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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상사가 내 메신저를 보는 건 합법? 유럽인권재판소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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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개인적 용도로 메신저를 사용하는 것은 위법? [중앙포토]

근무시간에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여자친구와 수다를 떠는 걸 직장 상사가 감시하고 있다면? 적절한 수준의 사적 대화는 용인되지만 도가 지나칠 경우 회사의 감시도 허용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유럽인권재판소(ECHR)는 12일(현지시간)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고용주가 직원들의 개인적 메시지를 감시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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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권재판소의 바뷸레스쿠 케이스 판결 [ECHR 판결 캡처]

ECHR은 이날 2007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의 한 회사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보그단 미하이 바뷸레스쿠가 업무용 야후 메신저를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사건에 대해 정당하다고 판결내렸다. 그는 자신이 사적으로 메신저를 사용하지 않았고, 회사가 메신저을 감시한 것이 사생활 침해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루마니아 법원에서 패소했고, ECHR도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ECHR은 회사가 개인 메신저 체크를 미리 통보했고 규정 내에 업무용 메신저를 통해 사적인 대화를 금지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실제로 그가 회사 메신저로 여자친구나 형과 사적 대화를 나눈 것이 사실이라는 점을 들어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회사는 2007년 7월 5일~13일까지 그의 메신저를 모니터하겠다고 통보했었다.

회사는 그의 사적대화 내용을 45쪽 분량으로 정리해 증거로 제출했다. 이 증거물 속에서 여자친구와의 성생활에 대한 언급이나 직장 근무환경의 열악함 같은 내용 등 개인적 내용도 다수 포함됐다고 와이어드는 전했다. 하지만 재판소는 이런 민감한 내용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직원들의 성실한 근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에 이메일이나 메신저 감시를 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단 조건이 붙었다. ▶회사의 감시가 투명하게 이뤄지고 ▶감시 필요성이 입증되며 ▶공정하게 감시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감시의 한도도 최소한으로 이뤄져야 하며, 근로자의 모든 메시지를 감시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밝혔다. 근무시간에 개인적인 대화나 일을 전면 금지하는 것도 안된다고 덧붙였다. ECHR의 판결은 인권에 관한 유럽협약에 의해 EU 전체에 적용된다.

정원엽 기자 wan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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