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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은행, ‘외은 무덤’ 징크스 깰까?

중앙일보

입력

인도 최대 국영 상업은행인 스테이트뱅크오브인디아(SBI) 서울지점이 13일 문을 열었다.

비 스리람 SBI부행장은 이날 밀레니엄서울힐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SBI 서울지점이 한국과 인도 기업들간의 경제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SBI는 1806년에 설립된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으로 자산 규모가 3276억 달러(약 383조원)에 달한다. 서울지점을 포함 36개국에 진출, 194개의 해외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 입점한 SBI서울지점은 한국에 진출한 인도계 기업과 인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 금융과 무역 금융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나빈 만찬다 서울지점 대표는 “향후 기업 대출과 보증 업무, 프로젝트 파이낸스 업무로까지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매 금융 업무는 국내에 거주하는 인도·네팔인 등의 본국 송금 정도에 국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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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에 진출한 외국은행은 모두 17개국 42개 은행이다. 이 중 아시아 은행은 7개국 19개 은행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 설립 인가를 받은 은행 3곳이 모두 중국·인도·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권이다. 지난해 12월 중국 광대은행이 설립 인가를 받으면서 국내 중국 은행은 총 6곳(중국·공상·건설·교통·농업·광대은행)으로 늘어났다. 인도네시아느가라 은행도 지난해 11월 금융위로부터 설립 인가를 받아 올 상반기 내 영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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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금융위원회]

그동안 한국 금융 시장은 ‘외국계 은행의 무덤’으로 통했다. 영국이나 미국계 은행들이 줄줄이 한국 사업 축소를 선언했다. 철수설과 매각설도 계속 나오고 있다. 지점 영업을 중심으로 한 소매 금융에서 국내 은행과의 덩치 싸움에서 밀릴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은 신흥국 은행들은 경쟁력이 약한 소매 금융보다 무역 금융 쪽을 공략하고 있다.

스리람 부행장 역시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해외 지점을 개설할 때 가장 큰 판단 기준은 양국간의 교역의 성장 가능성”이라며 “한국 기업과 인도 기업이 양국에 활발하게 진출하면 양쪽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고 말했다. SBI에 따르면 한국과 인도간 총 교역량은 연간 180억 달러를 웃돈다.

금융연구원 임형석 연구위원은 “영미 은행의 경우 한국에서 수요가 부족한 투자·파생 상품 위주로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중국·인도 은행은 무역이라는 실물 거래가 뒷받침돼 있어 한국 시장에서 자리잡기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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