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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자율주행 ‘스누버’…구글카에는 없는 기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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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으로 움직이는 서울대 연구팀의 자율주행차 ‘스누버’. 지붕 위에 보행자·차량 등을 인식하는 레이저 장비가 달려 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해 12월 3일 서울 관악구의 서울대 캠퍼스를 둘러싼 순환도로. 지붕에 레이저 장비를 탑재한 제네시스 차량이 등장했다.

한국 신성장 동력 10 <3> 자율주행차
눈 오는 길 시속 30㎞ 달려
마주 오는 차 알아서 피해
2035년 1180만대 세계 시장
센서·인공지능 국산화 위해
IT·자동차 융합인력 키워야

내리는 눈 때문에 나무·도로·건물 등은 하얀색으로 뒤덮였다. 그러나 ‘스누버(SNUber)’란 이름의 이 자율주행차는 시속 30㎞로 달리며 알아서 마주 오는 버스·승용차를 피하고, 보행자를 분간하며 도로를 헤쳐 나갔다.

 개발자인 서승우(52) 서울대 지능형자동차 IT연구센터장(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은 12일 “주변 사물을 분간하기 힘든 눈길에서 자율주행 시험에 성공한 건 스누버가 세계 최초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당시 찍은 주행 영상도 중앙일보에 공개했다.

  스누버는 척박했던 국내 자율주행차 토양의 알토란이다. 신호 대기선에서 좌회전할 때 맞은편에서 차량이 직진해 올 경우 충돌을 피해 양보하는 기능까지 발휘한다. 미국 구글의 자율주행차가 신호등 앞에서 멈추고, 굽은 길을 돌아나가는 것 못잖다. 스마트폰 앱으로 차를 부르는 기능까지 갖췄다. 모두 ‘인공지능(AI)’을 활용했기 때문에 가능한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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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일 눈 오는 서울대 순환도로를 시험 주행 중인 모습. 사방이 흰색이어서 사물 분간이 힘들었지만 운전대에 손을 얹지 않은 채 사고 없이 자율주행 시험에 성공했다. [오종택 기자]

 서 교수는 “그동안 자동차산업 패권이 ‘기계’에서 나왔다면 이젠 ‘인공지능·빅데이터’가 이를 대체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HS는 본격적인 자율주행차가 2020년께 등장해 2035년엔 1180만 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했다. 새로 팔리는 차량 10대 중 한 대다. 변화의 선구자들은 완성차 쪽이 아닌 정보기술(IT)에 포진해 있다.

   구글은 이미 지난 5년간 다양한 도로에서 180만㎞가량의 시험 주행을 마쳤다. 이를 통해 축적한 정보는 자율차 경쟁력을 좌우하는 ‘빅데이터’가 됐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의 학습 능력을 키울 수 있고, 돌발변수에 그만큼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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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검색업체 바이두(百度)조차 지난해 12월 BMW를 개조한 자율주행차로 베이징 시내를 30㎞ 달려 파란을 일으켰다. 구글·도요타 등은 완성차 출시 시계를 ‘2020년’에 맞췄다.

 반면 그 시점을 2030년께로 보는 한국 자동차산업은 급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은 2조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완전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할 전략이다.

 하지만 걸림돌은 한둘이 아니다. 임태원 현대차 중앙연구소장은 “인공지능·빅데이터·센서 같은 ‘기반 기술’의 국산화를 위해 연구개발 전문 인력을 키우고 지원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정단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자동차인프라협력 연구실장은 “자율주행차용 인공지능이 중요한데 IT와 자동차산업을 잇는 인력이 부족하다”며 융합형 인력 양성을 주문했다.

글=김준술·임지수 기자 jsool@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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