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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가봤습니다] 여기 거쳐간 중·고생들, 특허 1700개 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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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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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대전 카이스트 문지캠퍼스에서 창업 영재 캠프 참가자들이 3D프린터로 뽑아낸 미니 자동차를 스마트폰으로 원격 조종하고 있다. [사진 김성태 기자]

14일 오전 10시 대전시 유성구 문지로의 카이스트 문지캠퍼스. 9층 강의실엔 큰 테이블마다 대여섯 명 학생이 머리를 맞대고 메모지에 뭔가를 쓰며 토론 중이다.

카이스트 ‘창업 영재’ 동계캠프
전국서 모인 145명 집중 수업
1년 강의 온·오프 합해 360시간
“현장서 배우니 힘들어도 즐겁죠”
중국서도 비행기 타고 공부하러 와

가운데 있는 큰 종이에는 ‘007 전자칠판’, ‘스마트버스’, ‘취향저격’, ‘데이터와 데이트’ 같은 말들이 써 있었다. 몇몇은 노트북을 꺼내놓고 쉼 없이 마우스를 움직였다.

 이곳은 카이스트 ‘IP(지식재산)-CEO과정’의 동계캠프 수업 현장이다. 전국 중·고등학교에서 뽑힌 ‘창업 영재’ 145명이 11일부터 4박5일간 집중 수업을 받는 캠프다.

이날 오전 강의는 최환진 이그나잇스파크(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대표가 강사인 ‘린스타트업 워크숍’이었다. 린스타트업은 단시간에 시제품을 만들어 시장의 반응을 살피고 이를 제품 개발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학생들은 팀을 짜 사업 아이디어를 글과 그림으로 구체화하고, 애플리케이션 아이디어까지 연결시켰다. 이날 학생들의 아이디어 중 뷰티 앱 ‘뷰티 팔레트’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뷰티 팔레트는 스마트폰으로 얼굴을 찍어 앱에 등록된 뷰티 전문가에게 전송하면, 화장을 해서 다시 얼굴 주인에게 보내준다는 개념이다. 얼굴 주인은 사용된 화장품을 앱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다.

최 대표는 “잠재 소비력이 큰 10대가 주 타깃이고 성인 아이템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평했다. 이 앱을 기획한 이세민(18)양은 클릭하면 나타나는 화면을 손바닥 만한 종이 몇 장에 옮겨 차례로 넘겨가며 앱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임진성(17)군은 프로그래밍 실력자로 통한다. 그는 고등학교에 입학한지 한달 만에 자퇴했다. “교사 한 명이 학생 30명에게 똑같은 내용을 가르치는 게 싫어서”다.

임군은 “직접 경험하며 공부하기 때문에 실제 창업했을 때 생기는 문제와 이를 해결하는 법을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혼자 프로그래밍을 공부한 임군은 요즘 머신러닝(기계학습)에 빠져 있다. 이곳서 익힌 지식을 더 확장해 머신관련 업체를 창업하는 것이 목표다.

  김성균(15)군은 전교회장 출신에 운동과 악기 연주는 다 잘한다는 팔방미인. 기획·연출 관련 창업을 하고 싶어 서울공연예술고에 진학했다.

“학교에서는 교과서만 가르치는데 이곳에선 현장을 알려줘요. 또 저보다 공부는 못해도 아이디어와 열정이 넘치는 친구들이 많아서 좋아요.”

 IP-CEO 과정은 1년 강의가 온·오프라인 각각 200시간, 160시간으로 만만치 않다. 이번 캠프처럼 방학을 이용한 집중 교육은 일정이 더 빡빡하다.

4박5일 동안 매일 오전9시~오후10시까지 게임화, 사업계획서 작성, 3D프린팅 실습, O2O(온·오프라인 연계) 특강, 특허전략 같은 수업이 이어진다. 숙소에 돌아가서도 삼삼오오 새벽까지 토론하는 모습이 오디션 현장을 방불케 한다.

학생들은 “힘든데 즐겁다”는 반응이다. 매 오프라인 수업마다 중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학생도 있다. 비행기가 결항되자 배를 타고 올 만큼 열의를 보였다.

 교육을 총괄하는 백민정 박사는 “좀 덜 가르치고 스스로 배우게끔 한다”며 “특정 콘텐트가 아니라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콘텍스트(맥락)를 가르친다”고 말했다.

6년 동안 이곳에서 키워진 학생들이 1700개 넘는 특허를 출원했고 이 중 80개의 등록을 마쳤다. 4기 교육생 이현세(16)군은 이미 동기 교육생 김범(19)씨, 박준형(22)씨와 가상현실 솔루션 업체 ‘리얼리터’를 창업했다.

2월에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박기한(18)군은 스마트 디바이스 커버를 개발하는 ‘리커버’를 차렸다. 교구업체 ‘코이스토리’의 창업자 연희연(17)양, 안희태(17)군 역시 이곳 출신이다.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는 “학생들이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과정의 목적”이라며 “꼭 기업가가 되지 않더라도 사회에 혁신자를 확산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대전=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사진=김성태 기자

◆KAIST IP(Intellectual Property·지식재산)-CEO과정= 2009년 카이스트 IP 영재기업인교육원이 시작한 창업영재교육으로 올 2월 시작하는 학기가 7기째다. 2년 과정으로 온·오프라인 강의, 토론, 팀 과제로 미래기술, 지식융합, 지식재산권, 기업가정신 등을 배운다.

매년 전국 중학교에서 5명을 추천 받아 서류 전형, 1박2일 캠프 면접을 거쳐 한 기당 80명을 선발한다. 주 연령대는 14~16세. 캠프비를 제외한 교육비는 특허청과 한국발명진흥회가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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