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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의 부동산 맥짚기] 주택 공급과잉? 문제는 시장분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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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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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새해 벽두부터 주택 과잉 공급 여부를 놓고 말이 많다. 공급 과잉을 우려했던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요즘 들어 시각이 좀 바뀐 듯하지만 내막은 여전히 걱정하는 눈치다. 반면에 전임 국토부 수장을 지낸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경제부 장관은 공급 과잉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과잉공급 얘기는 지난해 초반부터 꾸준히 거론돼 왔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을 망가뜨린 미분양 쓰나미에 혼쭐이 나서 생긴 걱정이 아닌가 싶다.

 아무튼 공급과 수요가 적절하게 맞아야 시장은 정상적으로 돌아간다. 수급 불균형에 따른 각종 폐해는 자주 보아온 일이다. 그래서 시장을 수시로 점검해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실상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고 대응을 늦추면 더 큰 화가 밀려오기 때문이다.

 공급의 적절함을 따지기 위해서는 수요 예측이 필수다. 수요는 정부가 추정한 기본 수요를 보면 대충 가늠이 된다.

 지난해 기준을 보자. 국토부가 추산한 전국의 주택수요는 32만7000여 가구다. 가구 증가분  24만7000여 가구에다 재건축이나 재개발로 없어지는 주택 멸실 수 8만 가구를 합한 숫자다.

 공급은 얼마나 됐을까.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70만7000여 가구가 공급됐다. 12월분까지 치면 얼추 78만 가구는 넘지 않을까 싶다.  공급이 수요보다 두배 이상 많다. 수치상으로 볼 때 공급과잉은 확실하다. 공급이 수요의 두배 이상이라면 이는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물론 수요는 유동적이어서 상황에 따라서 공급량을 소화할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공급량이 너무 많다. 투기가 성행하지 않는 한 소화불량은 불가피하다.  소화불량의 후유증은 주택 완공시점에 나타난다. 아파트는 공사기간이 3년 정도 걸려 적어도 2~3년 지나야 후유증을 실감할 수 있다.

 문제는 공급 과잉 우려에 대한 시장 분위기이다. 조만간 공급과잉의 한파가 몰아칠 것으로 보고 미리 움츠려들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결국 기존 주택시장도 얼어붙어 주택거래 또한 급격히 줄어들게 마련이다.

이렇게 되면 분양받은 아파트로 이사를 할 수 없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 기존 집을 팔고 새 집으로 이주해야 하는 수요자 입장에서는 집이 안 팔릴 경우 모든 게 엉망이 돼 버린다. 총체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소리다.
 
새집 공급도 중요하지만 기존 주택 거래 촉진에도 신경을 바짝 써야 한다. 문제는 기존 주택 거래시장을 살리는 일이 정말 어렵다는 점이다. 잘못 건드렸다가는 집값 급등과 가계부채를 악화시킬 수 있어서다. 기존주택 시장은 집이 좀 모자란듯 해야 잘 돌아간다.

 그런 입장에서 볼 때 지난해 엄청난 공급과잉 벌어졌으니 주택시장 침체는 불가피하다. 경제 전반이 급격히 위축되는 상황에서 주택경기까지 수렁으로 빠질 판이다.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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