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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죄 적용된 90kg 아빠, 격투기 하듯 16kg 최군 폭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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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부천원미경찰서는 22일 초등생 아들(2012년 사망 당시 7세)을 때려 숨지게 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아버지 최모(34)씨에게 사체 손괴·유기 및 아동복지법 위반 외에 이례적으로 살인 혐의를 추가 적용해 22일 검찰에 송치했다. <중앙일보 1월 22일자 10면 톱>

경찰은 어머니 한모(34)씨에게는 아동복지법 위반 외에 사체 손괴·유기 혐의를 추가했다.
최씨는 2012년 11월 7~8일 아들 최군을 이틀간 심하게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아들이 숨진 것을 확인한 다음날인 9일 오후 아내와 함께 아들의 시신을 훼손하고 집 냉장고 등에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이 이날 밝힌 최종 수사 결과에 따르면 최씨는 2005년생인 아들 최군을 5살 때부터 숨진 2012년 11월까지 약 3년간 학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처음엔 어린이집에 적응하지 못해 친구들과 싸우는 등 문제를 일으킨 아들을 훈육하는 차원이었다. 하지만 여러 차례 타일러도 최군이 거짓말을 하고 말을 듣지 않는 등 문제를 일으키자 폭력의 횟수와 정도가 심해졌다.

어머니 한씨는 "아들이 밥을 잘 먹지 않아서 아빠한테 맞았다. 비쩍 말라서 당시 두 살 어린 동생(현재 10세·2012년10월 당시 18㎏)보다 가벼웠다"고 진술했다. 아버지의 학대 등으로 초등학교 입학 당시 18.5㎏이던 최군의 몸무게는 사망 당시 약16㎏(4살 남아 평균 몸무게)이었던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반면 축구·헬스 등 운동을 즐겨한 최씨는 당시 약 90kg의 거구였다. 최씨는 2012년 11월 7일 오후 8시30분부터 약 2시간 가량 '뼈 밖에 남지 않은' 최군의 복부와 옆구리를 발로 걷어차는등 심하게 폭행했다. 90kg의 어른이 불과 16kg의 아이의 머리를 주먹으로 수십 차례 권투하듯 강하게 때리고, 발로 가슴 부위를 수차례 걷어찼다고 경찰은 밝혔다. 주먹과 발을 이용해 격투기 하듯 무차별 폭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한씨는 "아들이 숨지기 전날 사소한 잘못을 했는데도 '잘못했다'는 말을 하지 않아서 남편에게 맞았다"고 진술했다. 폭력은 최군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 8일에도 이어졌다.

당시 최씨는 "이렇게 때리다간 (아들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고 경찰은 판단했다. 8일 오후 5시쯤 술에서 깬 아버지 옆에서 최군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는 살인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아들의 사망 가능성을 예상하면서도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치명상을 입을 만한 폭행을 한데다 처벌을 받을까봐 상태가 위중한 아들을 방치하고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한 점 등을 종합할 때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 충분해 살인죄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변호사 자격증을 소지한 경찰로 구성된 법률자문단의 조언을 구하고 검찰과도 사전 의견 교환을 한 만큼 살인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최씨 부부는 2012년 3월 부천의 모 초등학교에 입학한 최군이 친구와 다투는 등 말썽을 피우자 한교 측에는 "가정에서 교육방송을 보여주고 학습지를 풀게 하는 등 홈스쿨링을 하겠다"고 하고서도 2012년 5월부터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 학습지 등을 구독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최씨가 20대 때 징병 신체검사에서 4급 판정(공익근무요원 복무)을 받았지만 입대하지 않아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수배상태였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2013년 3월 부천에서 인천으로 이사를 가면서도 자신만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최씨 부부는 검찰에 송치되면서도 "숨진 아들에게 할 말 없느냐"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의 범행이 잔혹한 점 등으로 미뤄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35조(비밀엄수 조항)에 따라 가해자의 얼굴을 공개할 수 없는데다 이들에게 딸이 있는 만큼 딸에게 상처가 될 수 있어 비공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경찰은 2012년 당시 최군이 다니던 학교로부터 최군의 장기 결석 사실 통보를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부천 주민센터 공무원에게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입건했다.

검찰은 인천지검 부천지청에 최군 사건 특별수사팀을 구성했다. 최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구속기한을 한 차례 연장하는 등 20일간 최씨 부부를 철저하게 조사한 뒤 기소할 방침이다. 또 법원에 최군 여동생에 대한 최씨 부부의 친권 상실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최씨가 최군을 학대한 것으로 확인된 만큼 딸에게 학대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도 형제·자매의 학대로 인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을 수 있어 신중하게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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