천했다.

?『과학의 놀라운 신비 75가지』 제니 볼봅스키 외, 이숲 생명은 어디서 왔을까, 동물은 왜 잠을 잘까, 눈송이는 왜 저마다 모양이 다를까, 사춘기는 어떻게 시작될까…. 생물학·물리학·지구과학 등 각 분야 55명의 과학자들이 소개한 75가지 자연과학 현상에 75명 화가의 개성 넘치는 삽화를 더했다. 과학의 궁금증과 그림 작품의 예술, 두 가지를 충족시켜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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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작가 이다현이 본 ‘베로니카 이펙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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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작가 이다현(경기도 화성 금곡초 5)은 작가가 꿈이다. 소중 홈페이지에 ‘비밀 거래상’과 ‘성장 곱하기 성장’을 연재 중이며, 지면에선 ‘나도 북마스터’ 코너에서 활발하게 글쓰기를 하고 있다. 5기 학생기자로 선정돼 더 많은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며 도착한 곳은 서울 당인동의 ‘베로니카 이펙트’. 그림책을 취급하는 작은 책방이야. 나는 주로 커다란 서점이나 도서관을 찾는 편이라, 이렇게 작은 책방은 처음이었어.

하얀색 페인트로 칠한 책방은 알록달록하고 독특한 그림책들로 가득해. 그림책은 볼수록 신기했어. ‘이렇게 아름다운 색감으로 이런 묘사를 할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자신만의 독특한 그림으로 표현돼 있지. 표현 방법도 다양해. 어떤 것은 일반 책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색으로 가득 차 있고, 또 어떤 책은 글 없이 그림만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

꼼꼼히 살피다 보면 마음에 꼭 드는 그림도 발견하게 돼. 아직도 눈에 생생할 정도야. 책방지기 유승보 대표 역시 “마음에 드는 그림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다”고 했어. 어릴 때부터 그림책을 좋아했다는 유 대표는 그림책방을 그림책 출판사로 키우는 게 꿈이래. ‘베로니카 이펙트’라는 이름은 ‘나비효과(아주 작은 것이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는 이론)’를 뜻하는데, 작은 책방으로 시작했지만 큰 그림책 출판사를 목표로 한다는 의미야.

사실 나는 평소 그림책을 유치하다고만 여겼어. 어린아이나 읽는 책이라고 생각했지. 취재를 하면서 편견이었음을 깨달았어. 작은 선 하나하나에 정성이 가득한 그림책은 일러스트레이터와 작가가 힘을 합해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전달하는 멋진 수단이며, 예술이고 문학이라는 생각마저 들었어.

유 대표님은 “자신만의 아이돌 작가를 찾으라”고도 조언했어. 출판사 편집자이자 대표님의 외국인 친구는 “한국인은 작가가 얼마나 멋진 직업인지 모르는 것 같다”고 했대. 좋아하는 작가를 물으면 콕 집어 답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야. 대표님은 “책을 가리지 않고 접하다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어.

나처럼 그림책이 유치하다고 생각한 친구들이 있다면, 이제부터라도 편견은 버리면 어떨까. 주변에 있는 그림책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아. 읽다 보면 어느새 상상의 나라로 빠져드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 다음엔 작가들의 독특한 표현 방식을 비교하고 살피며 안목을 넓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해.

가능성의 세계로 떠나는 모험

SF&판타지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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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판타지 책이 가득 꽂혀있는 책장 앞에서 독서 중인 명도연 소중 작가. 도서관에선 1만8000여 권을 열람할 수 있다.

이용 수~금요일 오후 2~8시. 토·일요일 오후 1~9시. 월·화요일 휴관. 도서 대출은 정기회원(6개월 5만원)만 가능하며, 회원 가입하면 대여는 무료.

주소 서울 서대문구 증가로 29 중앙빌딩 3층

문의 070-8102-5010, www.sflib.com

SF&판타지 도서관은 50평(165.29㎡) 공간에 로비·열람실·상영실·회의실을 갖췄다. 15평(49.58㎡)의 열람실에는 SF·판타지·과학 잡지·추리·신화 등 1만8000여 권이 정리돼 있다.

도서관장 전홍식씨가 말하는 SF&판타지 도서관은 “책만 보는 게 아니라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곳”이다. 열람실은 매달 한 번 영화가 상영되고, 회의실을 빌려 보드게임을 가지고 놀 수 있으며, 작가 간담회나 작품 전시 등의 행사도 열린다. SF·판타지·과학 등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놀이터 같은 곳.

도서관지기 전홍식(42) 관장은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고 그중 SF물을 재미있게 읽으며 자랐다. 1997년 재개봉한 영화 ‘스타워즈’를 다시 보며 본격적으로 SF에 관심을 가졌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게임 잡지 필자로 활동하다, 1998년 영화 ‘스타워즈’와 게임 ‘맥 워리어’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2000년부터 SF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제1회 한국 SF컨벤션’, ‘SF 파티’ 등의 행사를 개최했고, 2009년 SF&판타지 도서관을 개관했다. 2005년부터 다니던 게임회사를 2013년 그만두고 현재 청강대·한국IT전문학교 등에서 게임 기획과 스토리텔링을 가르치며 도서관 운영과 집필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도서관지기가 추천하는 판타지·SF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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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지기 전홍식 관장

『끝없는 이야기』 미하엘 엔데, 문예출판사·비룡소 | 용기가 부족한 열 살 소년 바스티안이 환상계에서 끝없는 모험을 겪고 돌아오는 이야기. 전 관장은 “일 년에 한 번은 꼭 읽는다”며 “내가 왜 책을 보는가에 대한 대답을 얻을 수 있었던 책”이라고 소개했다.

『어스시의 마법사』 어슐러 르 귄, 황금가지 |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와 함께 세계 3대 판타지 문학으로 꼽히는 『어스시』 전집의 1권. 판타지하면 보통 ‘싸움’을 떠올리는데, 누군가를 찾아 떠나는 모험을 하며 자아를 발견하는 성장 소설이다.

『모모』 미하엘 엔데, 비룡소 | 평범한 한 마을에 나타난 회색 신사들이 사람들의 시간을 빼앗아 간다. 모모와 호라 박사 일당이 일생일대의 모험을 벌이며 사람들에게 시간을 되찾아주는 이야기. 시간을 낭비하는 일조차 소중하고 행복한 의미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도서관 전쟁』 아리카와 히로, 대원씨아이 | 아리카와 히로의 『도서관 시리즈』 첫 번째 이야기. 미디어 검열을 강화하는 법률에 대항하기 위해 도서관자유법·도서대가 등장하게 됐다는 설정이다. 자칫 어두울 수 있는 주제를 사고뭉치 주인공을 통해 가볍게 풀어나간다.

『금성탐험대』 한낙원, 창비 | 한국 SF소설의 선구자인 고(故) 한낙원 작가의 대표작. 미국과 소련의 우주개발 경쟁이 치열하던 냉전시대에 한국의 우주조종사 고진이 펼치는 이야기다. 전 관장은 “표지는 아동용처럼 보이나, 청소년이 읽기에 제격인 SF소설”이라고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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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작가 명도연이 본 ‘SF&판타지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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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작가 명도연(대전 어은초 4)은 작가 또는 검사가 꿈이며 판타지소설을 좋아한다.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은 ?제로니모의 환상모험? 시리즈. 지난 겨울 소중 카페에서 판타지 소설 ‘아일랜드 페어리테일’을 연재했으며 이후 홈페이지에서 이어갈 예정이다.

평소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나는 SF&판타지 도서관을 취재하게 됐어. 전홍식 관장님 역시 어렸을 때부터 SF와 판타지 책을 즐겨 읽었다고 해.

관장님은 SF를 ‘가능성의 세계’라고 말했어. ‘이럴지도 몰라’, ‘이러면 안 될 텐데’하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거야. 실제로 핵전쟁을 그린 TV영화 ‘그날 이후(The day after)’가 방영되자 미국서 반핵 단체가 늘었대. 어느 과학자의 화성 생존기 ‘마션’ 역시 SF가 지닌 가능성을 말해주지.

그런가 하면 판타지는 ‘성장의 문학’이래. 상상 속 세계의 모험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고, 모험을 통해 책을 읽는 사람 역시 성장하기 때문이야. SF와 판타지의 공통점이 있다면, 사건이나 인물에 집중하는 보통의 소설과 달리 배경, 즉 상상의 세계에 초점을 맞춘다는 거야. 관장님은 “다양한 세계관을 접할 수 있어 익숙해지면 푹 빠져드는 분야”라고 설명했어.

도서관 운영에 어려운 점을 묻자 “재정 문제보다 어려운 점은 사람들의 편견”이라고 하셨어. ‘신비스럽다(내가 그랬듯)’고 느끼거나 접근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거지. ‘애들이 보는 책’이라는 편견도 있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SF와 판타지로 유명한 소설·영화를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도 말이야.

반면 가장 뿌듯할 때는 “도서관 덕분에 논문을 완성할 수 있었다”는 회원을 만났을 때, 또는 가족이 도서관에 와서 책을 읽는 모습을 볼 때야. 관장님은 “판타지와 SF물이 상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며 책도 추천해주셨어. 『모모』와 『끝없는 이야기』는 이미 읽은 책이라 『어스시의 마법사』를 읽어보려 해.

SF&판타지 도서관의 목표는 “10년을 잘 채우는 것(올해 7주년)과 사람들에게 좋은 도서를 추천해 주는 것”이야. 나 역시 책을 추천받고,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 있어서 좋았어. 작가가 꿈인 내게 많은 도움이 됐지. 소중 친구들도 SF와 판타지물에 관심이 있으면 이곳에 꼭 와 보길!

소통하며 인문학 배우는 사랑방

프루스트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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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파는 책방이면서 책방지기의 서재 같은 분위기의 ‘프루스트의 서재’ 내부.

이용 오전 10시~오후 9시. 월요일 휴무

주소 서울 성동구 무수막길 56

문의 010-8988-2682, www.proustbook.com

프루스트의 서재는 박성민씨가 나고 자란 동네에 1년 전 문을 연 동네 책방. 독립출판물·일반도서·중고서적 등을 다루며 주로 인문학 서적을 취급한다. ‘세상에 관심을 가지고 소통하는 것, 상대를 이해하고 사람을 배우는 것이 바로 인문학이 주는 깊이’라고 생각하는 주인장이 고른 책들을 만날 수 있다.

책방 이름 ‘프루스트의 서재’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영감을 얻은 것. 소설 내용처럼 잃어버린 소중한 시간을 회복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지었다. 문학적인 이름과는 달리,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들리는 동네책방이다. 책방 벽 한 편에 붙어 있는 시가 그 점을 잘 알려준다. 과자를 먹으러 책방에 놀러온 동네 아이가 지은 시다. ‘나는 처음으로 서재에 왔다/조용하다 책이 많다/고요한 음악이 흐른다/한마디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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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지기 박성민 대표

책방지기 박성민(38) 대표는 대형 서점에서 하루에도 백 권이 넘는 책들을 취급하며 7년을 일했다. 내용도 알지 못한 채 팔기 위해서 책을 대하는 것에 싫증을 느꼈다. 책을 좋아하고 읽는 것을 즐겼던 때의 시간을 다시 찾고 싶어 수집한 책을 모아 1년 전 책방을 열었다. 책을 팔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작업실의 기능도 한다. 이곳에서의 1년을 담은 소소한 일기를 모아 책(독립출판물)으로 만드는 일을 준비 중이다.

책방지기가 추천하는 책 3권

『나무를 그리는 사람』 프레데릭 망소 글·그림, 권지현 역, 씨드북 | 원시 열대림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 ‘원스 어폰 어 포레스트’의 감독이자 친구인 뤽 자케의 초대를 받아 영화 촬영지인 아프리카 가봉에 방문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만들었다. 아름다운 색의 원시 숲과 나무들로 가득한 책. 화려한 색으로 가득하던 숲이 까맣게 타버려 검은색으로 물든 모습을 통해 자연파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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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대표가 추천한 책 『나무를 그리는 사람』의 삽화. 원시 숲과 나무를 아름다운 색채로 표현했다.

『고양이, 길』 윤종빈 글 | 길에서 죽어가는 많은 동물을 보며 느낀 감정들을 담아 만든 책. 짧은 글과 푸른 색채의 그림이 어우러져 길에서 죽어가는 동물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먹먹함을 느낄 수 있다. 우리 주변을 배회하는 대표적인 동물인 고양이를 통해 우리가 지나치는 길 위에서 사라져가는 많은 생명이 있음을 전한다. 독립출판물.

『고서점 호산방 첫 번째 방문. 송광용의 만화일기』 정아람 글, 오늘의 풍경 | 만화가 송광용(1934~2002)이 중학교 1학년 때인 1952년 5월 1일부터 1992년 2월 9일까지 40여 년간 직접 써온 그림일기. 개인이 독립출판물로 발행해왔으며, 발행된 131호 중에 24호의 이미지를 엮어 만들었다. 만화가라는 꿈을 갖고 살았던 인물의 솔직한 삶을 느낄 수 있으며 1950~80년대 우리나라의 사회상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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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작가 유시광이 본 ‘프루스트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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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작가 유시광(서울 인헌초 5)은 4기 학생모델로 호러·공포 소설을 좋아한다. 2015년 여름 ‘소년중앙 호러 소설 공모전’에서 글솜씨를 뽐내며 공동 1위를 했다.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해 공포 소설 외의 문학 장르에도 관심을 가지는 중이다.

무수막길을 따라 올라가면 언덕 위의 조용한 동네와 잘 어울리는 책방 ‘프루스트의 서재’를 찾을 수 있어. 외관이 빨간색 벽돌로 꾸며진 작은 책방이야. 이곳은 인문학 책을 주로 취급해. 처음에 인문학이라고 들었을 때는 어려운 책을 상상했는데, 막상 살펴보니 아이들이 읽을 수 있는 책도 많았어. 손님 연령대 역시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하다고 해.

박 대표님은 “인문학은 내 주변에 관심을 가지는 것. 또 궁금한 부분은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알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어. 물론 처음에는 이 말조차 어렵게 들렸어. 하지만 책방에 있는 책을 자세히 설명해주시는 걸 보고 곧 무슨 의미인지 알게 됐지. 『나무를 그리는 사람』이란 책이었는데, 작가가 원시 열대림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촬영지에 가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고 해. 이야기와 함께 자연의 모습이 아름다운 색채로 표현돼 있어.

박 대표님은 “책을 먼저 보고 영화를 봤는데 책에 담긴 또렷한 색채가 정말 원시 야생의 자연을 잘 그려냈다”고 설명하셨지. 책에는 검게 탄 숲의 모습도 그려져 있었어. 대표님은 내게 책장을 펼쳐 보이며 “‘인간의 욕심으로 자연이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이 들지 않느냐”고 물었어. 나는 자연스레 인간에 의해 파괴되는 자연에 대한 문제를 떠올리게 됐지. 그리고 ‘우리가 힘을 모으면 자연을 되살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고.

내가 책을 보며 자연 파괴의 문제점을 느끼고 되살릴 방법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바로 인문학을 쉽게 배워가는 과정이지. 인문학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에게 그렇지 않다고 말해주고 싶어.

큰 서점에는 책이 엄청나게 많지만 책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사람은 본 적이 없어. 인문학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는 친구라면 전문책방에 들러보면 어떨까. 알고 싶거나 좋아하는 주제가 생겼다면 망설이지 말고 가까운 전문책방을 찾아가봐. 한 권의 의미 있는 책을 찾아 읽는다면 그 다음엔 이 넓은 세상이 좀 더 새롭게 보일 거야.

글=이세라 기자·권소진 인턴기자 slwitch@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woo.sang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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