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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인사이드] 일행이 친 골프공에 맞아 사고…골프장의 손해배상액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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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와 B씨는 2013년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다가 함께 간 일행이 친 골프공에 맞는 사고를 각각 당했습니다. A씨는 눈에 공을 맞아 망막이 손상됐고, B씨는 머리를 다쳤습니다.

두 사람은 골프장의 손해보험회사를 상대로 각각 8000여 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죠.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법원은 A씨의 경우 “골프장의 책임이 없다”고 했고, B씨사건에서는 “골프장이 3000여만원을 물어주라”고 판결한 겁니다.

왜 이런 결과가 생겼을까요?

오늘의 ‘판결 인사이드’는 골프장에서 생긴 이 두 사건을 비교해보겠습니다.

50대 남성 A씨는 2013년 2월 지인 3명과 함께 제주도의 H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있었습니다. 현장에는 경기 도우미(캐디)가 동행했고 1번홀에서 티샷을 한 후 공이 떨어진 곳까지 카트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그런데 A씨가 자신의 공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던 중 지인 한 명이 두번째 샷을 쳤고, 이 공이 A씨의 눈 분위를 강타했습니다.

당시 캐디는 다른 일행들에게 골프채를 건네주고 있었다고 하네요. A씨는 “경기를 진행하는 캐디가 나와 일행에게 주의를 줘서 사고를 막았어야 했다”면서 캐디의 사용자인 골프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민사72단독 곽형섭 판사는 지난해 10월 “골프장의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이유는 이랬습니다.

당시 A씨 일행보다 앞선 다른 팀이 1번홀 그린에서 공을 치고 있었기 때문에 캐디로서는 A씨 일행이 두번째 샷을 치리라고 예상하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사고 발생도 예상하기 어려웠다는 것이죠. 캐디의 과실이 아니라 일행이 경기 규칙을 어긴 것이어서 골프장 책임도 없다고 본 겁니다.

A씨는 현재 항소한 상태입니다.

반면 같은 해 4월 경기 용인시의 H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다가 일행의 공에 맞은 B씨의 경우 골프장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단독 임태혁 부장판사는 B씨가 골프장 측 손해보험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B씨에게 성형수술비 등 3088만원을 배상하라”고 최근 판결했습니다.

50대 여성 B씨는 남성 일행 C씨 등 3명과 함께 골프를 치고 있었습니다. B씨는 9번홀 여성용 티박스 부근에서 티샷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뒷편의 남성용 티박스에서 C씨가 티샷을 했고, 공이 B씨에게로 날아들어 머리를 강타했습니다. B씨는 이 사고로 급성 경막하출혈ㆍ두개내출혈이 발생해 한 달간 입원해야 했습니다. 머리에는 큰 상처가 남았습니다.

B씨는 “당시 현장에 있던 캐디가 나를 남성용 티박스 앞으로 나가도록 방치하고 남성 일행의 티샷을 중지시키지도 않았다”며 “캐디 사용자인 골프장이 캐디에 대한 지휘ㆍ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며 소송을 냈습니다.

임 부장판사는 B씨 손을 들어줬습니다.

당시 캐디가 B씨의 행동을 제지하거나 다른 일행이 티샷을 하지 못하도록 나서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  캐디 관리 책임이 있는 골프장과 공을 친 C씨가 공동으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

캐디가 예상할 수 있는 사고였다는 점이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다만 골프장의 손해배상 책임은 60%로 제한했습니다. B씨도 일행의 골프공에 맞을 위험이 있다는 점을 예상할 수 있었기에 주의했어야 했다는 취지에서랍니다.

B씨 책임은 40%라고 했습니다. 공을 친 C씨도 책임이 있지만, 이 소송은 B씨가 골프장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어서 C씨 배상 문제는 이 소송에서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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