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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기 전에 막차 타세요…사라지는 알짜 카드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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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20대 직장인 박모씨는 KB국민카드의 ‘SK스마트카드’를 20일 인터넷으로 신청했다. 이달 말이면 이 카드가 사라진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서둘렀다. 이 상품은 다른 KB카드와 이용실적을 합산해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이른바 ‘굴비’카드(실적이 굴비처럼 줄줄이 엮인다는 뜻)란 별칭으로 불린다. 그는 “굴비카드가 이제 몇 종류 안 남았는데 없어진다기에 막차를 탔다”고 말했다.

연회비 대비 혜택 커 업체는 부담
KB국민·농협 등 속속 발급 중단
법적으론 미리 알려줄 의무 없어

 연초부터 카드사들이 카드 구조조정에 나섰다. 카드사로선 수익에 부담이 되는 적자 카드지만 고객에겐 혜택이 큰 알짜 카드가 주된 퇴출 대상이다. 이달 말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앞둔 카드사로선 비용 절감이 최우선 과제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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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국민카드는 지난 18일 스타·혜담카드를 포함한 총 25종의 발급을 다음달부터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지난해 말 14개 카드를 없앤 지 한 달도 안돼 또 카드를 대거 정리했다. 카드 혜택만 쏙쏙 빼먹는 ‘체리피커’(자기 실속만 차리는 소비자)들 사이에 인기였던 ‘굴비’카드 2종(SK스마트, GS칼텍스스마트세이브)이 사라진다. 또 3000원의 저렴한 연회비에 비해 혜택이 커서 실속파 고객들이 많이 찾았던 레일에어카드와 해피오토카드도 발급이 중단된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출시된 지 오래돼 최근 트렌드에 맞지 않는 상품을 정리하는 것”이라며 “유지관리 비용을 아끼려면 카드 수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KB카드는 이들 25종의 카드에 대한 인터넷 발급신청을 22일까지만 받는다. 그 이후 이달 말까진 국민은행·KB국민카드 영업점이나 모집인 통해서만 신청할 수 있다.

 농협카드도 비씨키자니아에듀카드와 체크카드 2종의 신규발급을 26일 중단한다고 20일 공지했다. 키자니아에듀카드는 전국의 학원과 유치원 결제비용을 10% 할인해주는 생활밀착형카드다. 전국 모든 음식점과 대중교통 이용 시 3%를 할인해주는 ME체크카드도 이번에 없어진다. 소리 소문도 없이 조용히 사라져버린 알짜카드도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 3일 ‘현대카드X’와 ‘X2’의 발급을 중단한다는 공지를 당일 홈페이지에 띄웠다. 현대카드는 “기존 카드를 ‘X에디션2’로 업그레이드해 더 편리해졌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존에 있던 ‘연간 누적금액에 따른 보너스 캐시백’ 서비스는 새 상품에선 제공되지 않는다. 롯데카드는 지난 13일 “롯데트래블패스카드 신규 발급을 12일부터 중단한다”고 뒤늦게 홈페이지를 통해 알렸다. 1500원 당 2마일씩 적립해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는 상품으로 여행 관련 인기 카드였다.

 부가서비스는 카드사가 임의로 줄일 순 없다. 금융감독원이 5년 이내엔 임의로 축소하지 못하도록 의무기간을 두고 있어서다(이달 말 3년 이내로 개정 예정). 부가서비스 축소는 기존 고객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예민하다. 그러나 카드의 신규발급을 중단하는 건 카드사 마음대로 언제든 할 수 있다. 사전에 이를 예고해야 할 의무도 없다. 아직 가입하지 않은 잠재적인 고객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약속 위반이라고 따질 순 없어서다. 이 때문에 발급중단 사실을 미리 알렸다가 뜻하지 않은 ‘절판 마케팅’ 효과를 일으키는 것이 부담스러운 알짜카드는 예고 없이 조용히 사라진다.

 금감원 박원형 상호여전감독국 팀장은 “혜택이 쏠쏠한 카드일수록 먼저 없어질 가능성이 큰 것이 사실”이라며 “불필요하게 카드를 만들 필요까진 없지만 꼭 필요한 혜택이 있는 카드는 미리 챙겨두는 게 소비자로선 이익”이라고 조언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줄어드는 것을 보충하기 위해 카드사는 모든 비용을 아끼려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고객에겐 혜택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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