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어젯밤 몰래 먹은 치킨과 맥주, 뇌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중앙일보

입력 2016.01.17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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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욕망 중 먹는 즐거움만 한 게 있을까. 하지만 생존을 위해 획득한 식욕은 조물주의 ‘선물’이면서 한편으론 ‘저주’일 수 있다. 절제가 따르지 않는 식욕은 식탐이어서다. 비만한 사람에게 식탐은 영원한 숙제다. 식사량 줄이기에 번번이 실패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참기 힘든 식욕에 사로잡힌다. 식욕의 난제를 푸는 열쇠는 바로 ‘뇌’다. 뇌는 호르몬과 신경계 활동을 중심으로 식욕 조절의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대한민국을 가볍게, 지구를 가볍게’ 건강하게 살 빼기 프로젝트 (7)
"대뇌 시상하부에 있는
신경세포·신경섬유 통해
공복감·포만감 신호 보내"

대한비만학회와 중앙일보플러스가 공동으로 진행한 ‘대한민국을 가볍게, 지구를 가볍게’ 캠페인을 통해 뇌와 식욕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고, 효과적인 체중 감량법을 소개한다.

김모(36·여)씨는 10년차 자취생이다. 직장 때문에 가족과 떨어져 지방에서 지낸다. 혼자 사는 동안 몸무게가 10㎏ 이상 늘었다. 동네 의원에서 비만 치료를 받아 5㎏을 감량했지만 3개월 만에 원상태로 돌아왔다. 거듭된 다이어트 실패로 찾아온 건 바로 폭식 습관. 업무시간 동안에는 커피와 음료, 빵 정도만 먹다가 퇴근 후 몰아서 배를 채우기 일쑤다. 체중 증가에 대한 두려움 탓에 때때로 먹은 것을 토해내기도 한다. 최근 건강검진에서 폭식증이 우려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나래 교수는 “폭식은 포만감을 잘 못 느끼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유전, 심리 같은 다양한 원인의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식탐을 다스리지 못하는 현대인들이 늘고 있다. 과체중에서부터 병적 비만은 물론 음식을 먹는 동안 통제력을 완전히 잃는 폭식증까지 그 형태도 다양하다. 모든 사람이 똑같이 느끼는 식욕이지만 왜 조절하는 데 차이가 나는 것일까.

섭식·포만 중추가 서로 반대 작용

사람은 공복감을 느낄 때 음식을 찾는다. 배가 허전한 느낌이 밀려와서다. 이때 식사하면 포만감이 생긴다. 위가 음식물로 가득 찬 느낌이 들고 배가 부르다. 공복감은 신체에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하도록 하는 신호다. 반면에 포만감을 느끼면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했다는 의미다. 먹는 행동을 중지시키는 경고음과도 같다. 이런 섭식 행동의 핵심인 공복감과 포만감은 ‘뇌’에서 만들어진다.

 그중에서 대뇌 아래에 있는 시상하부가 주요 역할을 한다. 시상하부에는 다양한 신경세포와 신경섬유가 몰려 있다. 여기에 공복감·포만감을 느끼는 섭식 중추와 포만 중추가 있다. 섭식 중추의 신경세포는 음식물이 필요할 때 자극을 받으면 활발해진다. 뇌나 몸의 각 부위에 신호를 보내 먹고 싶은 의욕을 높인다. 음식을 먹고 침이 나오게 한다. 포만 중추는 반대다. 포만 중추의 신경세포는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했다고 판단하면 먹고 싶은 기분을 억제한다. 홍 교수는 “시상하부가 식욕 조절의 중심 부위”라며 “섭식 중추와 포만 중추가 상반작용을 하며 섭식 행동을 조절한다”라고 말했다.

스트레스 호르몬도 식탐 부추겨

뇌가 몸의 에너지 섭취와 저장에 대한 정보를 전달받는 통로 중 하나가 호르몬이다. 렙틴·그렐린 등이 대표적이다. 렙틴은 지방세포에서 만들어지는 호르몬이다. 체지방량이 많아지면 렙틴 역시 증가해 시상하부로 보고된다. 이는 곧 식욕 억제와 에너지 소비 증가로 이어진다. 그렐린은 위에서 분비되는 것으로 허기를 느끼게 하는 호르몬이다. 배가 고플 때 분비량이 늘었다가 식사하고 위가 차면 분비량이 급격히 준다.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김대중 교수는 “체지방량이 급격히 증가해 렙틴의 수치가 정상에서 벗어나면 뇌에서 ‘먹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도 반응하지 않고 계속 먹는 과식·폭식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도 식탐과 밀접하다. 급성 스트레스는 식욕을 떨어뜨리고, 소화액 분비 및 위장운동의 기능을 약화시킨다. 입맛을 잃어 먹지 못하는 경우다. 그러나 만성화된 스트레스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 체내의 스트레스 호르몬 농도가 높아져 식욕 조절이 힘들다. 중년 여성 김모(49)씨의 사례가 그렇다. 김씨는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푼다. 구직 활동으로 불안하고 초조한 감정이 들 때면 더욱 심해진다. 그는 현재 허리둘레가 103㎝로 심각한 복부비만이다. 팔다리는 상대적으로 가늘고 복부 중심으로 살이 급격히 쪘다.

 실제 과다 분비된 코르티솔은 지방 조직에 있는 수용체와 결합해 지방이 잘 저장되도록 만든다. 수용체는 주로 내장지방에 몰려 있어 복부비만을 유발하기 십상이다.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스트레스 자체가 비만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며 “비만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선 스트레스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로토닌 분비량 늘려 식욕 억제

세로토닌·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도 식욕을 다스리는 열쇠다. 세로토닌은 행복하고 차분한 감정을 만드는 물질이다. 사람의 의식 수준이나 건강 상태에도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 특히 포만감을 느끼게 하고, 음식 섭취량을 줄이려는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금연을 위해 보조제를 복용하는 것처럼 세로토닌을 적절히 활용하면 식욕조절에 도움이 된다.

세로토닌을 활용한 비만 치료제가 나온 배경이다. 로카세린 성분의 식욕억제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뇌에서 세로토닌 분비량을 늘려 식욕을 왕성하게 하는 도파민의 분비를 억제하고, 조기 포만감을 높여준다. 세로토닌의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자극하기 때문에 심혈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식욕 억제 효과를 얻는다. 강 교수는 “식욕억제제는 식욕 조절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의 농도 변화로 뇌의 포만 중추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한다”고 말했다.

도파민은 각성과 쾌감을 주는 물질이다. 새로운 자극이 있을 때 잘 분비된다. 기름진 음식을 먹거나 카페인 음료를 마실 때, 운동 직후에도 일시적으로 나온다. 도파민은 새로운 자극을 받을수록 큰 만족감을 느끼게 한다. 홍 교수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결핍 상태에 빠져 고당질·고지방 음식을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충분한 잠이 식욕·스트레스 관리

식욕은 음식 섭취와 체내의 에너지 대사, 호르몬과 신경계 활동, 감정 등에 따라 조절된다. 이런 원리를 이해하면 식욕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규칙적으로 식사하면 뇌에서 식욕을 적정 수준으로 조절하는 데 유리하다. 섭식·포만 중추를 잘 속이는 것도 요요현상 없는 체중 감량법 중 하나다. 식사량을 조금씩 줄여나가면 가능하다. 다이어트 초기에는 양을 조금만 줄여도 식사 후에 여전히 공복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 식사량을 잠시 유지하면 뇌는 ‘이 정도의 양도 영양분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 그러면 식사 후 포만 중추가 섭식 중추보다 강하게 작용하기 시작한다. 처음보다 적은 식사량만으로 포만감이 생기는 체질로 바뀐다.

식욕을 억제하는 렙틴 호르몬은 수면 중에 많이 분비된다. 평소 충분한 수면을 취하면 식욕과 스트레스 모두를 관리할 수 있다. 적절한 운동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줄이고, 신체와 정서적 긴장을 풀어주는 데 제격이다. 강 교수는 “당 지수가 낮은 음식은 혈중 인슐린 분비를 낮춰 식욕 상승과 체지방 축적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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