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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셔츠, 도라에몽 립 틴트 … “재밌고 추억 떠올라 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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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의류·화장품까지 캐릭터 전성시대

미키마우스·카카오프렌즈·도라에몽·스타워즈 캐릭터들이 ‘오타쿠’(특정 취미에 강한 사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 할 때다. 우리에게 친숙한 캐릭터들이 ‘캐릭터 상품’의 옷을 벗고 다양한 분야의 제품과 만나 새로운 컬래버레이션(협업) 제품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만화와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의류와 화장품, 향수와 방향제 등 라이프스타일 상품 전반으로 확산해 ‘캐릭터 컬래버레이션’ 시대를 열었다. 캐릭터들이 어떤 이유에서 일상생활 속 작은 부분에까지 발을 들이게 됐는지 알아봤다. 이은 기자 lee.eun@joongang.co.kr

패션업계는 오래전부터 단발성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해왔지만 지금의 컬래버레이션 열풍과는 조금 다르다. 초반엔 유명 아티스트·디자이너와의 협업이 대다수였던 반면 최근엔 캐릭터로 그 범위가 확장됐다. 어린 시절 즐기던 장난감이나 만화에 향수를 느껴 이를 다시 찾는 성인인 ‘키덜트(Kids+Adult)족’ 영향이 크다. 문구나 장난감 수준에 머물렀던 ‘캐릭터 상품’이 패션 브랜드는 물론 뷰티·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는 수준으로 확장됐다.


캐릭터 속 이야기 즐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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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만화 ‘피너츠’의 강아지 캐릭터 스누피와 영화 ‘스타워즈’ 로고가 새겨진 스파오의 스웨트 셔츠.


패션업계에서 특히 컬래버레이션에 적극적인 것은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다. 국내 SPA 브랜드인 스파오는 영화 ‘스타워즈 7: 깨어난 포스’의 로고와 대표 캐릭터 ‘스톰트루퍼’ ‘BB-8’ 등이 그려진 반팔 티셔츠와 ‘다스베이더’ 항공점퍼 등 31종류의 제품을 내놓았다. 미국 만화 ‘피너츠’의 등장인물인 강아지 스누피가 그려진 스웨트셔츠, 데님 재킷 등 27 종류의 제품도 출시했다.

유니클로도 월트디즈니컴퍼니와 글로벌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관련 상품군을 대폭 확대했다. 후리스, 울트라 라이트다운 및 히트텍 등 유니클로의 대표 상품에 스타워즈를 비롯한 디즈니 캐릭터를 입힌 것뿐만 아니라 우산·담요·양말·토트백까지 다양한 제품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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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는 영화 ‘스타워즈 7: 깨어난 포스’의 로고와 대표 캐릭터 ‘BB-8’을 그려넣은 티셔츠를 선보였다.

‘스타워즈’ 컬래버레이션에는 중장년층도 지갑을 열었다. 지난해 12월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한 골프웨어 브랜드 마크 앤 로나, 패션잡화 브랜드 쿠론 등 21개 브랜드에서 ‘스타워즈’ 제품을 구매한 고객을 분석한 결과, 40대가 1위(37%)를 차지했다. 50대 이상 고객도 27%의 비중을 차지했다. 스타워즈 제품을 구매한 고객 10명 중 6명(64%)이 40대 이상이란 얘기다. 신세계백화점 홍정표 상무는 “어린 시절 스타워즈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는 40~50대 고객들이 과거 부모님과 함께 영화를 보던 추억을 떠올리며 집중적으로 상품을 구매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SPA 브랜드들이 캐릭터와의 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 대해 스파오 백유라 팀장은 “소비자의 취향을 빠르게 반영해야 하는 SPA 브랜드의 특성이 반영됐다”며 “브랜드 이미지에 ‘재미’ 요소를 더할 수 있는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키덜트 문화’가 확산하면서 캐릭터 의류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져 더 이상 캐릭터를 패션으로 소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백 팀장은 “캐릭터 상품 소비는 캐릭터가 예쁜 그림이기 때문이 아니라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즐기는 것”이라며 “잘 알려진 캐릭터 상품은 시장 진입이 쉽고 경쟁력을 더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캐릭터 그려넣으면 매출 4~5배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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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화 캐릭터 도라에몽이 그려진 어퓨의 쿠션 파운데이션과 립 틴트. 캐릭터 하나만으로 판매량이 껑충 뛰었다.


직장인 이모(27)씨는 어려서부터 일본 만화 캐릭터인 도라에몽을 좋아했다. 일본에서만 출시된 한정판 캐릭터 상품까지 사 모을 정도였다. 이씨는 최근 화장품 브랜드 ‘어퓨’에서 도라에몽이 그려진 립 틴트 제품을 구입했다. 그는 “캐릭터 컬래버레이션 제품은 거울·인형 같은 일반 캐릭터 상품보다 가격이 싸면서 실생활에서 가까이 두고 사용할 수 있어서 자주 사게 된다”고 말했다.

캐릭터 컬래버레이션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뷰티업계다. ‘어퓨’가 지난해 8월 출시한 ‘도라에몽 에디션’은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도라에몽 얼굴 모양의 쿠션 파운데이션을 비롯한 립 제품 등 24종류의 화장품은 기존 제품에 도라에몽 캐릭터만 입혔을 뿐인데도 금세 동났다.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도라에몽 얼굴이 그려진 ‘에어핏 쿠션 파운데이션’은 일반 ‘에어핏 쿠션 파운데이션’보다 5배 이상 더 많이 팔렸다. ‘어퓨’ 브랜드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 김홍태 과장은 “경쟁이 치열한 화장품 시장에서 제품에 차별성을 부여하면서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한 방법으로 캐릭터 마케팅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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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스프리는 원숭이의 해를 맞아 원숭이 캐릭터 ‘폴 프랭크’가그려진 매니큐어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했다.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올해 원숭이의 해를 맞아 원숭이 캐릭터인 ‘폴프랭크 에디션’을 내놨다. 폴프랭크 캐릭터가 그려진 다양한 네일 스티커, 매니큐어와 소용량 핸드크림 등이다. 이니스프리 최혜윤 상품개발 담당자는 “캐릭터 컬래버레이션 제품의 경우 캐릭터 판권이 걸려있어 판매량이 제한되는데, 한정판이라는 특별함이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더욱 자극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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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대표 캐릭터 ‘무민’을 통해 ‘북유럽의 향기’를 표현한 향수 브랜드 데메테르

무형의 제품을 알기 쉽게 표현하는 방법으로 캐릭터가 이용되기도 한다. 향수 브랜드 데메테르는 겨울 시즌을 맞아 ‘북유럽 리미티드 에디션’에 북유럽의 대표적인 캐릭터 ‘무민’을 그려넣었다. 쉽게 와 닿지 않는 북유럽 여행지의 향기를 캐릭터를 통해 표현한 것이다. 데메테르 홍보담당 박새론 대리는 “향기 자체만으로는 대중에게 호소하기 힘든 부분이 있어 향기를 시각적으로 설명할 수 있으면서도 이슈가 되는 ‘무민’ 캐릭터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북유럽 리미티드 에디션’은 드럭스토어 ‘왓슨스’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팔린 기존의 데메테르 향수보다 4배 더 많이 판매됐다.

비싸도 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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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이모티콘인 카카오프렌즈 모양의 방향제와 향초를 내놓았다.

회사원 배모(31)씨는 최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캐릭터인 카카오프렌즈 모양의 방향제를 구입했다. 배씨는 “평소 쓰던 이모티콘 캐릭터 제품이 나와 자연스레 관심이 갔다. 일반 방향제보다 가격이 두 배 정도 비싸지만 재미 있어서 샀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카카오프렌즈와 손잡고 캐릭터 방향제를 내놓았다. 이모티콘 속 네오·프로도·무지·어피치가 그려진 방향제로 차량용 방향제 8종류와 캔들 4종류 등 총 22종의 제품이 출시됐다. 카카오프렌즈 방향제 평균 가격은 1만1200원으로, 같은 회사의 일반 방향제 평균 가격보다 두 배 정도 비싸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캐릭터가 그려진 방향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 방향제가 출시된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의 방향제 상품군 평균 매출액은 출시 전 평균 매출액보다 약 4배 증가했다. 현재 LG생활건강 방향 상품군의 매출 중 약 60%는 카카오프렌즈 방향제가 차지한다.

LG생활건강 이종원 홍보부문장은 “소비자들이 가격이 비싼데도 불구하고 캐릭터가 그려진 제품을 구입하는 것은 캐릭터 제품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만족을 얻는 ‘작은 사치’현상으로 볼 수 있다. 캐릭터 방향제를 단순히 탈취 목적으로 구입한다기 보다는 공간을 꾸며주는 소품의 역할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장기간 이어지는 불황 속에서 스트레스를 떨치고 재미를 찾기 위해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차별화된 제품을 찾는 심리가 캐릭터 컬래버레이션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글=이은 기자 lee.eun@joongang.co.kr
사진=각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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