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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병, 스트레스, 추위 조심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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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육 객원 의학전문기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오랜만에 모임이 있어 아침 일찍 집을 나선 김모(61·남)씨는 갑자기 숨쉬기가 힘들어지면서 가슴을 쥐어짜는 통증을 느꼈다.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을 찾은 김씨는 심전도 검사와 혈액 검사 결과 불안정성 협심증으로 진단됐다.김씨는 평소 고혈압이 있어 혈압에 신경을 써왔지만 별다른 건강관리를 하지 않았다.그는 검사 결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300mg/dL로 정상치의 1.5배에 달했다.김씨는 관상동맥조영술 검사로 심하게 막힌 혈관 부위를 넓히는 스텐트 시술을 받고 나서야 건강을 되찾았다.

중장년 환자 대다수, 남성이 여성의 1.4배
가슴 쥐어짜는 통증 있으면 바로 병원가야
녹는 스텐트 개발,치료법 선택 폭 넓어져

건강한 노년을 보내려면 혈관을 건강하게 관리해야 한다.혈관 중에서도 흔히 문제가 생기는 곳은 관상동맥이다.심장근육 바깥에 있는 관상동맥은 심장에서 우리 몸 곳곳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쉬지 않고 뛰는 심장 주위를 감싸고 있다 보니 구불거리는 형태여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혈관이다.수도관이 오래되면 녹이 슬고 이물질이 쌓이는 것처럼 혈관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혈관 안 쪽에 콜레스테롤이 쌓이고 세포 증식이 일어나면서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힌다.관상동맥은 이런 죽상동맥경화가 가장 자주 생기는 혈관이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허혈성 심장질환인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이 나타날 확률이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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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1명은 심장병으로 사망

고령화사회에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신체활동은 적어지면서 심장질환 사망률은 최근 10년간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2014년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따르면 30세 이상 성인 2명 중 1명은 심뇌혈관질환의 선행질환인 비만·고혈압·당뇨병·고콜레스테롤혈증 중 한 가지 이상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심장질환은 우리나라에서 암 다음으로 사망률이 높다. 2014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은 2만6588명으로 암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전체 사망자 10명 중 1명이 심장질환으로 죽음에 이르는 셈이다. 심장질환 중에서도 가장  사망자가 많은 질환은 심근경색증이다.

2014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을 진단받은 환자는 2010년 57만2112명에서 2014년 67만8125명으로 4년새 10만명 가량 증가했다. 2014년 기준으로 협심증 59만3417명, 심근경색증 8만4708명으로 이중 50대 이상이 93.6%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남성 환자수는 39만2524명으로 여성 환자수(28만5601명)의 1.4배다.

심근경색은 6시간 이내 치료해야

죽상동맥경화가 심해지면 마치 고름같은 모양이 되는데 이때 스트레스나 추위에 노출되거나 심하게 운동하면 고름 위를 덮고 있는 얇은 섬유성 막이 갑자기 터지면서 혈전을 만들어 혈관을 막게 된다. 심근경색증은 혈관이 막힌 부분의 심장근육이 상하면서 나타난다. 심장근육으로 혈액 공급이 30분 이상 차단되면 심근 손상이 시작되고, 이 상태가 6~12시간 지속되면 해당 부위는 영구적으로 손상된다. 심근경색 치료는 증세가 나타난 후 6시간 이내가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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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허혈성 심장질환이 의심되면 심전도와 혈액검사로 심기능과 혈액수치를 확인하고 관상동맥조영술로 협착되거나 막힌 혈관의 위치와 정도를 확인한다. 가벼운 증상은 약물로 치료하지만 협착 정도가 심하면 스텐트를 삽입하게 된다. 혈관을 넓히는 시술은 1977년 스위스 의사 그룬지히(Gruenzig)가 작은 풍선을 이용해 혈관을 넓히는 데 성공한 이후 많은 발전을 이뤘다.1990년대에는 풍선확장술 후 혈관벽이 찢어지는 혈관박리 합병증을 해결하기 위해 금속 스텐트를 사용하면서 허혈성 심장질환 치료에 스텐트가 널리 사용됐다. 하지만 금속 스텐트는 재발률이 높아 제한적으로 사용되다가 2002년 재발률을 1~2%로 낮춘 약물방출 스텐트가 도입됐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해 현재 대부분의 관상동맥중재술에서 약물방출 금속 스텐트가 표준 치료방식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 또한 금속 재질이기 때문에 혈관의 특성을 잃고 항혈소판제를 계속 복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시술 후 5~6년이 지나면 재발이 잦은 것도 골칫거리다.

예방하려면 혈압·혈당·콜레스테롤 관리해야

최근 몸 속에서 녹는 생분해성 약물방출 스텐트가 개발되면서 금속 스텐트의 단점을 보완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는 시술 후 6개월까지 혈관을 넓게 유지시키다가 수 년 동안 서서히 녹으면서 장기적으로 혈관이 죽상동맥경화반이 없던 원래 상태로 돌아가고 혈관 기능도 회복시키는 원리다. 항혈소판제를 복용할 필요가 없고, 증상이 재발하더라도 금속 재질이 아니기 때문에 관상동맥CT로 시술 부위에 문제가 생겼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10만명 이상의 환자가 생분해성 약물방출 스텐트 시술을 받았지만,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한 상태다. 우리나라에는 올해 초 도입되면서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돼 환자와 의료진 모두 선택의 폭이 넓어진 상황이다.

혈압·혈당·콜레스테롤 관리해야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려면 위험인자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비만·고인슐린혈증 등이 위험인자다. 평소 혈압·혈당·콜레스테롤 등 혈관수치를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흡연은 염증을 일으키고 혈관에 노폐물이 쌓이게 한다.따라서 심장병을 막으려면 금연이 필수다. 하루 30분 이상 운동하고 음식은 채소와 생선 위주로 싱겁게 먹는 것이 좋다.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을 치료받은 적이 있다면 겨울철에는 아침 운동을 피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혈관 숫자를 알면 건강이 보인다
자료: 질병관리본부

1. 혈압 120/80mmHg 미만
2. 공복혈당 100mg/dL 미만
3. 총콜레스테롤 200mg/dL 이하

장기육 객원 의학전문기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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