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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개량’과 ‘개선’은 대상에 따라 구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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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겨울 가뭄으로 인해 바닥을 드러낸 댐이나 저수지가 적지 않다고 한다. 농촌에서는 올해 농사 준비에 비상이 걸리고, 섬 지역 주민들은 식수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 뉴스에서도 “상수도관 개량/개선 등 생활 환경 개량/개선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겨울 가뭄이 장기화하며 산간벽지 및 섬 주민들의 식수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등의 기사가 보도되고 있다.

 위에서와 같이 어떤 것을 더 좋게 만들 때 ‘개량’ 또는 ‘개선’을 사용한다. 그런데 ‘개량’과 ‘개선’은 의미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아 동의어라 여겨지기도 한다.

 ‘개량’과 ‘개선’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개량’은 ‘나쁜 점을 보완하여 더 좋게 고침’, ‘개선’은 ‘잘못된 것이나 부족한 것, 나쁜 것 따위를 고쳐 더 좋게 만듦’이라고 나와 있다. ‘개량(改良)’과 ‘개선(改善)’을 이루고 있는 한자를 살펴봐도 ‘고칠 개(改)+좋을 량(良)’, ‘고칠 개(改)+착할 선, 좋을 선(善)’으로, 둘 사이의 차이점을 찾기 힘들다.

 ‘개량’과 ‘개선’은 이처럼 의미가 비슷한 것 같지만 어떤 것을 고쳐서 더 좋게 할 것인지 그 대상에 차이가 있다. ‘개량’은 구체적인 물건을 대상으로 한다. 다시 말해 도구나 기계, 품종, 무기 등을 더 좋게 고칠 땐 ‘개선’보다 ‘개량’이 더 잘 어울린다. ‘개선’은 주로 추상적인 것을 대상으로 한다. 즉 환경이나 제도, 근무 여건, 근로 조건 등을 더 좋게 한다고 표현할 때는 ‘개량’이 아닌 ‘개선’을 쓴다.

 따라서 “지역별로 균형 있게 댐 개발을 추진하고, 기존의 저수지 등을 개량해 누수량을 차단하는 효율적인 물 저장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의 경우에는 ‘개량’이, “대청댐의 무심천 환경 개선 용수 조정 여부에 따라 청주시 주변의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에서는 ‘개선’을 쓰는 게 더 적확하다.

 위 예문에서는 상수도관(구체적 도구)엔 ‘개량’, 생활 환경엔 ‘개선’을 쓰는 게 어울린다.

김현정 기자 noma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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