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보부상 오간 죽령옛길, 화전민 땀 스민 곰네미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l 발길 이어지는 소백산자락길

기사 이미지

소백산자락길 2코스 곰네미길

소백산 정상을 오르는 산행이 버거우면 소백산 아래를 걸으면 된다. 322㎢ 면적의 장대한 소백산 아래에는 ‘소백산자락길’이라는 이름의 걷기여행 길이 조성돼 있다. 12개 코스가 산자락을 시계방향으로 한바퀴 돈다. 경북 영주시·봉화군, 충북 단양군, 강원도 영월군을 넘나들며 장장 143㎞ 길이의 트레일이 이어진다.

소백산자락길 중에서 겨울에도 좋은 코스로 2코스의 곰네미길(곰넘기재)과 3코스의 죽령옛길을 추천한다. 편의상 숫자가 나뉘었을 뿐 두 코스 모두 중앙선 소백산역(희방사역)을 경계로 한다. 두 길이 이어진다는 뜻이다.

죽령옛길은 죽령마루에서 소백산역까지 1㎞ 거리의 짧은 숲길이다. 신라시대로부터 1800년 넘게 이어온 고갯길로 명승 30호로 지정돼 있다. 고려시대에는 보부상의 장삿길로, 조선시대에는 선비의 유학길로, 최근까지도 충북 단양과 경북 영주를 잇는 교통로로 이용됐다.

죽령옛길은 소백산자락길 최고의 인기 코스이기도 하다. 개울을 따라 낙엽송이 우거져 가을마다 단풍 나들이객이 몰린다. 이맘때는 눈 쌓인 숲길이 펼쳐진다. 코스 중간 길가에서 일제시대까지 사용된 주막 터를 볼 수 있다. 죽령마루의 영남제일관에서 1시간쯤 내려가면 소백산역에 닿는다.

기사 이미지

곰네미길은 1970년대까지 화전민이 살았던 두메산골에 난 고갯길이다. 12개 코스 가운데 가장 어려운 코스에 속한다. 혼자서 걷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길이 자주 갈라지는데다 이정표가 많지 않아 길을 잃을 염려가 있다. 그래서 무료해설을 진행한다. 해설사 4명이 상주하고 있다. 소백산자락길 안내소 054-633-5636.

죽령옛길이 포장도로라면 곰네미길은 비포장도로다. 풍기온천에서 곰네미재(770m)를 넘어 당골까지 5㎞ 정도 으슥한 산길이 이어진다. 인적이 거의 없어 낙엽이 발목까지 차오른다. 휴대전화도 먹통이 되기 일쑤다. 겨울에는 멧돼지가 자주 출몰하기도 한단다. 당골로 내려오는 길목에서 화전민 집터와 계단식 논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관련 기사] │ 소백산 설경
[커버스토리] 눈꽃 활짝 ‘은빛 화원

백종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