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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마스크에 빠졌던 그때 그 시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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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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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편력기
김창남 지음, 정한책방
328쪽, 1만5000원

유년의 기억으로 달려가는 골목길이다. 1960년대와 7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냈다면 더욱 그렇다. 그 골목에는 ‘소년중앙’ ‘어깨동무’ ‘새소년’ 같은 어린이 잡지에 얽힌 사연이 나오고, ‘타이거마스크’와 ‘주먹대장’ 같은 옛 영웅들도 생생한 삽화와 함께 등장한다. 마치 ‘응답하라 1960’ 혹은 ‘1970’의 도서 버전을 보는 느낌이다.

 대중문화평론가이자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인 저자는 서문에서 “내 기억 속으로 나를 찾아 떠난 여행기다. 기억은 과거의 것일 뿐 아니라 나 자신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것”이라고 말한다.

 길거리에 나붙던 영화 벽보를 통해 한자를 익혔다는 대목에선 웃음이 터진다. 당시 영화 제목과 배우 이름, 광고 문안에 한자를 많이 쓴 까닭이다. “내가 ‘鶯(꾀꼬리 앵)’자 같이 제법 어려운 한자를 쓸 줄은 몰라도 읽을 줄은 알게 된 건 엄앵란 덕분이다”며 ‘총천연색(總天然色)’‘開封迫頭(개봉박두)’등의 사자성어를 내민다. 사춘기 때는 이발소에 앉아 영원히 자기 차례가 오지 않기를 바라며 탁자 위에 놓인 성인잡지 ‘선데이 서울’을 탐독했다고 한다. 잡지 초기에는 서울대 수석 졸업자의 인터뷰도 실리고, 이청준과 이호철 같은 작가의 작품도 실렸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의 대중문화 향유기는 영화, 가요를 거쳐 팝송까지 이어진다. 1980년대 노래운동단체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핵심 멤버였고, 90년대 발아한 대중문화평론의 선두였던 저자의 ‘문화유전자’의 뿌리를 짐작케 하는 책이다. 일상사, 미시사의 계보를 이으며 70년대 팝컬처 ‘덕후(마니아)’의 고백기로도 흥미롭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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