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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을 달려봐야 자율차 안전 높아진다…주행 규제 완화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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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해 12월 24일 서울 서초구의 무인 수송 수단 전문기업인 ‘언맨드 솔루션’. 건물 2층의 기아차 스포티지 내부는 ‘자율주행’ 부품들로 채워져 있었다. 이 회사 문희창(39) 대표는 “기업·연구소 등에 ‘시험용’으로 판매하는 차”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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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차는 지붕 위의 레이저로 빛을 쏴 물체를 감지해가며 주행한다. 위험 시 긴급 제동과 선행차와의 간격 조절 같은 기능은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한국 신성장 동력 10 <3> 자율주행차
정부, 차와 도로 인프라 간 통신기술 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문 대표는 국민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2008년 ‘실험실 벤처’로 독립해 시험용 자율주행차까지 만드는 수준에 도달했다. 올봄엔 제주도의 국제공항~중문 간 40㎞ 안팎을 자율주행하는 행사를 통해 기술력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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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주일 뒤 경기도 화성시의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 투싼을 토대로 개발해 성능시험 중인 자율주행차에 취재진이 직접 올라탔다. 운전대에 손을 올리지 않아도 시속 40㎞로 가뿐하게 달렸다. 굽은 도로에선 시속 20㎞ 정도로 알아서 속도를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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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갈 길이 멀다. 아직까진 2.5㎞가량의 연구소 도로에서만 주행이 가능하다. 이 구간만 ‘정밀 지도’로 만들어 차에 입력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학습된 주행’인 셈이다. 연구소 측은 “내비게이션·위치기반서비스 전문 계열사인 현대엠엔소프트가 보다 광범위한 지도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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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분류에 따르면 국내 기술 수준은 자율주행의 ‘2~3단계’ 정도에 왔다. <그래픽 참조> 차량이 제한적 자율운행을 할 수 있지만 비상시엔 운전자가 끼어들어야 한다.

숱한 돌발 변수가 일어날 수 있는 실제 도로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달리는 ‘완전 자율주행차’를 내놓는 ‘4단계’에 선착하는 게 관건이다. 물론 구글·바이두·벤츠 등도 여기까지 도달하진 못했다. 하지만 정부 허가를 등에 업은 풍부한 시험주행 자료와 자금력·인력을 앞세워 갈수록 차이를 벌리고 있다.

 한국이 주도권을 쥐려면 무엇보다 정부가 과감하게 ‘주행시험’ 규제를 더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누가 더 많은 주행 데이터를 빨리 확보하느냐에 따라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규제 완화 요구가 빗발치자 국토교통부는 다음달 경부고속도로 수도권 일부 구간(41㎞)과 수원·화성·용인 등 5개 국도(320㎞)에서 자율주행 시험을 허용키로 했다. 하지만 서승우 서울대 교수는 “구글처럼 ‘시내’에서 주행할 방법이 없어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정부에 대한 주문은 더 있다. 김범준 LG경제연구원 전자통신 책임연구원은 “자율주행차가 성공하려면 차량 간 통신, 차와 도로 인프라 간 통신기술을 함께 개발해야 한다”며 “이 부분은 자동차 회사가 구축하기 힘든 만큼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물과 기름 같은 ‘기계+소프트웨어’의 융합 촉진과 인력 양성도 필수다.

 최정단 전자통신연구원(ETRI) 자동차인프라협력 연구실장은 “독일 BMW와 중국 바이두가 손잡은 것처럼 현대·기아차와 대학연구소·벤처·통신업체 등이 협력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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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카네기멜런대·스탠퍼드대 인력들이 합류하면서 자율주행차 개발의 시동을 걸었다. 닛산도 MIT·옥스퍼드·도쿄대 등의 연구진과 손잡았다.

 문희창 언맨드 솔루션 대표는 “강소기업들이 좋은 기술을 보유해도 독자적인 ‘자율주행 상용차’ 제작은 쉽지 않다”며 “서로의 입장 차이가 커 외국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기술 협력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임지수 기자, 강해령 인턴기자 yim.jisoo@joongang.co.kr
영상 최재선 choi.ja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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