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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비정상칼럼쇼 34회

다니엘 "한국 상대방에 '잘 못한다'와 같은 부정적 비판 만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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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온
김하온 기자 중앙일보 기자
최재선
최재선 기자 중앙일보

 

JTBC '비정상회담'에 독일 대표로 출연 중인 다니엘 린데만(31·독일)이 중앙일보 인터넷 방송 ‘비정상칼럼쇼’에서 '비판과 조언의 차이와 무례한 지적이 만연한 한국 문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날 방송은 지난달 10일 본지에 기고된 칼럼 ‘[다니엘 린데만의 비정상의 눈] 비판과 조언은 큰 차이가 있다’를 화두로 시작됐다. 방송에는 JTBC 비정상회담에 함께 출연 중인 새미 라샤드(26·이집트) · 마크 테토(36·미국) · 카를로스 고리토(30·브라질)도 참여했다. 이들은 중앙일보 강찬호 논설위원과 함께 각국의 비판과 조언 문화를 소개하고, 한국 사회에 만연한 ‘지적질’ 혹은 ‘갑질’ 문화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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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강찬호 중앙일보 논설위원과 ‘비정상’멤버와의 일문일답 전문.

-비판과 조언은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는가.
카를로스 “비판과 조언의 차이는 말하는 사람의 의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도와주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그냥 말하는 것인지에 따라 조언과 비판이 나뉜다고 할 수 있다.”
새미 “조언에는 마음이 담겨 있지만, 비판은 그저 냉정할 뿐이다.”

-다니엘이 비판과 조언에 대한 칼럼을 썼는데, 어떤 내용인가.
다니엘 “최근에 부쩍 생각이 많아진 주제다. 긍정적인 비판도 있고 부정적인 비판도 있지만, 한국에는 부정적인 비판이 만연해 있는 것 같다. 최근에 '넌 그걸 왜 그렇게 못해?' 혹은 '잘 못하시네요' 같은 말을 하루에 세 번이나 들은 적이 있었다. 어느 라디오 방송에 꽤 유명한 게스트가 나왔는데, 헤드셋에 문제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자 호스트가 방송 중에 그 게스트에게 '잘 못하시네요'라며 직접적으로 비난했다. 한국 사회에서 비판은 ‘정’의 문화에서 기인하여 같이 성장하자는 의미를 담은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러나 만약 독일인에게 그런 식으로 이야기한다면 사이가 멀어질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 만약 상대에게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직설적으로 비판하기보다는 친절하게 조언하는 것이 상대의 명예를 존중하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다른 멤버들도 한국 사회의 ‘지적질’ 때문에 상처를 받은 적이 있나.
마크 “사실 어제도 있었다. 작은 식당에 들어갔는데, 다른 테이블에서 식당 아주머니가 음식을 떨어트려 그 자리에 있던 여자 손님의 하얀 셔츠에 음식이 묻었다. 식당 아주머니는 굉장히 미안해하며 세탁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했지만, 그 손님은 계속해서 아주머니를 낮추려는 듯한 말투로 화를 냈다. 결국 그 아주머니는 눈물을 보였다. 그 광경을 보면서, 나와 일행은 식당 아주머니가 안쓰러웠다. 물론 그 아주머니가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이를 인정하고 거듭해서 사과하는데도 계속 화를 내는 모습을 보면서 ‘갑을 관계’를 떠올렸다. 이러한 면에서 나는 다니엘의 칼럼에 적극 공감한다. 미국의 경우에도 직장생활에서 피드백이 필요할 때는 건설적인 의미의 비판(constructive criticism), 혹은 상대방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피드백(action of feedback)을 중시한다. 맹목적인 비판은 상대방의 기분만 상하게 할 뿐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카를로스 “브라질 사람들은 아랫사람, 혹은 ‘을’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어떻게 위해 주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마크의 이야기가 좋은 사례다. 식당에서 종업원에게 감사하는 사람, 종업원의 실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다. ‘을’에게 어떻게 하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인품이 보인다는 말이다. 마찬가지로, 비판을 할 때도 어떻게 비판하느냐가 중요하다. 한국 사회는 갑을 문화가 만연한 것 같다. 눈에 보이는 순간의 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어떤 것이든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새미 “직접 당한 적은 없지만, 주변에서 그런 사례를 많이 목격했다. 이집트 사람들은 조언하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의무로 여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나의 친구나 형제가 무언가를 잘못하고 있을 때 마음을 담아 조언하는 것은 종교적인 의무다. 이러한 조언은 좋지만, 단순히 단점만을 지적하면 그것이 바로 비판이 된다. 조언을 할 때는 상대의 단점을 들춰내기보다는 장점을 언급하고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지를 말해 주는 것이 좋다.”

-경쟁이 심한 한국 사회의 특성 때문에 ‘지적질’이나 ‘갑질’이 잦아진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다니엘 “경쟁사회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들이 ‘갑질’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꼭 경쟁사회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합기도 도장에 다니고 있는데, 여기서도 사범이 학생을 가르칠 때 부정적인 비판을 공개적으로 많이 한다. 일대일 대화라면 몰라도, 단체 앞에서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상대방이 수치심을 느낄 수 있으므로 각자의 인격을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자국에서는 조언을 할 때 어떻게 하나.
다니엘 “독일에서는 초등학교 때, 늦어도 중학교 때부터는 수업시간에 올바르게 비판하고 조언하는 방법을 배운다. 비판에는 긍정적인 말과 부정적인 말이 있는데, 무조건 긍정의 말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잘못이 있더라도 일단 장점을 먼저 언급한 뒤 지적할 부분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이 좋은 방식이다. '선 칭찬 후 지적'의 방식이라 할 수 있겠다.”

마크 “미국에 있을 때는 회사에서도 피드백을 주는 방법에 관한 교육을 받았다. 비판의 목적은 구체적인 피드백을 전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고서에 문제가 있을 때 무례한 말을 하며 무작정 내던지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질적인 잘못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을 얘기해주는 것이 좋은 조언이다.”

다니엘 “외국인의 입장에서 한국 사회의 문화에 대해 지적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무례한 지적은 외국인과의 사이를 멀어지게 할 수 있다는 점은 꼭 이야기하고 싶다. 한국 사회에서 자주 목격되는 무례한 비판들을 목격했고, 상대방의 명예를 좀 더 배려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칼럼을 쓰게 되었다.”

정리 이지운 인턴기자 lee.jeeun@joongang.co.kr
촬영 김세희·조수진·최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