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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세브란스 부인암센터 김영태 "인유두종 바이러스 질환, 필수예방접종에 포함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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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는 국가필수예방접종(NIP) 지원사업에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을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HPV 관련 질환과 예방법에 대한 관심과 문의가 폭증하고 있다. 특히 ‘자취생 요리사’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김풍 웹툰 작가는 자신의 HPV 백신 접종 경험을 SNS에 올려 화젯거리로 떠올랐다. 여성의 전유물로 생각했던 ‘자궁경부암백신’인 HPV 백신을 남성이 맞은 것에 대해 호기심과 흥미를 갖게 된 것이다. HPV 백신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인유두종 바이러스는 대부분 성 접촉을 통해 사람의 점막 표면에 침투한다. 물론 인체의 면역체계는 HPV에 대한 방어 기능을 한다. 하지만 감염된 여성의 대부분이 HPV에 의한 자궁경부암과 그 밖에 생식기사마귀, 항문암 등 각종 질환에 노출된다. 편의상 ‘자궁경부암 백신’이라고 명명하고는 있지만 이는 협의의 개념이다. 자궁경부암은 HPV 질환이라는 ‘숲의 일부’라는 의미다. 따라서 자궁경부암뿐 아니라 생식기감염 질환을 한꺼번에 예방할 수 있는 접종체계가 필요하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HPV 백신’으로 부르고 있다.

HPV 질환의 범위를 자궁경부암에 국한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HPV로 인해 발병하는 질환은 자궁경부암 외에도 질암, 외음부암, 항문암, 생식기사마귀 등 다양하며, 그로 인한 질병 부담이 커지고 있다. 영국에서도 이런 다양한 HPV 질환을 고려해 NIP에 4가 HPV백신(가다실) 을 선정했다.

HPV 백신은 세계적으로 130여 개 나라에서 승인됐다. 그 중 HPV 백신을 국가필수예방접종에 도입하고 있는 나라는 64개국이다. 이 중 대다수가 자궁경부암을 비롯한 기타 HPV 질환에 대한 예방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NIP에 HPV 백신을 도입하고 있는 호주의 경우에도 생식기사마귀 발생이 박멸 수준으로 감소했다. 시작 2년 만에 고등급 상피내종양 발생 위험은 80%까지 감소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HPV 감염 건수가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HPV 예방에 대한 인식 전환이 시급한 이유다.

올해부터 정부는 20세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자궁경부암 검사를 지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기타 HPV 관련 질환에 대한 스크리닝 프로그램은 아직까지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자궁경부암 외 기타 HPV 질환에 대한 방어선이 미비한 셈이다. NIP 정책을 맡고 있는 보건당국은 거시적인 안목에서 모든 HPV 질환을 포괄하는 국가예방사업을 검토해 주기를 기대한다.

신촌세브란스병원 부인암센터 김영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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