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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마비 골든타임은 3주…일그러진 얼굴 미소 찾아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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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침구과) 교수가 안면마비 환자에게 침을 놓고 있다. 안면 신경을 강화하고 혈액순환을 도와 회복을 빠르게 한다. [사진 프리랜서 조상희]

서울 노량진동에 사는 김우남(62·가명)씨는 얼마 전 세수하다 거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고 눈도 감기지 않았다. 얼굴 왼쪽이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다. 병원 응급실로 갔지만 먹는 약(스테로이드)을 줄 뿐 나을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했다.

[특성화센터 탐방] 경희대한방병원 안면마비센터
"염증 제거, 면역력 향상
근육 재활 ‘3박자 치료’
매일 기공교실 열어"

얼굴이 흉측해 그냥 있을 수만은 없었다. 수소문 끝에 경희대한방병원 안면마비센터를 찾았다. 침과 한약, 전문 안면 운동치료를 받았더니 2주가 지나자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다.

주치의인 이상훈(침구과·안면마비센터장) 교수는 “안면마비는 초기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처음부터 정확한 평가와 치료를 하면 빨리 호전될뿐더러 재발률도 낮다”고 말했다.

면역력 저하가 주요 발병 원인

안면신경마비는 우리 몸을 지배하는 뇌의 12가지 신경 중 7번 신경이 마비돼 생긴다. 신경이 마비되는 가장 흔한 요인은 면역력 저하다. 이 교수는 “우리 몸에는 수많은 바이러스와 세균이 잠복해 있다. 면역력이 좋을 때는 문제가 없다가 스트레스·과로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바이러스가 활동해 신경을 손상시킨다”고 말했다. 신경이 마비되면 신호가 전달되지 않아 근육을 움직이지 못한다. 보통 양쪽보다 한쪽 근육이 마비된다.

발병률은 국민 1만 명당 3명꼴이다. 모든 연령에서 생길 수 있는데, 최근엔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초·중·고등학생 환자도 늘고 있다. 당뇨병 환자, 임신부도 고위험군이다. 양악수술·임플란트 치료를 받다가 신경이 손상돼 안면이 마비된 환자도 증가 추세다. 추위는 직접적인 요인이라기보다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간접 요인이다. 이 교수는 “흔히 추운 데서 자면 입이 돌아간다고 하는데, 근육이 긴장되고 혈관이 수축되면서 면역력이 떨어져 신경이 마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온이 떨어지는 이맘때 환자가 늘어나는 배경이다.

안면마비 증세가 나타나면 초기에 적극 치료해야 한다. 이 교수는 “발생 시작부터 3주간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이 기간 안에 회복이 시작되지 않으면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치료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마비된 신경 염증을 가라앉히는 치료다. 안면신경에 작용하는 혈자리에 침을 놓으면 빠른 회복을 돕는다.

둘째로는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전반적인 면역력이 올라가야 안면 신경도 빨리 회복된다”고 말했다. 자연치유력을 높이는 뜸·봉독·약침·온열요법이 대표적이다. 소염작용이 있으면서 면역력 강화에 특효가 있는 청안탕·청안소합원 등의 한약도 효과적이다.

셋째는 근육 재활치료다. 안면침요법은 표정근육 주위의 혈자리를 풀어 얼굴의 비대칭을 교정한다. 또 전기자극·테이핑·마사지 등의 경락수기요법으로 긴장된 근육을 풀어준다. 안면마비센터에서는 얼굴근육운동·명상·호흡법을 결합한 기공교실을 매일 열어 재활을 독려한다.

매선요법 등으로 후유증 치료

이렇게 2~3주간 집중 치료하면 환자 중 80%는 완전히 낫는다. 하지만 당뇨병이 있거나 노령인 경우, 대상포진에 의한 안면마비 환자의 일부에선 후유증이 남기도 한다. 눈을 감는 데 어색하거나 입꼬리 한쪽이 올라가는 식이다. 이런 경우에도 매선요법(의료용 실을 넣어 근육을 교정하는 치료) 등을 통해 교정할 수 있다.

한편 안면신경마비를 다른 질환과 헷갈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 교수는 “뇌졸중이 생겨도 얼굴이 마비될 수 있다. 안면마비를 전문으로 보는 의료진에게 처음부터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경희대한방병원 안면마비센터=2011년 국내 최초로 안면마비센터를 개설했다. 40여 년 전부터 시작된 경희대 한의대의 안면마비 치료술이 계승·발전돼 현재 이상훈 교수가 이끄는 센터로 발전했다. 김종인·강중원·김지혜 교수 등 10여 명의 양·한방 협진 의료진이 침·한약·뜸·재활·기공(氣功) 통합치료를 제공한다. 2주간 입원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집중케어 프로그램도 개설했다. 이 센터장은 침술치료에 있어 차세대 명의로 꼽힌다. 한방 의료기기 관련 특허도 여러 개이고, 옥스퍼드대 등 해외 출판사에 한의학 서적들을 출간하는 등 한의학의 과학화를 이끄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이비인후과 국제학술대회에 특별 연자로 초청되기도 했다. 미 존스홉킨스대에서 연구 교수로 활동했고, 현재 WHO 전통의학협력센터 동서의학연구소 부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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