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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보다 경제위기 말할 때 목소리 더 높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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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신임 장차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 나오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유 부총리,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 박 대통령,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 이날 유호열 민주평통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문상부 중앙선관위원,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 이창재 법무부 차관도 임명장을 받았다. [사진 박종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목소리 톤은 북한의 4차 핵실험을 언급할 때보다 노동개혁법안 처리 등 경제위기론을 말할 때 더 높았다. 9800여 자의 담화문 속에도 국민(38차례)과 경제(34)라는 단어가 북한(19), 핵실험(10)보다 더 많이 등장했다. 대국민담화는 31분, 질의응답은 1시간8분으로 합치면 99분간이었다.

대국민담화·질의응답 99분
9800자 담화문 국민 38, 경제 34회
국회 얘기할 땐 깊은 한숨까지
“대통령이 더 어떻게 해야 되겠나”
“질문 여러개, 머리 좋아 기억” 농담도

 박 대통령은 오전 10시30분 붉은색 재킷 차림으로 청와대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붉은색 재킷은 2013년 7월 관광진흥확대회의에서 ‘투자 활성화복’이라고 명명한 뒤 경제 관련 회의가 있을 때마다 입어왔던 옷이다.

 박 대통령은 초반부 “북한이 뼈아프게 느낄 수 있는 실효적인 제재 조치를 취해 나가기 위해 미국 등 우방국들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고 있다”며 정부의 북핵 대응 방안을 차분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위기론으로 넘어가자 “절체절명의 순간” “일촉즉발” 등의 단어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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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헌신을 설명한 뒤 “그 애국심을 이제 우리가 조금이라도 나누고, 서로 양보해서 이 나라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할 때는 연단에서 한 발 물러서 고개를 숙였다.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선 농담도 하며 경직된 분위기가 풀어졌다. 경제에 관한 답변을 하면서 “아까 질문을 한꺼번에 여러 개 하셔 가지고, 제가 머리가 좋으니까 그래도 이렇게 기억을 하지. 머리 나쁘면 이거 다 기억 못해요”라고 농담을 했다.

또 쟁점 법안에 대해 “사실 작년에 다 해결됐으면 새로운 질문을 할 텐데 그냥 덕지덕지 쌓여 가지고 해결이 안 되고 남아 있으니까 또 이야기를 하게 된다”고도 했다.

 국회에 대해 얘기할 땐 깊은 한숨까지 쉬었다. 노동개혁법안 등에 대한 ‘직권상정’ 질문이 나오자 “저도 한 개 정도는 (여러분에게) 질문을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과 행정부가 더 이상 어떻게 해야 되겠느냐”고 되물었다.

정부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마련하기로 한 ‘규제프리특별법’ 처리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규제 프리존 특별법을 곧 만들어서”라고 말하다 “이것도 경제활성화법이죠, 아휴…”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곤 “지금 같은 국회 어느 세월에 되겠습니까. (법안) 만들기도 겁나요”라고 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날 “국민들이 나서 주시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 담화문 끝부분에 “욕을 먹어도, 매일 잠을 자지 못해도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다면 어떤 비난과 성토도 받아들일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께서 나서 주시고 힘을 모아 주신다면 반드시 개혁의 열매가 국민 여러분께 돌아가는 한 해를 만들겠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국회가 움직이지 않으니 국민에게 호소 한 것”이라고 말했다. 회견 마지막에 일본 마이니치신문 특파원이 위안부 문제를 질문하자 “한국 정부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일본 정부와 일본 언론이 어떻게 하느냐도 대단히 중요하다”며 뼈 있는 얘기를 했다.

 박 대통령의 정치권 비판에 대해선 맞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중앙대 손병권(정치국제학) 교수는 “대통령제하에서는 반대 세력에 대한 설득 노력이 당연히 따라야 한다”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오바마 케어(건강보험 개혁법안) 등 쟁점 법안을 통과시킬 때면 반대하는 여야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하고 설득했는데 우린 이런 노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이날 연단 뒤편에는 이병기 비서실장,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등이 배석했다. 내외신 기자 110여 명은 대통령의 연단과 2m 거리를 두고 앉아 회견을 들었다. 지난해 8월 대국민담화 때보다 1m 정도 가까워졌다.

글=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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