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멜론 리듬 탄 카카오, 과녁은 세계 무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2014년 11월 한화그룹은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 4개 사를 인수하는 데 1조9000억원을 썼다. 11일 카카오는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지분 76.4%를 인수하는 데 한화에 맞먹는 1조8700억원을 들이기로 했다. 삼성이 한화에 판 것엔 중후장대한 시설이 대거 포함됐지만 로엔이 카카오에 판 것은 음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멜론’이 거의 전부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지적 재산에 2조원 가까운 돈을 쓴 것이다.

기사 이미지

 물론 멜론은 회원수 2800만 명, 유료가입자수 360만 명, 보유곡 650만 개에 이르는 국내 1위 음원 서비스 업체이긴 하다. 하지만 카카오가 주목한 것은 시장 1위가 아니라 음원서비스 시장의 급성장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01년 911억원이었던 국내 디지털 음원 시장 규모는 2013년 1조590억원으로 12년 새 12배 가까이 커졌다. 특히 국내 디지털 음원 시장에서 스트리밍이 갖는 비중은 2010년 11%에서 2014년 31%로 커졌다. 같은 기간 다운로드 비중은 68%에서 52%로 줄었다. 현재 국내 유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이용자수는 6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1조8700억원 들여 멜론 운영회사 로엔 전격 인수
언어 장벽 없는 음악으로 해외시장 공략 노림수
스타인베스트홀딩스 2년반 만에 1조2000억원 챙겨

 음원 스트리밍 시장의 성장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닐슨뮤직에 따르면 2014년 미국 내 음원 다운로드 매출은 12% 감소한 반면 스트리밍 수요는 50% 넘게 증가했다. 애플과 구글도 최근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확대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의 임지훈 대표는 “음악은 모바일 시대에 가장 사랑받는 콘텐트로 음악 한 곡이 한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고 전 세계 대중문화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카카오를 통해 음원 스트리밍을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 이미지

 멜론을 인수한 또 하나의 목적은 글로벌 시장 공략이다. 카카오 같은 플랫폼 사업자는 플랫폼에 고객을 많이 모으는 것 자체를 비즈니스의 목표로 삼는다. 고객이 많이 모이면 꽃이나 음식 배달, 택시 호출 등 어떤 비즈니스도 가능하다. 카카오톡의 경우 국내 시장을 석권했지만 해외에서 부진하다. 월평균 이용자 수가 국내 3990만 명, 해외 4846만 명이다. 경쟁사인 네이버의 라인은 국내에선 부진하지만 해외에선 인기를 모아 월평균 이용자 수가 2억2000만 명에 달한다.

 카카오는 해외 공략의 무기가 필요했고, 음악을 택했다. 특히 음악은 영화나 만화처럼 번역 과정이 필요 없고 오리지널 버전 그 자체로 로열티 높은 팬을 형성한다.

 익명을 요구한 IT 전문가는 “카카오가 K팝 인기 등을 앞세워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로 성장하려는 게 이번 인수의 최종 목표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사 이미지

 카카오는 로엔의 최대주주인 스타인베스트홀딩스의 보유 지분 61.4%와 SK플래닛 보유 지분 15%를 인수, 모두 76.4%의 지분을 확보해 로엔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스타인베스트홀딩스와 SK플래닛은 매각 대금 1조8700억원 중 7500억원은 카카오 주식으로, 나머지 1조1200억원은 현금으로 받는다. 스타인베스트홀딩스는 카카오 지분 8.3%를, SK플래닛은 2%를 확보하게 된다.

 인수 가격은 ‘주당 가격 X 주식수’를 근거로 산정됐다. 지난 8일 종가 기준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주당 가격은 7만8600원이었다. 주가와 인수 주식 1932만 주(76.4%)를 곱하면 약 1조5200억원이 나온다. 양측은 여기에 M&A에 따른 ‘경영권 프리미엄’을 23.4%로 합의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은 개인 사업자가 상가를 매매할 때 얹어주는 권리금과 성격이 유사하다. 카카오 관계자는 “최근 기업 간 M&A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50~100% 인정해주는 사례가 많다”며 “카카오 입장에선 만족할 만한 협상 결과”라고 설명했다.

 로엔의 대주주인 스타인베스트홀딩스는 2013년 7월 SK플래닛으로부터 로엔의 지분 52%를 2659억원에 인수했다. SK플래닛은 ‘증손회사(SK-SK텔레콤-SK플래닛-로엔)를 보유하려면 지분 100%를 소유하거나 매각해야 한다’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지분을 팔았다. 당시 지분 1%를 50억5898만원에 인수했던 스타인베스트홀딩스는 불과 2년반 만에 ‘지분 1%당 244억7600만원’에 판매해 보유분 61.4%에 대해 1조2000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인수가 발표된 이날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5.4%(4300원) 오른 8만2900원에, 카카오의 주가는 500원(0.43%) 떨어진 11만4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박태희·전영선·이창균 기자 adonis55@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