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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문재인·안철수, 북핵 못 풀겠다면 대선 접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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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강찬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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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
논설위원

차기 대권 주자 선상에 선 김무성·문재인·안철수. 이들 가운데 북핵을 해결할 인재가 있을까. 솔직히 말해 없어 보인다. 북핵은 권모술수의 대가인 마키아벨리·메테르니히·비스마르크가 떼로 덤벼도 이기기 힘든 동북아의 프랑켄슈타인이다. 북핵을 진실로 해결하려는 정치인은 정치적 목숨이 아니라 진짜 ‘목’을 걸고 싸워야 한다. 북핵 해결에 ‘넘사벽’인 4대 마피아를 처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마피아는 ‘평피아’다. 평양의 강경파들이다. 구순 가까운 빨치산 원로와 장성들이다. 이들은 긴장을 먹고산다. 평화는 이들의 숨통을 끊는 독이다. 김정은이 “대화 한번 해볼까” 하면 똘똘 뭉쳐 막는다. 그래도 김정은이 뜻을 굽히지 않으면 휴전선이나 북방한계선(NLL)에서 총질을 한다. 남측이 대응사격에 나서면서 한반도는 순식간에 전쟁전야로 치닫는다. 존엄한 김정은도 대화를 주장하긴 힘들어진다. 평피아들이 이런 식으로 긴장을 조성하며 기득권을 유지해온 게 수십 년이다.

 두 번째 마피아는 ‘중피아’다. 북한의 못된 짓을 감싸며 대북제재를 무력화해 온 중국의 행태는 베이징 공산당 정권이 무너지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 북한을 드나드는 배의 90%가 중국 국적이다. 이들 배 밑창엔 유엔이 지정한 대북 금수물자나 위험물질이 떡 하니 실려 있다. 3년여 전 우리 정부는 미국 정보기관이 급전한 첩보에 따라 부산에 입항한 중국 선박 한 척을 수색했다. 막 북한에서 나온 이 배엔 핵무기 관련 요주의물질이 다량 실려 있었다. 배의 다음 목적지는 미얀마였다. 북한의 핵 확산에 중국이 다리가 돼 준 것이다. 대북 금융제재도 마찬가지다. 요즘 북한 외화벌이 기업들은 국적을 중국으로 세탁한 지 오래다. 북한은 이렇게 중국 탈을 쓴 북한 기업을 내세워 김정은의 사치품부터 무기·핵물질까지 원하는 건 다 입수할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눈을 감는 게 중국이다. 이런 중국보고 “북한을 혼내 달라”고 요구하는 건 태양보고 “서쪽에서 떠 달라”고 주문하는 것이나 같다.

 세 번째 마피아는 ‘미피아’다. 미국은 북핵을 없애고 싶어 하지만 손에 흙 묻히면서까지 나설 마음이 없다. 중국이 시늉만 한줄 알면서도 “북한을 손봐달라”고 칭얼대는 게 전부다. 이란 제재에서 위력이 입증된 ‘3자 제재(secondary boycott)’를 북한에 가하는 것도 미온적이다. 3자 제재는 북한과 거래하는 외국 기업을 제재하는 것인데, 그런 기업들은 대부분 미국의 핵심 교역 파트너인 중국 기업이다 보니 꺼리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가 북한의 핵실험 직후 국정연설에서 북의 ‘ㅂ’자도 꺼내지 않은 데는 이런 까닭이 있다.

 마지막 마피아는 ‘남피아’다. 우리 땅엔 북한을 절대악으로 간주하며 김씨 정권 붕괴만이 해법이라 믿는 세력과 북한이 어떤 도발을 저질러도 혼내지 말고 감싸야 한다고 고집하는 세력이 각각 존재한다. 양극단에 위치한 두 근본주의 세력이 정부의 대북정책을 끊임없이 흔들어 댄다. 북핵에 큰 고민을 해보지 않은 정치인들은 이들에게 끌려다니기 일쑤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이 급변침해 춤추는 까닭이다.

 김무성과 문재인·안철수도 그런 축이다. 북한의 네 번째 핵실험에도 진심으로 걱정하는 기색을 찾기 힘들고, 관심이 공천과 창당에만 쏠린 모양새다. 북핵을 제대로 고심해본 적이 없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핵은 미·중의 글로벌 헤게모니 다툼에다 일본·러시아 같은 지역 열강이 가세한 동북아 패권 경쟁, 그리고 남북 갈등까지 얽힌 고차방정식이다. 고도의 역사의식과 현실적 국제감각, 노련한 외교술을 완비한 신공도 풀기 힘든 난제다.

 김무성·문재인·안철수는 4대 마피아를 싸워 이길 전략이 있는가. 정말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4대 마피아와 진검승부를 펼칠 구상을 해 보라. 임기 중 싸워서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힘을 빼는 성과만이라도 낼 방책을 짜내 보라. 그럴 자신이 없다면 대권에의 뜻을 접고 정계를 떠나기를 정중히 요청한다. 대한민국은 북핵에 목숨을 걸 의지도, 능력도 없는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기에는 너무도 위태로운 나라다.

강찬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